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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nnote Aug 27. 2023

1인 가구의 라이프, 미니멀을 위해서 1편

침대정리부터 해라. 미국 사령관 윌리엄 맥레이븐이 졸업 연설에서 했던 말이다. 성공의 시작, 부자의 첫걸음, 마음 정리 등 자기계발에 관련된 많은 글과 영상의 시작은 거의 이 문장으로 출발하는 것 같다.


나는 정리를 좋아한다. 잘 하는 건 아니지만 자주한다. 어느 날은, 하루종일 집안을 정리하는데 끝이 없다는걸 느꼈다. 주방을 정리하면 바닥의 머리카락이 보이고, 현관의 먼지가 보이고, 결국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서랍장의 너저분한 것도 거슬리게 된다. 이렇게 하다가는 정리에 지쳐서 쳐다도 안볼 것 같았다.

 


1. 정리는 습관


개인적인 공간에 살면서 정리에 대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반복을 통한 습관이라는 생각이 든다. 짧게, 간단히 그리고 자주. 미루지 않고 조금씩 해 주는 것이 정리에 훨씬 도움이 되는 일이다. 맥레이븐의 연설에서 침대부터 정리하라는 말을 들은 뒤 당장 그것부터 시작했다. 대단한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정리의 시작과 습관화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서였다.


아침에 일어나면 흐트러진 이불을 정리하고 머리카락과 먼지를 떼어내고, 소독 스프레이를 뿌리고 좋아하는 룸 스프레이로 마무리한다. 침대 정리가 반복되어 습관이 된 후 자연스럽게 침구 청결에 대해서 관심을 두게 됐다. 이전보다 자주 이불을 세탁하고 교체하며, 소독 스프레이를 뿌리는 것까지 발전(?)된 것이다.


늦잠자거나 귀찮으면 안할 때도 있다. 어느 날은 이불만 정리하기도 하고, 머리카락만 치우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매일 해야하는 강박을 가지지 않은 것이다. 모든 루틴을 다 하는 것 보다,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내 침대를 정리하는게 목표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반복 하다 보니, 요즘은 5번 중 4번은 침대를 정리한다.



2. 하루에 한 구역


요즘 집에있는 시간이 꽤 많다. 그래서 하루에 한 구역을 정해서 정리를 한다. 나는 완벽한 P의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디 어디를 정리한다는 계획은 세우지 못한다. 그냥 오늘은 이곳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무작정 정리를 한다. 예를 들어 화장실에서 물때가 눈에 띄는 날에는 화장실을 청소하고, 굳게 닫힌 서랍장을 열다가 뒤집어서 다시 정리한다. 이렇게 한 구역 씩 정리하다 보면 언젠가는 정리가 필요 없을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다. 내가 이 집에서 생활하는 동안 정리의 축복은 계속 된다.


그래도 이렇게 정리를 반복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어지럽히지 않는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가게 된다. 정리를 통해 내가 사용하는 물건과 그렇지 않은 물건을 자연스럽게 구분하게 되고, 결국 이 구분이 소비의 변화까지 이끌어낸다. 정리는 내가 어떤 물건을 갖고 있으며 어떤게 필요한지 정확히 알게 해 주는 수단이기도 하다. 정리를 하면서, 나도 언젠가는 꼭! 필요한 물건만 남아있을 공간을 상상해 본다.



3. 다 써서 비우기


처음에 미니멀리스트에 관심을 가질 때에는 무작정 물건을 버리기만 했다. 나름 필요에 따라서 물건을 정리했다고 생각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무작정 버리는 것에 가까웠던 행동이었다. 어느 날, 필요한 옷을 찾았는데 '아 내가 그때 버렸지' 생각하면서 스스로도 황당했다. 나처럼 어떤 물건을 버린지조차 모른 채, 무작정 비우기에만 목적을 두면 내가 필요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물건을 비우는 것만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다 써서 비우기’를 실천하고 있다. 눈에 거슬리는 물건이 당장 사라지지는 않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물건을 끝까지 쓰고 잘 보내주는게 소비도 절약하는 길이고, 물건도 아끼는 방법이다. 가장 최근에 정리한 것은 각종 세면 도구들과 기초 화장품이다. 어떤 세면 도구는 일년 이상 쓰고도 남을만큼 넉넉한 양을 가지고 있었다. 수 십개의 기초 화장품을 보며 그래도 저마다의 용도로 구입했다는게 웃기기도 하고 과연 소비기한에 다 사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심지어 매일 다른걸 바르는 것도 아니고 익숙한 제품을 하나 혹은 두가지만 바르는 내 모습에 맞지 않는 소비 습관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한가지만 꾸준히 바르다보면 내 피부에 맞는 제품을 더 빨리 파악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나와 맞는 제품을 찾기 위해서, 필요가 중복되는 물품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 ‘다 써서 비우기’를 실천하고 있다. 제품을 끝까지 다 쓰면 엄청난 만족감이 든다. 하루 빨리 꼭 필요한 제품 한 두개만 놓인 모습을 보고싶다.


이제 소비하기 전 다시 한번 생각한다. 기능이 겹치진 않는지, 쓰는 양에 비해 많지 않은지, 이 제품을 끝까지 쓰고 버릴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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