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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나 Jan 26. 2022

일생 단 한 번뿐인 서비스 유품 정리

<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vs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김새별


[루나의 신간 픽] 소란스러운 마음에 서가를 둘러보다 눈에 들어온 책 <죽은 자의 집 청소>. 머뭇머뭇거리다 손에 들었다. 자주 눈에 띄어도 일부러 손대지 않았던 책 중 하나다. 2015년 김새별 저자가 청림출판에서 출간한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이 남긴 진한 인상을 과연 이 책이 넘어설 수 있을까 싶어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이 남긴 자국이 더 진했다.  두 책 모두 '유품 정리사'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 써 내려간 책이지만 결은 분명히 달랐다.


큰 차이부터 말하자면 <죽은 자의 집 청소>는 좀 더 에세이에 가까워 저자의 생각이 많이 담겼다. 죽은 이들의 사연보다 저자의 단상이 주를 이뤄 개인적으로 저자의 감정을 온전히 공감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이와 다르게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은 죽은 이들의 사연을 상황과 주변부 묘사로 충실히 전한다. 그런 면에서 독자에게 감동과 인상적인 요소는 더 배가 되었달까. 


가령, 한 노인이 선택한 외로움 죽음에 담긴 사연이 그렇다. 그의 장례식 장은 텅 비었다. 함께 일 했던 경비원 한 명만 자리를 지켰다. 그때 어디선가 30여 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나름 옷차림을 신경 쓴 것 같았지만 누가 봐도 노숙자들이었다. 그들은 자리를 지키면서도 식사는 거절했다. 가시는 분 마지막까지 밥을 얻어먹을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노숙인들은 화장장까지 함께 하며 그의 마지막을 지켰다.


장례의 주인은 한때 부장판사였다. 아주 오래전 엄중한 정권이 시작되면서 가택연금을 당했다. 시간이 흘러 자유의 몸이 되었을 때도 그는, 밖으로 나올 수 없었다.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 밖은 두려운 곳이었다. 80이 넘은 나이로 생계를 위해 선택한 일은 아파트 경비원 일이었다. 가족도 없고 과거의 영달을 기억해주는 이도 없었지만, 적은 월급을 노숙자들을 위해 나누던 사람이었다. 


그런가 하면 변사체를 수습하러 갔던 날 경험한 사연은 더 절절하다. 이십 년 가까운 시간 동안 천 명이 넘는 죽음을 마주한 저자가 생생하게 기억하는 일이기도 하다. 긴 머리카락으로 겨우 여자라는 사실만 알 수 있었을 뿐,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시신을 두고 모두가 코를 막고 떨어져 있었다. 사람들 사이로 누군가 뛰어들어와 사체를 부둥켜안고 목놓아 울었다. 고인의 아버지였다. 그렇게 아버지는 딸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비비며 한참을 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권의 책은 의미 있다. 


죽은 자의 흔적을 따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은 죽은 자를 위한 서비스를 포함해 남은 자들을 위한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게다가 죽은 자의 입장에서는 일생에 단 한 번만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이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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