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고
우리나라에서 노벨문학상을 탔다는 기쁜 소식에 한강 작가의 책을 읽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채식주의자는 가부장적 폭력에 맞서
채식주의자가 되어 서서히 자신을 죽이는 영혜의 이야기라는 평을 보고 그 자리에 멈추어 버렸어요.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남편과 싸우며 살아온 지난 몇 십 년의 시간이 겹처지며
도저히 읽을 수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에요.
그러다 나리 클럽(나로 살기 리딩클럽)에서 우리나라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탔는데
그의 작품을 한 권이라도 읽어 보자는 제안이 있어 함께 읽고 나누기로 하여 책을 주문했어요.
참 오랜만에 소설을 읽었어요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한강 작가의 책이 불티나게 팔려
주문하고 2주를 기다려서야 책을 받았어요
어떤 사람은 읽기 어렵다고도 하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사람도 있는데
어떤 사람은 자기 이야기를 한 것 같고 정체성을 찾았다고도 해요
우리나라 사람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고 하니
너도 나도 읽기를 시도하지만 모두가 다 작가가 던진 메시지에 다가가지는 못하는가 봐요
한강 작가의 아버지 한승원 작가는
강이의 글에는 신화적 요소가 있다고 말해요
어떻게 읽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감동이 있을 수 있는 것은
독자의 경험치가 다르고 처한 상황이 다르게 읽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저는 영혜와 영혜 언니의 성품에 작가의 성품이 녹여 들어간 것은 아닐까라는 의심을 해봤어요
조용조용하고 차분하며 힘이 없어 보이는 작가가
스웨덴 공영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주목받고 싶지 않다.'
'나는 평화롭고 조용하게 사는 것을 좋아하고
이 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거절한 이후
아들과 함께 캐머마일 차를 마시며 축하하고
(이 부분 또한 아들과 둘이 사는 영혜 언니와 닮아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요)
노벨문학상 수상 관련 국내 기자회견이나 인터뷰는 모두 고사했어요
광주에서 기념관을 지어주겠다고 한 것도 거절하고
아버지가 동네잔치를 하겠다고 한 것도 거절했는데
이유가
세계에 많은 고통이 있고 주검이 실려나가는데
우리는 좀 더 조용하게 있어야 한다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어서 그랬다고 해요
한강 작가가 큰 기념관 화려한 축하잔치를 원치 않는 것은
[채식주의자]를 비롯한 작가의 작품에서 고통받는 이들의 아픔을
뼈로 느끼고 그것을 소설이라는 이름을 빌려 세상에 알리는 사람으로서
글과 삶이 일치하는 참으로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버지 한승원 작가도
전라남도 장흥에서 '한승원 문학관'을 제안했는데 단칼에 거절해서
장흥군에서는 문학관 대신 한승원 작가의 집필실이자 문학 학교인
'해산 토굴'과 한승원 소설문학 길을 만들었다고 해요
그 아버지의 그 딸의 모습이 존경하지 않을 수 없게 해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남자들에 의해 착취와 폭력을 견디며 살아온 여성들의 삶을
세상에 고발한 소설을 써 주신 한강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