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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나 Jul 03. 2021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김민섭 작가


[루나의 신간 픽] 몇 년 전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란 제목의 기사를 본 기억이 있다. 경향신문 오피니언에 김민섭 작가가 쓴 경험담이었다. 벌써 3년 전 일인데 기억하는 이유는 흔치 않은 선한 영향력을 보여준 사람이 김민섭 작가여서다.   


  

그는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를 쓰고 대학 밖으로 나온 지방대 시간 강사였다. 당시 책은 대학의 적폐를 담아내며 큰 반향을 불렀다. 처음 그 책을 만났을 때 계약직 지식노동자의 그늘을 마주하며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대학(大學)의 이면을 목도하고 참담함을 느꼈다.     


<대리사회>에서도 그는 대리운전기사로 지내며 서민의 삶, 약자의 삶을 경험하고 생계형 글을 써냈다. 적어도 그를 아는 독자는 그 글이 생계형 글이라는 점과 경계인만 알 수 있는 사회구조적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한가운데로 들어가 날것 그대로의 겪어 냈다는 사실을 느꼈을 것이다. 이번 책도 ‘역시 김민섭’ 싶었다. 개인적으로 첫 책부터 이번 신간 <당신이 잘 되면 좋겠습니다>까지 조용한 팬심으로 지지한 사람으로서 느낀 감탄이다.      


그는 유연한 까칠함, 유연한 섬세함을 갖춘 작가다. 그 예민하고 섬세한 성정이 지금의 작가 김민섭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약자, 사회 저층에 자리한 이들의 심경을 글로 풀어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가 좋다. 작가로도 한 인간으로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신간 <당신이 잘 되면 좋겠습니다>에 따르면 제목은 ‘김민섭 씨 찾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만들어진 문장이다. 집돌이인 그는 여행보다 집에서 충전을 하는 타입이다. 그러던 그가 큰맘 먹고 기획한 일본 여행을 앞두고 아이의 눈 수술이 잡혔다. 땡처리 티켓의 환불금은 1/10 남짓이었고 그는 티켓을 무료로 양도하기로 마음먹었다. 문의 결과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하면 가능했다.     


1. 대한민국 남성이어야 했다. 2. 그 사람의 이름이 김민섭이어야 했다. 3. 여권에 있는 영문 이름의 스펠링과 띄어쓰기까지 같아야 했다.     


아니 뭐라고? 차라리 양도 불가능하다 하면 1/10의 환불금을 받고 말리라. 과연 찾을 수 있을까. 그는 페이스북에 사연을 올렸고 온갖 댓글과 DM을 받은 끝에 졸업전 비용을 벌기 위해 휴학을 하고 일을 하고 있는 93년생 김민섭을 찾을 수 있었다. 놀라운 일은 그 후에 펼쳐졌다. 93년생 김민섭 군을 위해 한 고교 선생님이 2박의 숙박비를 내놓았고, 누군가는 후쿠오카의 그린패스를 누군가는 후쿠오카 타워의 입장권을 누군가는 휴대용 포켓 와이파이를 내놓았다. 모두 조심스럽고 정중하고 다정하게.   

  

이후로 이어진 일들은 아직 사회는 살만하다고, 세상은 권력자들이 아닌 조금은 이상하고 조금은 별나고, 조금은 오지라퍼인 선한 사람들에 의해 변화한다고 굳게 믿게 되는 일들이 일어났다. 카카오에서 펀딩을 제안해 93년생 김민섭은 졸업전 비용을 충당할 수 있었고 2박 3일로 예정했던 여행을 며칠 더할 수 있었으며 그는 마음 한 가운데 세상에 대한 선한 부채감을 심었다. 그리하여 그는 일면식도 없는 수많은 익명의 누군가가 자신을 도왔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선한 씨앗이 후일에 어떤 것으로 발현될지 기대된다. 그렇게 작가 김민섭은 한 사람의 미래에 엄청난 영향력을 만들었다. 그 프로젝트를 SNS로 기사로 책으로 보았던 수많은 사람들은 또 어떤가. 한 사람의 선의는 이토록 엄청난 ‘연결’을 만들어낸다.     


책에는 이외에도 흥미로운 에피소드와 김민섭 작가의 세계관이 물씬 느껴지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어렵지 않게 읽히고, 간간히 웃고, 때때로 코끝이 찡긋한 그런 책이다. 그가 여전히 처음 같은 모습을 지키고 있어 주어 고맙다. 좋은 책이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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