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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노 Jul 25. 2020

안 맞는 19년 지기 친구

나에겐 유치원 때부터 함께해온 19년 지기 친구가 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친구들 가운데 가장 알고 지낸 지 오래된 친구인데도 성격은 가장 안 맞다.

전화를 자주 하는데 통화를 하다 보면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서 투닥거릴 때도 있고

서로 기분이 상하는 경우도 다사하다.

내가 말하려는 의도는 그게 아니었는데 다른 반응을 보이는 친구를 보면 당황스럽기도 하고

나 또한 친구의 말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을 친구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며 당황스러워하기도 한다.

취향, 성향, 성격 모든 것들이 다르다.


안 맞는 성격 탓인지 전화를 끊고 나면 기분이 좋지 않으면서도

또 특이하게 며칠 뒤면 다시 연락을 한다.


한 날은 부산에 사는 친구 집에서 자는 날이었는데,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는 이런 말을 했다.

"너랑 한번 해외여행 가보고 싶다. 성격은 진짜 안 맞는데 또 잘 맞을 땐 잘 맞아서

너랑 여행 가면 재밌을 것 같아."


친구가 말한 문장에는 우리의 알 수 없는 독특한 관계를 함축해서 나타내고 있었다.

그렇다. 정말 안 맞는다고 생각했고, 얘기를 하다 보면 짜증 날 때도 많았는데 

우리가 이렇게 오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꽤 잘 맞았던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서로 기분이 상해 틀어지면서도 또 금방 며칠 지나지도 않아서 금방 화해하는 것을 보면

안 맞지만 또 어느 부분에선 잘 맞기 때문에 관계가 이어지는 것이라 생각이 든다.

100% 맞는 사람은 없고, 또 어떻게 보면 100% 안 맞는 사람도 없다.


그리고 우리는 너무나도 오랜 시간을 봐왔기 때문에 가족만큼 편해서 그런지 말을 쉽게 하기도 한다.

어려운 사람에게는 행동을 조심스럽게 하고 말을 함부로 못 하지만 편한 상대에게는 비교적

쉽게 하고 감정표현도 스스럼없이 하기 때문에 분명 말실수를 하게 될 수도 있고,

서로 기분이 상하게 될 수 있다는 점도 많다.


너무 안 맞아서 그냥 관계를 끊어버릴까 생각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생각해보니 안 맞았던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너무 편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조심성이 없었던 우리가 토라지는 상황들이 잦았던 것이었다.


사람이라는 것이 보고 있으면 짜증 나는데 또 보이지 않으면 그리운 법이다.

친구와 말싸움을 하거나 작은 언쟁으로 서로가 기분이 상했다면

당장 관계를 끊아버리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잠시 거리를 두고 시간을 두어 생각을 해보았다가 다시 만나서 얘기를 한다면

또 좋았던 부분으로 되돌아갈 수 있으니까.


나의 19년 지기 친구와 해외여행을 가면 분명 서로 취향도 안 맞고 싸울 것 같아서

해외여행은 가지 않을 거지만 국내여행이라도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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