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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임 Jan 17. 2021

일요일 오후, 장판, 휴식

2021.01.17

  주말이 오기를 일주일 내내 기다렸다. 금요일 저녁엔 주어진 자유가 너무 벅차고 아까워 쉽게 잠들지도 못했다. 늦게 잠이 들었고 이른 시간에 눈을 떴다. 주말에는 여유롭게 해야 할 일들을 처리하고 날 위해 꽤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할 계획이 있었다. 그러나, 일은 손에 잡히지 않아서 파일 하나도 제대로 열어보지 못했고 돈이 아까워 끼니는 집에 남아있는 누룽지, 단백질 셰이크와 라면 같은 것들로 해결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려고 유튜브에서 지난 예능이나 드라마 같은 영상들을 잔뜩 틀어 놓고 보니 벌써 일요일 오후가 된 것이다. 아차 싶어 클래식 음악을 틀어두고 글을 읽기 시작했다. 다섯 번째 문장쯤에서 눈꺼풀이 너무 무거워 도저히 글이 읽히지 않았다. 급한 대로 잠깐 바닥에 누웠는데 그대로 잠이 들었다. 나는 그제야 알았다.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눈을 감고 누워있는 그 따뜻한 장판 위가 너무 좋았다. 충분한 휴식은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눈을 감고, 이렇게.


  나는 그동안 스스로에게 얼마나 가혹한 사람이었나.. 앞으로 2주 동안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못하는 일들을 해야 한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조급하지 않아야 하고, 스스로를 위한 충분한 시간을 주어야 하고, 어떠한 부정이나 긍정 없이 주어진 몫을 다 해내야 한다.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고 이 시간을 잘 통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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