PA의 고객은 누구인가?
지금도 앱 시장에는 수많은 앱들이 업데이트되고 있다. 하지만 고객들의 선택을 받는 앱은 극 소수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선택받지 못한 앱들은 생활에 쓸모없는 앱들일까? 물론 쓸모없는 앱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앱 개발자들은 앱을 출시할 때마다 자신이 만족할 때까지 심혈을 기울인다. 실제로 대다수의 앱들은 시기가 맞지 않았거나 기능은 좋은데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아 잊히는 경우가 훨씬 많을 것이다.
하지만 앱 개발자들은 자신이 개발한 제품이 고객의 선택을 받지 못할 때 고객을 탓하지 않는다. 실패를 교훈 삼아 더욱 사용자 친화적이고 여러 사람들이 필요한 것을 넘어 없으면 안 되는 기능을 찾으려 노력하고 개발해 나간다.
이렇듯 모든 일에는 ‘고객’이 있는 법이다. 본인은 영업직을 오래 해봐서 고객을 대하는 일이 어렵지 않은데 HR에게 당신의 고객은 누구입니까?라고 물으면 의아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대다수의 HR은 고객이 누구인지 물으면 임직원 혹은 경영진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People Analytics의 고객은 누구일까?
HR Analytics / People Analytics 담당자가 겪는 가장 큰 고충은 데이터가 아니라 HR동료, 경영진, 임직원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People Analytics의 고객을 HR동료, 경영진, 임직원으로 정의하고 그 고객들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지? 를 생각하며 고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 까 한다.
PA담당자의 주 고객은 우리와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는 HR동료일 것이다. 하지만 데이터로 이야기할 때마다 서로의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이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때 우리 조직의 HR은 데이터에 대한 개념도 없고 배우려 하지도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는 어느 조직이라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운전하는 사람은 멀미를 하지 않는다. 멀미는 뒷자리에서 핸드폰을 하거나 책을 보는 등 운전자와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이 멀미를 하게 된다. 분석도 마찬가지다. 분석과정에 직접 발을 담근 사람은 데이터 하나의 가치를 소중히 느끼고 분석결과에 대한 이해력과 활용방안, 무엇보다도 데이터와 분석결과에 오너십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HR에도 각각의 영역이 있기에 분석결과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PA담당자가 HR전 영역에서 운영업무까지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PA담당자는 분석프로젝트를 혼자서 수행하는 것이 아닌 진단 담당자, 평가 담당자, 퇴직 담당자들이 조금이라도 분석에 참여하게 만들어야 한다. 자신이 생각한 변수도 각 영역의 담당자들이 직접 변수를 선택하게끔 유도하고 데이터 기반으로 보고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다른 담당자가 PA담당자 대신 데이터 기반으로 보고한다고 해서 PA담당자의 공적이 넘어간다고 생각하지 말고 나의 분석을 활용해서 고객에게 가치를 창출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즉 PA 담당자는 전쟁터에서 싸울 좋은 무기를 만드는 것이고 그 무기를 가지고 전선에서 같은 적과 함께 싸우는 것은 HR동료들과 함께 해야 한다. PA담당자만 좋은 무기를 가지고 다른 HR담당자가 그 무기를 활용할 수 없다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그러므로 PA담당자의 1차 목표는 낮은 P-value값이나 높은 AUC 값이 아닌 HR영역에서 나의 분석이나 데이터 기반으로 개발한 제품들이 얼마나 많이 활용되고 있는지 더 나아가 이를 활용한 HR영역에서의 결과가 어떠했는지가 더 중요할 것이다.
모든 분석에는 시기도 중요하다. 자신이 분석하고 싶은 주제들은 많이 있겠지만 과연 우리 조직의 경영진도 이를 심각하게 고민할까?라는 부분에서는 많은 생각을 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직무 DATA기반으로 직무탐색 및 후보자 추천 시스템을 개발했을 때 지금과 같이 우리나라에도 직무에 대한 중요성이 높을 때에는 좋은 분석일 수 있지만 10년 전이었다면 그다지 가치를 창출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또한 PA를 하는 사람이라면 많이 들어 보았을 “구글인가 어디선 퇴직자도 예측하고 그랬다던데?”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우리 조직의 자발적 퇴직률이 극히 적은 조직일 경우 이러한 분석을 하고도 고객에게 어떠한 가치를 주지 못하게 된다. 이런 경우를 두고 “땅을 잘 파기 위해 삽을 쓰는 것이 아닌 삽을 쓰고 싶어서 땅을 파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아무리 머신러닝 같은 분석 기술을 쓰고 싶어도 이 분석의 목적이 문제 해결을 위한 과정인지 곱씹어 봐야 한다.
의외로 경영진에게는 단순한 분석만으로 만족을 주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경영진이 우리 조직에서 해결해야 할 비즈니스 문제가 있을 때 이를 해결하기에 적합한 사람은 누구인지? 또는 각각의 주요 포지션에 승계는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지? 그 후보자는 어떤 사람인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니즈가 있는지 아니면 다른 방향에서 니즈가 있는지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만약 경영진이 위와 같은 부분에 큰 니즈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적재적소’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문제정의를 잘하면 단순한 과정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데 직무별 후보자 추천 등을 위해 채용, 인사이력, 직무분석 DATA 등의 HR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이때 HR데이터는 다른 데이터와 다르게 한 사람에게 라벨링 되는 데이터들이 마트에서 물건 고르듯 생성된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심혈을 기울여 생성된 데이터이므로(예를 들어 직무 이력 등) 고차원의 분석보다는 연결만 잘해도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HR의 각 영역에서 파편화된 데이터들을 체계적으로 모으고 이를 의미 있게 연결하기만 하여도 경영진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직원이 데이터를 만들고 싶게 하자
기름이 없으면 제조업이 안 돌아가듯 People Analytics에서 제대로 된 HR데이터가 없으면 가치를 생성할 수 없다. 그러므로 HR DATA를 생성하는 우리 임직원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다. 만약 나의 핸드폰 로그기록을 통해 상품추천 등 맞춤형 서비스에 활용된다고 할 때와 이 정보들이 보이스피싱 조직에 활용된다고 할 때 우리가 생성하는 데이터의 질은 완전히 다를 것이다.
이처럼 우리 직원들도 자신이 HR DATA를 생성하면 이 정보들이 자신의 커리어와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HR DATA 담당자는 무엇보다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구성원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한데 몇 년 전 DBR에서 공개된 카카오 파이랩의 길을 참고하여 원칙을 세우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원칙을 공유하며 실제로 DATA 기반으로 직원과 조직의 성장에 긍정적인 경험이 쌓이게 되면 우리 임직원들 또한 DATA를 제공하지 않으면 생기는 불이익이 두려워 DATA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 DATA를 제공할 때 생기는 이익에 대해 더욱 신뢰를 가지고 점점 퀄리티 좋은 DATA를 생성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PA담당자의 고객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다. 영업부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든 일에는 고객이 있기 마련이다. 이렇듯 PA도 마찬가지인데 여러 고객을 이해하고 관찰하며 우리 조직의 문제를 데이터 기반으로 해결하려는 우군을 확보할 수 있을 때 People Analytics도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앞으로 많은 조직에서 People Analytics가 단순히 트렌드로 여겨지거나 하면 좋은 것이 아닌 안 하면 조직의 인재경영을 못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그날까지 함께 힘내길 바란다.
고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라.
너무 가까워서 고객 스스로가 알아채기도 전에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미리 말해줄 만큼
-스티브 잡스
- 이 글은 2022년 인살롱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