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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Dec 18. 2024

이마트에서, 극과 극

나타났다. 오늘도 역시 재빠르다. 그 분과 동선이 겹치면 시식은 물 건너 간다. 깡 마르셨다. 허리도 꼿꼿하다. 날쌘돌이가 별명이었을 수도.

점심 또는 저녁 시간대에 보인다. 물수제비처럼 시식 코너만 다닌다. 이쑤시개 들어 콕콕콕 다다닥 찝어 입으로 넣기까지 특수부대 출신 같다. 다음 코스를 겨냥해 슝 날아간다.


춥지도 않으신가. 달리니까 더운가. 빨리 뛰기에 적합한 차림이다. 스웨터 조끼에 헐렁 바지. 할머니가 나타나면 점원들의 시식 내놓는 템포도 한 박자 쉰다.


일 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처럼 사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가 철칙인 엄마의 훈육으로 아주 가끔은 할머니 용기가 부럽기도.


그런가 하면 이런 할머니도 계시다. 어제 "노점·청소로 모은 7억, 베개 밑 통장까지 건네고 떠난 할머니" [2024 아너 소사이어티] [1] '유산 기부' 故 홍계향 할머니, ​가 대문짝 만하게 신문에 나왔다.


기사에 따르면 "평생 노점상을 하면서 모은 돈으로 산 건물을 통째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 약정해 건물 매각 금액인 7억 1000만원을 기부했다.


이마트 할머니와 달리 모란시장에서 김·미역을 파는 노점상을 했다. 노점상을 접은 뒤엔 지하철 모란역 청소 일을 했다. 그 와중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재산을 사후에 기부하는 ‘유산 기부’ 제도까지 알고는 바로 모금회를 찾아 ‘평생 고생’이 담긴 집을 기부했단다.


홍 할머니는 친정 부모처럼 아껴준 남양종묘집 사장님, 쉬면서 일하라고 의자를 권했던 액자 공장 사장님, 이제 바닥 그만 좀 닦으라고 밀대를 뺏던 역장님 같은 분들 덕에 그 집에서 살 수 있어 돌려주고 가고 싶었단다.


독거노인 등에게 도시락 배달 봉사도 하셨는데 작년에 다리뼈가 부러져 고관절까지 골절되고 산소 콧줄도 달았는데 더 큰 병원으로 가기는커녕 약속한 돈은 손도 대지 않았다. ‘평생 이골이 난 고생 조금 더 하면 된다’고 했단다.


이마트의 시식 대신 홍할머니 기사로 잔뜩 포식 했다. 나라는 인간, 이할머니는 과연 무엇을 남길 것인가. 입맛을 쩝쩝 다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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