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일 수 있는 곳

요가원 앳하움 이야기

by 지인

처음 앳하움을 알게 된 건 한 글방에서였다. 어떤 분이 요가에 관한 글을 적어오셨는데, 평소 나름대로 요가를 좋아하는 요가인이라고 생각해왔던 터라 더 집중해서 읽어내려갔다. 그러다 한 문장에서 눈길이 턱 멈췄다. Forrest 수업에서 요가 선생님이 하셨다는 말. “여러분에게 이렇게 가르치고 있지만 저도 완벽하지 않아요.” 글쓴이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눈물이 났다고 했다. 완벽하지 않다는 말을 마음 편히 할 수 있는 분위기라니… 그런 말을 들으면 나도 완벽하지 않아도 될 것만 같다. 왠지 이곳에서는 요가 그 이상의 것을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던 어느 봄날, 나는 앳하움의 문을 두드렸다.



앳하움에서 한 요가는 운동이라기보다는 수련처럼 느껴졌다. 처음 요가원에 도착해 매트에 자리를 잡고 스트레칭을 하는 순간부터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몸을 움직이고 마지막에 두 손을 모아 ‘나마스떼’ 인사로 마무리할 때까지 몸과 마음은 분주히 자신의 일을 한다. 몸은 춤을 추는 것처럼 다운독과 아기 자세를 왔다갔다하며 굳어 있던 근육을 깨운다. 마음은 요가 자세를 취하느라 숨을 멈추고 있는 나에게 숨을 쉬라고, 내려놓고 다 펼쳐놓고 숨을 쉬라고 말한다. 이곳에서 지금 이 순간만큼은 긴장을 풀자고. 그러면서 때로는 내 몸이 이렇게 긴장을 많이 하고 있구나 알아차리기도 한다. 내가 무리하더라도 어려운 자세를 취하고 싶은 마음이 보일 때도 있다. 그러면 몸은 슬그머니 긴장을 좀 더 푼다. 그렇게 몸과 마음이 서로가 하는 얘기를 듣는 게 몇 번 반복되다 보면 어느새 수업이 끝나 있다.



어떤 날은 요가를 하러 갔지만 여러 가지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할 때가 있다. 부정적인 생각이 끝없이 이어지고 그 생각들에 잠식당할 것 같은 날들이다. 그런 날엔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요가원을 찾지만 불안하거나 우울한 마음은 좀처럼 쉽게 달래지지 않는다. 어딘지 굳은 표정이나 입꼬리가 내려간 표정으로 수련을 이어간다. 사바아사나를 할 때는 눈물이 고이기도 한다. 누워서 바라본 천장은 아득하고 멀어보인다. 내 삶을 내가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이 느껴져 서러워진다. 당시에는 너무 힘들기만 했지만, 돌아보니 요가원은 그 시절 나에게 슬픈 표정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였다. 억지로 행복한 표정을 지을 필요 없이 내가 나인채로 있어도 되는 곳. 눈물을 봐도 모른체해 주시고 슬퍼 보여도 아무것도 묻지 않았던 선생님들께 감사하다. 그저 평소처럼 대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이 글을 빌려 전해드리고 싶다.



인생에서 힘든 시기가 찾아올지라도, 우리 모두는 각각 그 일에 대처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빨리 하지 않아도 괜찮다. 천천히 천천히 어제보다 조금만 더 해보는 거다. 몸이 갑자기 성장하면 살이 트듯이, 마음도 너무 빨리 성숙해지면 상처를 남기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천천히 성숙해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때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긴 터널을 빠져나올 때까지 기꺼이 기다려주는 마음과 곁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충분히 슬퍼하고 아파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앳하움에서 나는 요가 수련 뿐 아니라 내 마음이 일상의 번잡함에서 떨어져 잠시 멈추는 경험도 하고, 적절한 거리감으로 나를 조용히 응원해주는 선생님들의 마음을 느끼기도 했다. 덕분에 나는 마음껏 슬퍼하고 울고 다시 마음을 다잡고 다음날을 기대해볼 수도 있었다. 어쩌면 힘든 시기에 나를 요가원으로 이끈 것은 요가원의 환대하는 분위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서 와. 이곳에서는 네가 너로 있어도 돼.’라고 말하는 듯한 공간.



앳하움을 알게 된 지 2년이 다 되어간다. 중간에 오랫동안 쉬기도 했지만, 띄엄띄엄 일지라도 앳하움과의 인연을 이어나갔다. 그러는 동안에 요가 자세가 나아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이전에는 멋진 요가 자세를 따라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는데, 이제는 ‘오늘 내가 가능한 만큼’만 몸을 움직이려고 한다. 그리고 요가 자세를 취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걸 이젠 안다. 1시간 남짓의 수업을 통해 우리는 자신을 만나는 게 아닐까. 내가 어떤 욕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주로 하는지, 어떨 때 웃음이 나는지, 언제 어색함을 느끼는지. 이 모든 것들은 내가 매트 위에서 배운 것들이다. 짧다면 짧은 시간동안 함께 모여 요가를 하며 우리는 자신과 대화를 나누고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요가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는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존재’이고 그래서 ‘숨 많이 쉬어요. 저도 그럴게요.’라는 선생님의 말을 들으며 나는 더 이상 외롭지 않아진다. 누군가는 내가 숨을 많이 쉬기를 바라고 있다. 누군가는 그 말을 떠올리며 숨을 쉬고 있다. 그래서 내게 요가는 연결이다. 끊어져 있던 회로를 다시 붙여 나에게로, 주변 사람들에게로 연결되게 하는 힘. 어쩌면 그걸 배우려고 다시 매트 위에 서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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