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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나 Feb 11. 2022

"나는 풀꽃이다" 풀꽃처럼 50년 시인의 길

<봄이다, 살아보자>


[루나의 신간 픽] “내 비록 잡초일망정 나 스스로는 풀꽃이라고 여기며 살아왔다. 다른 이들에겐 내가 하찮은 풀꽃으로 보였겠지만 나 자신은 나를 소중한 꽃이라고 여기며 살아왔다. 아니, 꽃이 되려고 애쓰며 살아왔다. 그것이 길이다. 그것이 나의 길이고 또 너의 길이다.” (본문 중에서)     



나태주 시인의 산문집 <봄이다, 살아보자>는 시인의 삶과 시에 대한 예찬서라 해도 과하지 않다. 그는 작가나 저자라는 부름보다 시인이길 원했다. 오롯이 시인이 되고 싶었고, 결심했으며 그렇게 살았다. 그리하여 50년이라는 세월을 시인으로 자리했다. 이제껏 세상에 내놓은 책만 150권이라 하니 성실함과 열정은 이미 검증을 마치고도 남는다.     


그렇다면 그에게 시란 무엇일까. 그에게 시는 ‘세상으로 보내는 러브레터’다. 세상은 ‘나’와 ‘너’로 이루어져 서로 어울려 사는 곳이다. 자신에게 풀꽃 시인이라 이름 붙여준 수많은 ‘모든 너’들이 있는 것처럼 서로 호흡을 나누고 소통해야 한다. 그만큼 자신의 시에 주문한다.

     

첫째, 짧아질 것.

둘째, 단순해질 것.

셋째, 쉬워질 것. 

넷째, 감동을 감을 것. (p194)     


이어 시가 고고한 그 무엇, 산상의 고귀한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인다. 그의 시는 네 가지 주문처럼 짧고 단순하며 쉽다. 대표 시로 꼽히는 ‘풀꽃’이 단 24글자로 이루어졌다는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게다가 수많은 ‘너’에게 사랑받지 않았던가. 감동도 있다는 방증이다.     


삶을 바라보는 온기 어린 시선은 책 곳곳에 담겼다. 무엇보다 삶과 주변을 바라보는 소소함은 가슴 한켠 뭉근한 울렁임을 준다. 이를테면 수십 년간 오갔던 길 위에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없어 막막하고 목이 마른 느낌이 드는 순간마저도 사랑할 거라 다짐한다.     


저들 속을 내 비록 이방인처럼 스친다 해도 나는 그 자체만을 사랑하며 아끼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목숨을 감사하게 고맙게 여길 것이다.
앞으로도 더욱 오랜 날들을 낡은 자전거에 올라앉아 다만 알지 못하는 동네 노인으로 이 거리를 오가고 싶다.(p16)      

77세 노년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 시인은 삶에서 얻은 지혜도 전한다. 이왕이면 외통수 같은 직렬의 삶보다 병렬의 삶을 살 것을 권했다. 병렬의 삶이란 인생의 길을 한 줄로만 만들지 말고 두 줄도 좋고 세 줄로도 갈 수 있을 만큼 다양한 경험과 일을 해보라는 뜻이다. 농부들이 봄철에 씨를 뿌린 농작물들을 시기에 따라 한 가지씩 수확하듯이 인생에도 수확의 때는 저마다 다르다고 덧붙였다. 때가 있음을 믿는 인생이란 분명 여유롭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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