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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Jan 18. 2022

[필로어스 '위대한 질문'] 월든편 '고독을 환대하기'

2일차

Q. 사색하는 것 (깊이 생각하는 것)이 어떻게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할까요?


"우리는 깊이 생각함으로써 아주 건전한 의미로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다. 의식적으로 심적 노력을 기울여 우리 행동으로부터 한 발짝 초연히 물러서서 그 결과를 살펴볼 수 있다. 좋든 나쁘든 모든 것은 우리 옆을 격류처럼 흘러간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시민 불복종』, 이종인 옮김, 현대지성, 2021, p.181 인용. -


"우리는 잡담을 나누는 모임을 잠시 멀리하고 오로지 생각만으로 자신을 격려할 수는 없을까?"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시민 불복종』, 이종인 옮김, 현대지성, 2021, p.181 인용. -



“사람들은 그 시간이 의미 없다고 하지만
그것은 내게 곧 정신과 시간의 방이야
아무도 방해 못하는 빛나는 순간이야
이 터널을 지나 더욱 큰 나를 찾아 가니까”

- 소리헤다, <침묵> (With R-est, Kaedemelodii) -



 전세계적인 코로나 유행 때문에 오랜 세월동안 수많은 이들이 활동에 제한을 받고 있다. 이러한 팬데믹 고립(pandemic solitude)이 주는 타격은 경제적, 정치적, 의료적 관점 등에서 볼 때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코로나가 유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국제무역을 포함한 실물경제 전반이 위축되었고, 그에 따라서 정치적으로는 미-중 갈등에 다시 불이 타올랐으며, 코로나 때문에 직간접적으로 목숨을 잃거나 위중증 환자가 되는 인구도 많아졌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상황은 여기에서 더 나아갈 기색이 보이지 않고 계속해서 제자리걸음이다.



 심리적인 측면에서도 '코로나 블루'(Corona Blue)라고 해서, 장기화된 코로나 팬데믹 상황 때문에 일상 생활 및 사회적 교류에서 지장이 생기면서 사람들이 우울감을 겪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의 국민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국민 "5명 중 1명이 우울 위험"에 놓여있으며, "심리상담, 정신과 치료 등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비해 증가"했을 정도로 적지 않은 사람들의 정신 건강이 나아지지 않고 악화되는 듯하다. 아무런 준비도 못한 상태에서 불어닥친 팬데믹 고립은 사람들에게 정신적으로도 큰 타격을 주었다.1



 그런데 최근에 <Frontiers in Psychology> 학술지에 게재된 한 심리학 논문은 이러한 팬데믹 고립이 끼친 긍정적 영향도 있다고 역설한다. 의도치 않게 장기간 고독을 체험하다보니 사람들이 자기계발에 시간을 쏟거나 하면서 자율성도 증가했다고 한다. 해당 연구에서는 모든 연령대에서 43%나 되는 응답자들이 팬데믹 고립은 자기계발이나 다양한 활동들에 시간을 쓰게 함으로써 관련 능력을 기르게 해주었다고 답했을 정도다. 일반적인 관점에서도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고독에 대한 적응과 학습이 일어나고, 그에 따라서 외로움의 부정적 요소들이 줄어들고 삶의 질도 향상된다고 한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우리에게 어쩔 수 없이 주어진 고독이라 하더라도 잘만 활용한다면 역으로 얻어낼 수 있는 이점들도 많다는 뜻을 함축한다.2



 소로는 우리들에게 "잡담을 나누는 모임을 잠시 멀리하고 오로지 생각만으로 자신을 격려"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를 권한다. 그렇게 외부 세계의 자극을 줄임으로써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할 시간을 갖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남들은 물론이고 나 자신에게서도 멀찍이 떨어져서" "인생이라는 연극"을 바라보는 "구경꾼"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가만히 앉아서 깊이 생각에 젖을 때 비로소 "한 발짝 초연히 물러서서" 나 자신을 자연과 더불어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모든 것은 우리 옆을 격류처럼" 흘러갈 뿐이며 그것을 붙잡으려 발버둥쳐봤자 미련한 짓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언젠가 깨닫게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할 정도로 기나긴 팬데믹의 고독이 우리를 덮쳤지만 주어진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현실은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면 월든에서 근 2년동안 묵묵히 살아온 소로처럼, 내게 찾아온 고독을 있는 그대로 느끼며 정다운 벗으로 환대하는 삶도 괜찮지 않을까?



1 보건복지부, 「2021년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 분기별 결과 발표 참조. (https://www.mohw.go.kr/react/al/sal0301vw.jsp?PAR_MENU_ID=04&MENU_ID=0403&page=1&CONT_SEQ=369669&SEARCHKEY=TITLE&SEARCHVALUE=%EA%B5%AD%EB%AF%BC+%EC%A0%95%EC%8B%A0%EA%B1%B4%EA%B0%95)


2 Medical Express,「Pandemic solitude was positive experience for many」 참조. (https://medicalxpress.com/news/2021-11-pandemic-solitude-positive.html?fbclid=IwAR0h5uaRiLPlbwxB9_Vxq5Ge-0_JlYs5SUi9vyI4XetNEABoi3Ed6CoTyos)


더 자세한 연구정보에 대해서는 다음 논문을 참조. Netta Weinstein et al, What Time Alone Offers: Narratives of Solitude From Adolescence to Older Adulthood, Frontiers in Psychology (2021). DOI: 10.3389/fpsyg.2021.714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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