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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표현 Aug 04. 2021

삶의 정수를 찾아서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리뷰

 “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를 알아가고, 느끼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목적” 영화 등장하는 회사, 라이프의 모토다. 하지만 이 문구와 맞지 않는 인생을 살고 있던 사람이 있다. 바로 이 영화의 주인공 월터다.


 영화 속 월터는 사진 잡지, 라이프에서 사진을 보관하고 현상하는 포토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작가들이 보내오는 사진을 받고 작가의 의도대로 사진을 현상하는 월터. 그에게 세상은 타인의 시선이 첨가된 작은 필름 속 사진, 그것이 월터가 보는 전부다. 월터는 직접 자신의 눈으로 '자신만의 세상'을 보는 대신 '누군가의 의도가 담긴 세상'을 보며 살아간다.


 

 그의 성격들도 잡지 라이프의 모토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월터는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도전하기보다는 그 순간순간을 모면하는 방법을 택한다. 표지 사진을 보고 싶어 하는 상사에게 아직 현상하는 중이라 보여줄 수 없다고 거짓말을 하며 그 순간만을 피하는 것이 그 예이다.


 또한, 벽을 허물고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것 대신 월터는 자신이 쌓은 벽 안으로 들어가 상상하는 것에 그친다. 눈앞에 서 있는 여성에게 말을 걸기보다는 상상 속으로 달콤한 말을 전하는 것이다. 월터의 상상 속에서 그들은 서로를 알아가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월터는 타인과 감정을 공유할 수도 없다. 이렇듯 월터는 자신이 16년간 다닌 회사와는 전혀 닮지 않은, 라이프가 추구하는 인생과는 정반대의 인생을 살아왔다.



 그런 월터에게도 변화의 순간이 찾아온다. 월터의 변화는 마지막 표지를 장식할 사진을 찾으러 그린란드로 떠나면서 시작된다. 뉴욕 밖으로 처음 나간 월터는 그의 상상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들을 겪는다. 만취 상태로 운전하는 조종사의 헬기에 타기도 하고, 헬기에서 바다로 뛰어내리기도 하고, 그 바다에서 상어를 만나 다리를 잃을 뻔하기도 한다. 필름이 아닌 월터의 눈으로 직접 본 세상이었고, 상상이 아닌 현실에서 마주한 상황들이었다. 사라진 25번째 필름을 찾는 여정을 통해 수년 동안 견고하게 월터를 막아서던 월터의 벽은 점점 허물어진다.


 변화한 월터는 평소 좋아하던 셰릴에게도 다가간다. 화산 근처에서 만난 아이들에게 받은 스케이트 보드를 셰릴의 아들에게 전하러 그녀의 집을 찾아가지만, 그녀 대신 그녀의 전남편이 집에서 나온다. 그 모습을 보고 오해한 월터는 그 공간에서 빠르게 벗어난다. 셰릴은 월터에게 전남편이 집에 온 이유를 사전에 설명했었지만, 월터가 상상 속에 빠져 있느라 그녀의 말을 주의 깊게 듣지 못한 것. 월터의 상상이 불러온 부작용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월터는 숀의 다른 사진들을 살펴보다 그가 자신의 집에 왔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표지 사진이 어디 있는지 아는 유일한 사람, 숀. 그를 만난 월터의 엄마는 숀의 행방을 알려준다. 그리고 월터의 두 번째 여행이 시작된다. 숀을 찾으러 아프가니스탄으로 떠난 월터. 그는 더이상 상상 속 인물에게 응원을 받는 것이 아닌 자신 스스로 문제들을 해결하고, 상상 속 인물이 아닌 현실 속 인물들과 소통한다. 이는 그린란드로 떠나기 전 월터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월터의 삶과 정반대의 이야기던 라이프지의 모토와 가까워진 것이다.


 끝내 월터는 표지 사진을 찾아낸다. 25번째 사진을 자신의 상사에게 전하며 월터는 라이프지의 모토를 알고 있냐고 묻는다. 맥도날드의 모토를 말하는 그에게 월터는 말한다. 이 잡지를 만들던 사람들은 “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를 알아가고, 느끼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목적”이라는 라이프지의 모토를 믿었다고.


 

 월터가 이렇게 변화할 수 있었던 건, 그가 생각에만 머문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겼기 때문일 것이다. 상상은 현실의 중요한 순간을 놓치게 만든다. 몽상이 몽상에서 그칠 것인지, 그걸 세상을 바꾸게 만들 수 있는 생각으로 만들 것인지는 실행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바꿀 수 있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진짜 세상을 바꾸는 사람인 것이다.


 월터는 스스로 행동하여 자신의 세상, 그러니까 자신의 삶을 변화시켰다. 월터가 찾은 '삶의 정수'는 '사진'이 아니라, 그의 인생 그 자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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