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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표현 Jan 29. 2022

자유를 찾아 움직이는 하울의 마음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 리뷰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보고 나면 항상 눈물이 난다. 정확히는 하울의 성이 새처럼 하늘을 날아가는 장면이 나올 때 눈물이 후두둑 떨어진다. 모든 걸 떨쳐버리고 자유를 얻은 자의 웃음. 그 행복이 전해져 눈물이 난다.

 '하울이 자유롭지 못하다고?'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가고 싶은 곳을 여행하고, 여러 이름을 만들어 마음대로 활동하며, 자신의 외관을 화려하게 꾸며 여러 여자를 울리는 하울. 그저 자유로운 한량 같아 보인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니 이런 의문이 든다. 남들이 보는 것처럼 하울은 정말 자유로웠을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살펴봐야 한다. 광야를 떠도는 거대한 성. 성이라 하기에는 어딘가 이상한 모습이다. 그 큰 성을 가느다란 다리로 움직이는데, 어딘가 위태로워 보인다. 내부는 어떤가. 귀신이 나와 돌아다닌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지저분하다. 그리고 이 거대한 성에 '사람'이라고는 마르클과 하울, 두 명만이 살고 있다. 

 이런 하울의 성은 하울의 진짜 ‘마음’을 표현한다. 하울은 솔직하고 자유롭게 살고 싶은 사람이라는 걸 소피의 대사에서 알 수 있다. 자유로워지고 싶어 어딘가를 계속 움직이는 마음. 그 마음의 형상인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자유롭게 세상을 떠도는 듯하지만,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하울의 거대한 성은 어딜 가든 눈에 띄기에 갈 수 있는 곳이 매우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성을 지키는 케시퍼의 힘이 조금이라도 약해지면 위치가 들통나 쉽게 위협받는다.


 

 하울 본인은 어떤가. 하울은 자신을 숨기기 위해 젠킹스, 펜드레곤 등 여러 이름을 사용하지만, 이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들켜 완전한 자유를 쟁취하지는 못한다. 또한 마법을 통해 새로 변하여 어디든 날아갈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괴물의 상태를 오래 유지하면 인간으로 못 돌아와”란 케시퍼의 대사를 보면 알 수 있듯 마음이 없는 상태로 어딘가로 완전히 떠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하울은 자신의 심장, 마음이 있는 성으로 돌아와야 한다. 하울의 마음을 그의 성에 가둔 것은 누구인가? 바로 하울 본인이다. 어릴 적 캐시퍼와의 거래로 마음을 분리해낸 하울은 자신의 심장을 성을 움직이는 연료로 사용한다. 자유롭게 사는 것을 방해하는, 겁쟁이 같은 마음을 분리하는 하울. 하지만 이로 인해 하울은 더욱더 자유롭지 못하고, 자신의 성에서 점점 괴물로 변해간다.



 위 같은 부작용 외에도 마음을 분리해 생기는 문제는 또 있었다. 몸은 어른이 되었지만, 마음만은 어린 아이인 것. 이는 성에 살고 있는 어린아이 '마르클'을 통해 표현된다. 마르클은 다른 사람을 대할 때는 어른인 척 행동하지만, 소피가 성을 떠날 것을 염려하며 불안해하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남들이 볼때는 성숙한 어른인 척하지만, 진짜 마음은 어린 아이와 같은 하울의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다. 마음이 남들처럼 성장하지 못했으니 어린 아이같은 상태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이 아이, 하울의 어린 마음이 성장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 '소피'다. 소피는 자신의 성이 어지러워지든 말든 그대로 방치해둔 하울을 대신해 성을 깨끗이 청소한다. 마법을 잘 못 건드려 생긴 헤프닝을 통해 '아름다워야 한다'는 하울의 강박을 깨주고, 두려워 하던 외부인들과 직면할 용기를 주고, 가족을 만들어 하울에게 안정감을 선사해주는 등 소피는 하울의 족쇄를 하나둘 풀어준다.


 

 위에 언급한 것로도 하울을 변화시키기에 충분했지만, 결정적으로 하울을 바꾼 행동은 영화 후반부에 등장한다. 미련하게 자신과 성을 지키려고만 하는 하울을 보며 소피는 성에서 캐시퍼를 꺼낸다. 이로 인해 하울의 성을 완전히 무너지고, 소피는 마법이 보여주는 하울의 어린 시절을 통해 그가 마음을 잃어버린 이유와 케시퍼가 그의 심장 그 자체라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녀는 하울에게 '마음'을 돌려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소피는 하울에게 마음을 돌려주고, 하울은 그토록 열망하던 완전한 자유를 얻게된다. 작중에 등장하는 '승자도 패자도 없는 전쟁'이 마무리됨과 동시에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자유를 향한 하울의 전쟁도 끝이 난다.



 마음을 얻어 한층 더 자유로워진 하울. 그의 성은 이제 더이상 아무도 없는 황량한 광야를 정처 없이 방황하지 않는다. 정말 자유로운 새처럼 넓은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닌다. 어딜 가든, 얼마나 가든 괴물이 되지 않는다. 하울에게는 두근거릴 마음과 그 마음을 돌려준 소피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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