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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bot Dec 15. 2024

People Analytics 101 : 데이터 조각

People 데이터의 4가지 분류


병원에서 환자가 특정 증상으로 내원했다고 상상해 보자. 환자는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다"라고 말한다. 의사는 우선 혈압과 맥박, 체온과 같은 신체 데이터를 확인한다. 여기서 혈압이 높거나 맥박이 불규칙하다면 특정 질환을 의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데이터만으로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할 수 있을까?


환자의 과거 병력 데이터도 중요한 조각이 된다. 예를 들어, 과거에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거나 심혈관 질환 가족력이 있다면 의사의 관점은 달라질 수 있다. 또한, 환자의 생활 습관도 중요한 단서가 된다. "최근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셨나요?" "운동은 얼마나 하세요?"라는 질문을 통해 환자의 생활 패턴을 확인한다. 물론 흡연, 음주 습관, 식단 등도 이 데이터에 포함된다.


하지만 여전히 퍼즐의 몇 조각이 빠져 있을 수 있다. 환자가 스스로 이야기하지 못한 심리적 요인도 상태를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환자가 최근 직장에서 겪은 과도한 스트레스나 가족과의 갈등이 신체적인 증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심리적 데이터는 환자가 직접 말하지 않으면 알아내기 어렵지만 진단에서 중요한 조각을 차지한다.


결국, 의사가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이 모든 데이터와 정보를 통합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신체 데이터, 병력 데이터, 생활 습관, 심리적 요인을 종합해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고 치료 계획을 세울 때 비로소 환자의 건강 문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즉, 하나의 데이터보다는 모든 조각이 모였을 때 비로소 환자의 상태를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 People Analytics는?


PA는 데이터를 통해 조직의 구성원을 이해하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리며, 성과를 향상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하지만 PA 또한 환자를 진단하는 사례와 마찬가지로 한 가지 조각만으로 사람과 조직을 설명하고 이해할 수 없다. PA가 효과적이려면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나는 이를 시스템 데이터, 설문 데이터, 직원경험 데이터, 그리고 본인표현 데이터로 나눈다. 오늘은 이 네 가지 데이터가 각각 어떻게 활용되고,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



1. 시스템 데이터: HR DATA의 기본


시스템 데이터는 HRIS(Human Resource Information System)와 같은 시스템에 기록된 직원들의 근무 현황, 급여, 승진, 성과 평가 등의 정보를 말한다. 이처럼 기본적인 운영데이터뿐만 아니라 문서 출력 수 같은 센싱 데이터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는데 이는 분석의 기초가 되는 데이터로, 정량적이고 구조화된 데이터이다. 가끔 데이터를 몇 년이나 쌓아야 하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계신데 어느 정도 규모와 체계가 있는 기업의 경우 이미 HRIS나 근태관리시스템, 교육시스템(LMS), 성과관리 Tool 등 여러 시스템에 일반적인 데이터들이 존재하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ETL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이를 분석이 가능한 DB에 통합 연결하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ETL은 데이터 관리에서 중요한 과정으로, 데이터를 추출(Extract), 변환(Transform), 적재(Load)하는 3단계를 거치는 작업. 이를 통해 여러 소스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에 적합한 형태로 가공한 뒤, 저장소에 저장한다.

이를 통해 여러 인사현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으며 근태 데이터를 활용하여 초과근무가 많은 부서를 파악해 과중한 업무를 분산할 수 있는 전략을 제안하거나 성과 데이터를 통해 고성과자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여 더 많은 직원의 성과를 높이기 위한 정책을 설계하는 활동 등에 활용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이 작업만 되어 있어도 수많은 분석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으며 BI Tool을 활용하여 동료들이 효익을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많이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데이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운영 데이터는 과거의 기록일 뿐, 조직의 맥락이나 직원들의 심리적 상태를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 설문 데이터: 조직의 목소리


운영 데이터가 '무엇'을 보여준다면, 설문 데이터는 '왜'를 설명한다. 설문 데이터는 직원들에게 직접 묻고 답을 듣는 방식으로 수집되며, 몰입도, 만족도, 심리적 안전감 등 조직문화와 관련된 정성적인 데이터를 획득할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HR에서 유행하는 개념인 심리적 안전감도 설문 데이터에서 시작되었다. 에이미 에드먼슨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팀워크가 좋은 팀은 의료과실 보고 빈도가 높았는데 이는 실수를 드러내고 개선하려는 문화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문 데이터를 통해 이런 심층적인 통찰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다만, 설문 데이터는 분석도 중요하지만 설문을 진행하는 그 자체로 조직에 엄청난 개입을 하게 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가끔 설문을 진행하고 오랜 시간 동안 고차원적인 분석을 통해 결론을 도출했다고 자랑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무리 정교한 분석도 긍정적인 조직으로 변화하는 원동력이 되기에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그러므로 설문 데이터를 활용할 때에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환경부터 직원들에게 결과를 공유하는 과정까지도 조직개발의 중요한 단계임을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직원들이 데이터를 제공해도 변화를 체감하지 못할 경우 해봐야 뭐 하냐는 체념적 침묵에 빠질 수 있으니 일전에 작성한 People Analytics 101 : 문화의 원동력에서 설명한 것처럼 객관적인 데이터의 수치를 따뜻한 문화의 원동력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3. 직원경험 데이터: 직원과 조직의 여정


직원경험 데이터는 입사, 온보딩, 승진, 퇴사와 같은 직원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이벤트 데이터를 포함한다.


설문 데이터가 특정 '시점'에서 직원들의 생각이나 느낌에 대한 '왜'를 설명한다면, 직원 경험 데이터는 '기간'의 행동과 여정을 통해 '왜'를 이해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즉 설문데이터는 단일 이벤트나 순간에 초점을 맞추고 직원 경험 데이터는 장기적인 맥락과 패턴을 포괄적으로 분석하는데 초점을 맞춘다고 할 수 있다.


이 데이터는 직원 생애 별 흐름을 이해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온보딩 경험 데이터를 분석하여 입사 초기에 특정 감정을 지닌 직원이 조기에 이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신입 직원의 초기 적응을 돕는 프로그램을 변경할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퇴직 데이터를 분석하면 퇴직 사유를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핵심 인재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퇴직사유 : 이직으로 끝내면 안 된다.)


핵심인재가 퇴사할 경우 채용할 때 "왜 뽑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들인 노력의 20%라도 쏟아서 "왜 퇴사하게 되는지?"에 대해 분석한다면 핵심인재를 머물게 하는 답에 훨씬 더 가까워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데이터는 주요 이벤트 중심으로 연속적이지 않고 간헐적으로 수집되므로 밀도가 낮다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이를 보완하려면 텍스트 데이터를 감정 분석등을 통해 정량화시키는 노력과 다른 데이터와의 결합을 통해 활용해야 직원의 특정 이벤트를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험으로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4. 본인표현 데이터: 직원의 자발적인 이야기


본인표현 데이터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생성하는 데이터를 말한다. 본인의 경력기술 및 스킬 수준, 에세이, 희망사항 등이 여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가끔 테크기업 쪽 HR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면 고민 중에 하나가 직원들의 연차가 짧기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적다는 것이다. 나는 그럴 경우 직원들의 Linkedin을 보시라고 이야기한다. 그곳에는 내부에는 없지만 직원의 경험과 장점에 대해 파악가능한 수많은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왜 그럴까? 이 역시 체념적 침묵과 비슷하다. 내가 내부에서 표현을 해도 크게 이득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혹자들은 본인이 작성한 데이터가 주관적인데 어떻게 객관성을 입증할 수 있냐고 한다. 나는 이 부분이 면접에서 이력서를 받고 면접을 보는 것과 이력서도 없이 면접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서도 표현을 제대로 안 하면 오해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직원이 표현할 수 있는 환경과 표현했을 때의 효익을 느끼는 환경을 제공해 준다면 직원의 경력경로 설계 및 직무 후보자 발굴 등 많은 효익을 가져다줄 것이다.



오늘은 PA에서 활용되는 데이터를 4가지 분류로 나누어 설명해 보았다. 누구나 데이터의 한계와 불완전함을 알기에 이 조각들을 모두 모았다고 해서 열길 물 속보다 어렵다는 조직과 사람의 깊은 내면을 100% 파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조직과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고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데이터들이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더 나은 조직을 만드는 여정의 출발점이라는 마음이다. 그러므로 작은 조각들을 모으는 노력이 더 건강하고 의미 있는 조직을 만들어간다는 마음을 가지고 데이터를 쌓길 바란다.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  - 아리스토 텔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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