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안녕 파리. 샤를 드 골 공항 출국기.

파리에서 제다 거쳐 이슬라마바드까지.

(이전 이야기)

https://brunch.co.kr/@ragony/611




2024년 11월 20일 수요일.

파리 여행 7일 차. 총 여정 12일 차.

맑은 날 아침 몽마르트르 언덕 갔다가 호텔 체크아웃하고 샤를 드 공항 통해 출국해서 사우디 제다 경유하여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일터로 돌아간 이야기.




무서운 18구역에 있었지만 파리에서 머무른 6박 7일 간 나와 누나를 안전하고 따뜻하게 재워 준 앙글레테르 호텔 프런트 직원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고 체크아웃을 했습니다.


18구역을 지나 파리 북역에서 RER-B 공항열차를 타고 샤를 드 골 공항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동하는 동안의 사진은 한 장도 없어요. 배낭을 멘 두 명의 동양인은 순도 100% 여행객처럼 생겼으며, 18구역과 파리 북역은 우범지대이자 소매치기로 유명한 곳이라 스마트폰을 감히 꺼낼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사진 찍느라 두리번대는 그 순간이 바로 범죄 취약시간이라서요.



샤들 드 골 역까지 와서야 조금, 아주 조금 마음이 놓입니다.

RER-B를 타고 역까지 왔으면 역 터미널까지는 CDGVAL이라 불리는 공항셔틀을 타고 이동해야 합니다. 관광객 인심이 박한 프랑스이지만 CDGVAL 만큼은 무료군요.



제가 가야 할 터미널은 1터미널에 있으니까 1번만 찾아갑니다.



제1터미널에 왔습니다. 출국 시간과 항공편을 확인해 봅니다.

저는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행 15시 15분 발. 누나는 서울 직행 19시 30분 발. 현재까진 아무런 돌발없이 순조롭습니다. 누나 출발 시간은 좀 여유가 있어서 저 없이 혼자 못 가본 곳 더 관광하고 오라고 해도 무서운 파리에서 혼자 여행은 싫대요. 시간이 조금 아깝지만 공항 대합실에서 쉬는걸로.



사우디아 항공 카운터로 가서 발권을 하려고 보니... 뜨아... 수많은 인파와 끝없는 짐과 무질서. 중국인 저리가라 풍경. 체크 인 발권에만 한 시간 더 걸리겠네 하고 한숨 쉬는 순간, '아참, 나 보낼 짐이 없지?' 하는 뒤늦은 깨달음.



키오스크를 이용하여 셀프 발권을 해 보려고 합니다.

당연히 이미 예약해 놨으니 좌석만 확정하면 되거든요.



항공사 찾아서 여권 인증 누르고 여권 스캔하면 미리 예약했던 항공권 찾아서 좌석 확정하고 발권해 줍니다. 휴우, 하마터면 괜히 한 시간 줄 설 뻔했어요.


이제 슬슬 출국장으로 향해봅니다.



샤를 드 골 공항 28번 게이트 주변은 매우 깔끔했습니다. 아마도 리뉴얼한 지 얼마 안 된 듯?



창 밖으로 보이는 공항 풍경은 언제나 시원시원합니다.

저 빌딩 사이즈만 한 대형 항공기를 가까이서 바라보는 느낌도 언제나 경이롭고요.


'저게 정말 하늘에 동동 뜬다고?'


네. 동동 떠 다녀요. 어릴 적 과학시절에 항공기 익형이 유선형이고 그래서 베르누이 공식에 의해 어쩌고 해서 양력이 만들어져서 비행기가 뜬다고 배웠는데 그거 다 개소리라고 하죠.(좀 더 엄밀히 말하면, 비행기 날개 전면에서 나뉜 공기의 흐름이 날개 끝에서 만난다는 가정 자체가 검증이 안 된 가정일 뿐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게 양력효과의 전부라고 한다면 배면비행 시 비행기가 추락하지 않는 현상이 설명이 안 되어요.) 현대과학으로도 비행기가 뜨는 진짜 원리를 100% 잘 설명할 수 없대요. '해 보니까 뜨더라'가 진짜 과학에 가장 근접한 답이라고 합니다.



암튼 그건 그거고, 탑승까지 얼마간의 시간이 좀 남아있으니 늦은 브런치를 먹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공항 내 물가, 미친듯이 비싸긴 하지만, 이런 럭셔리하고 깔끔한 곳에서 누나랑 다정하게 먹는 기억의 비용으로는 크게 아깝지 않을 거예요.



피자 한 조각에 아메리카노 한 잔.

소박한데 무지무지 비쌌답니다. 분위기만 냈어요. 어차피 탑승하자마자 기내식 먹을 거니깐.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가 있었어요.

어려선 나중에 어른되면 게임기 사서 원 없이 게임이나 해야지 했었는데, 막상 나이가 드니 체력도 부족하고 눈도 침침하고 마누라 눈치도 보여서 그 또한 불가하다는. 뭐든 즐길 나이가 있는 법입니다. (그래도.. 그럼에도... 은퇴하면 게임기 사서 어드벤처 게임 해야지 하는 소박한 바람은 있다는...)



공항 내 기념품점은 비쌉니다. 많이 비쌉니다.

미리 노점에서 사 오길 잘했어요. 예쁜 것들 눈에만 잘 담아 오는 걸로.



제가 타고 갈 사우디아 항공의 항공기가 이륙할 자세를 잡고 있군요.



서울로 논스톱 복귀할 누나한테 작별인사 하고 비행기에 탑승합니다.



오~ 사우디아 항공에도 기내서비스가 한국어 지원이 되는군요.

타 국 항공사에서 모국어 지원이 되는 확률, 얼마나 높다고 생각하세요? 어마어마한 국력의 영향력을 느끼며 한국인인 것이 자랑스러운 순간들입니다.



딱 봐도 중동스러운 무늬의 웰컴 파우치를 줍니다. 안대, 양말, 칫솔세트, 귀마개가 들어있습니다.



드디어 파리 이륙.

잘 있어요. 파리지앵.

다음에 또 올 일이 있으려나.

암만 생각해도 없을 것 같은데.

암튼 바이바이.

sticker sticker



기내 서비스 주전자도 지니의 요술램프 느낌이 나지요? 웰컴 티와 빵을 줍니다.



중동 국적기의 비행기답게 비행기 안에서도 메카의 방향을 알려줍니다.

비행기 안에선 기도할 공간도 없어 보이는데도? 1등석에선 가능하려나?



기내식은 파스타면 먹었는데요, 무슨 맛이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군요. 벌써 거의 1여 년 전 일이니...



기내서비스 영화도 보고 졸다 깨다 하다 보니 벌써 내릴 시간.

사우디 제다에 도착했습니다.

오래 살고 볼 일이야. 제다엘 다 와보고.



제다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연결 항공 여유시간이 도착 후 재출발까지 3시간 정도면 되는 일정이라 경유 편 치고는 그리 고생스럽지 않습니다. 02:15 새벽에 출발하는 이슬라마바드 행 비행편 정보가 뜨는군요. 역시 계획한 그대로입니다. 연착도 결항도 없습니다. 다행입니다.



제다 공항 안에는 커다란 진자가 왔다 갔다 하고 있어서 신기한 맘에 찍어봤습니다. 자전하는 지구를 설명하려 했던 걸까요. 무슨 의미를 담은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세계 어딜 가나 있는 스벅도 있네요.



금방 연결 편 항공기 탑승시각이 되었습니다.



응? 비행기 날개가 찢어졌나? 이걸 타고 왔었다고? 싶어 사진을 유심히 보니 그냥 전면플랩 그림자입니다.



기내식은 파키스탄 식 풀라오를 줍니다.

풀라오는 야채고기양념들과 함께 찐 쌀밥입니다. 안남미를 써서 찰기가 없어요.



이슬라마바드 행 비행기는 저렴이 버전인가 봅니다. 등받이엔 접이식 식탁 말고는 아무런 기내서비스 전자장비가 없습니다.



익숙한 고향집 풍경이 눈에 들어오는군요.

미세먼지 자욱하고 황무지에 드문드문 건물들이 보이는 곳.

이슬라마바드 외곽 공항 주변 풍경들입니다.



나 태워주느라 수고했어.

사우디아 항공 비행기하고도 작별하고요.



단출한 배낭의 입국객에게는 세관에서 아무런 시비를 걸지 않습니다.

파키스탄 입국장도 무사통과.



미리 예약해 둔 차가 저를 맞으러 나와있군요.

이 또한 무탈하게 잘 마무리.



2024년 11월 9일 토요일부터 11월 21일 목요일까지. 11박 13일간의 친누나와 함께 다녀왔었던 영국 런던 - 프랑스 파리 여행기는 이걸로 마칩니다.


100여 편이 넘는 긴긴 여행기, 매번 응원하고 같이 즐겨 주신 애독자님과 이웃 작가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sticker sticker






※ 다음 이야기 : 그냥 끝내기는 아쉬워서 써 보는 여행기 에필로그.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