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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나 Jan 24. 2022

벼락 거지 비통한 단어, 서영동 이야기

서영동 아파트서 펼쳐지는 7개 이야기 <서영동 이야기>


[루나의 신간 픽] ‘벼락 거지’ 부동산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생긴 신조어다. 소득에 변화가 없었지만 부동산과 주식 등의 자산 가격이 급등하자 상대적으로 기회를 잡지 못한 사람들은 빈곤해지는 현상에서 비롯된 말이다. 월급을 착실히 모으고 재테크에 신경 쓰지 않았던 사람들은 결국 상대적인 박탈감을 필연으로 느껴야 했다. 자조적으로 사용하기도 비아냥거림으로 쓰이기도 하는 비통한 단어다.

     

소설 <서영동 이야기>에 이런 대사가 등장한다. “분명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것인데 내 것이었던 것 같고, 빼앗긴 것 같다”는 박탈감에 대한 서술. 이는 집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과 상대적으로 저평가 되는 부도심 지역에 집을 소유한 사람들 모두가 느끼는 감정이다. 소설에서 기술된 대목이지만, 현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책은 서영동이라는 지역을 배경으로 오늘날 주요 관심사인 부동산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본래 2020년 여름에 출간 된 테마 소설집 <시티 픽션>의 수록작 <봄날아빠를 아세요?>에서 시작된 연작소설이다.     

 

봄날아빠, 경고맨, 샐리 엄마 은주 등 7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문제적 사건에 지분을 가진 인물들이 각기 서사를 이끌어 간다. 조남주 작가 특유의 서사직조 능력은 여기서 빛을 발하는데 인물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이끌지만, 모두가 서영동이라는 특정 무대 위에서 서로의 삶에 그늘을 드리우며 아파트라는 욕망에 휘둘린다.      

읽는 내내 현실 속을 거니는 것만 같아 독자로서 힘들었지만, <82년생 김지영> 때처럼 이는 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피하지 말고 마주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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