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에게
큰 이모가 오면서 입던 옷을 한 보따리 가져왔어.
이모가 입던 옷을 물려주는 거야
엄마가 자랄 때는 모든 것이 부족해서 옷을 물려 입었거든
그런 습관은 뼈에 새겨져서 모든 것이 넘쳐나는 세상에서도
큰 이모는 여전히 자기가 입던 옷을 동생에게 물려주려고 해
이모가 가고 나서 펼쳐보니 모두가 깨끗하고 좋은 옷인데
엄마가 입기에는 너무 크거나 엄마 취향이 아니라 입을만한 것이 없었어
작은 이모가 보면 이제 다른 사람이 입던 옷 물려 입지 말고
좋은 것으로 사 입으라고 할 거야.
그것도 길거리표가 아닌 괜찮은 옷을 사 입을 능력이 있으면서
왜 그렇게 누리지 못하고 사느냐고 야단을 하겠지.
생활이 나아졌다고 오랜 세월 그냥 편하게 입고 살던 습관이 쉽게 바뀔 것 같지 않아.
지금도 시장에 가면 저렴하게 파는 옷 가게들을 기웃거리는 것을 보면 말이야
좋은 옷을 입고 맛난 것을 먹고 좋은 집에서 사는 것만이 누리는 삶일까?
어디에서 살거나 어떤 옷을 입거나 상관없이
평안한 마음으로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사는 것 또한 행복한 삶이라 생각하는데
사람마다 행복을 느끼는 지점이 다른가 봐
그런 나를 이모들은 자꾸만 이모들이 행복을 느끼는 지점으로 데려가려고 해
이모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것 같아
엄마는 네가 지금 현재 있는 곳에서 함께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어
그것이 어떤 옷을 입느냐보다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야
없는 것을 바라보는 결핍의 삶이 아닌
있는 것을 누리며 행복을 창조해 갔으면 하는 엄마의 바람이야
누리는 삶은 먼데 있지 않고
지금 바로 네 곁에 있단다
안녕
소리를 사랑하는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