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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inante Oct 19. 2022

사고 발생 당일부터 2주 차까지

골절 일기 1


[들어가기에 앞서]


이 글은 과거에 작성한 저의 골절 일지입니다. 발등 골절상을 입고 수술과 비수술의 경계에 있던 저는 5주간 통깁스를 한 후 수술하지 않고 보존치료를 했습니다. 완전히 낫는 데는 10개월 이상이 걸렸고 2년 정도 시간이 지난 지금은 정상적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발등의 리스프랑 부위가 손상될 경우 전문가와 충분히 상담 후 심사숙고하여 수술/비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적절한 시기에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으면 몸의 하중으로 인해 아치 형상을 이루고 있는 발등이 점점 내려앉아 발의 모양에 변형이 오거나 관절염으로 고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수술 보존치료에 대한 정보가 드물어서 힘들었던 시간을 떠올리며 저의 경험담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사고 발생 당일]

산행을 하다 2.5미터 정도 높이의 구름사다리에서 떨어졌다. 순간적으로 발바닥이 찢기는 듯한 느낌이 발전체를 관통했고 발등이 손도 못 대게 아파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심상치 않은 통증 때문에 혼자서 걷는 것은 아예 불가능했고 부축을 받은 상태에서 발 앞꿈치를 디디지 못하고 뒤꿈치로 절뚝이며 하산했다. 아버지 지팡이를 가지고 갔던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이 날 119를 불러 바로 응급실로 갔어야 했고 2주 정도 입원을 했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때 나는 부상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발꿈치로 평소 하던 일을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사고 당일 골절이나 인대 손상을 인지 못하고 관리를 못해서 수술로 가는 것 같다. 오진도 많은 것 같고..

추석 연휴기간이라 병원들이 문을 닫았고 전문의가 자리를 비운 병원에서 당직 의사로부터 엑스레이 상으로 뼈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는 소견을 받았다. 곧 간호사가 반깁스를 해 주었고 크게 걱정하지 말라는 위로의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진통제를 먹어도 통증 때문에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점점 퉁퉁 부어오르는 발바닥과 발등에 연신 얼음찜질을 하고 3일째 방문한 병원에서 CT를 찍은 결과 1번과 2번 중족골 부분에 골편이 보이고 리스프랑 인대 손상이 의심된다고 했다. 이때만 해도 리스프랑이라는 단어가 생소해서 사태의 심각성을 몰랐다.
 
첫 번째 의사 선생님은 보존 치료를 권하셨다. 나이가 지긋한 족부 전문의였는데 수술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를 많이 봐왔기 때문에 내 경우에는 수술하지 않는 편이 나을 거라고 하시면서도 한참을 망설이셨다. 잇따른 설명은 수술해도 관절염, 수술하지 않아도 관절염이 온다고 했다. 수술할 수도 있지만 부기가 빠질 때까지 일단 통깁스를 하고 상태를 지켜보자고 하셔서 통깁스를 시행했다.


[2주 차]

통깁스를 하게 되면 샤워가 가장 큰 문제이다. 깁스 안으로 물이 들어가면 피부 괴사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깁스용 방수커버라는 것을 구입하고 보건소에서 휠체어를 대여했다. 다친 발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으려면 목발에 의존해서 한 발로 생활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했다. 처음 사용해보는 목발은 어색하고 불편했다. 특히 옆구리가 아팠는데 휠체어가 있으니 한결 편안했다.

방수커버를 시험해보려고 샤워를 하고 물 한 방울 안 들어간다고 좋아하면서 욕실에서 나오려는 찰나, 욕실 문턱을 목발로 짚다가 헛디디는 바람에 꽈당~! 통깁스 발꿈치에 정통으로 2차 충격이 가해졌다. 넘어짐과 동시에 반사적으로 양손을 이용해서 바닥을 짚긴 했는데 발등이 심하게 얼얼하고 아파왔다. 일주일 동안 얼음찜질하고 살짝 좋아지려는 찰나에 이를 어쩌나..ㅠㅜ


다음날 다시 찾은 병원에서 급히 통깁스를 깨고 MRI를 시행했다. 부기가 안 빠진 상태에서  MRI를 찍으면 인대가 정상으로 나올 확률이 높다고 해서 기다리는 중이었는데.. 2차 사고로 인해서 불가피하게 촬영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너무 무섭고 긴장이 되었다. 촬영 결과 중족골 1번과 2번 주변의 네 군데에서 작은 뼛조각들이 발견되었다. 리스프랑 인대가 부분 파열되었지만 1번과 2번 사이의 관절이 크게 벌어지지는 않았다고 했다. 다행히 통깁스와 두 손바닥이 2차 손상이 커지는 것을 막아준 것 같다.



* 중족골발목뼈와 발가락뼈 사이에 있는 다섯 쌍의 발뼈로써 발 허리뼈(Metatarsal bones)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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