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에 퇴근을 하고 7시에 학원에 갔다가 10시에 수업이 끝나서 집에 도착하면 10시 20분.
아무것도 하기 싫다. 피곤하고 귀찮고 찌뿌둥하다.
하지만 집에 가면 할 것들이 많다.
설거지, 바닥청소, 어지럽혀진 화장대 정리, 샤워하기.
집에 오면 씻지도 않고 바로 누워서 자고 싶은데 해야만 하는 것들이 있을 때
예전의 나는 생각 없이 폰만 보다가 대충 씻고 바로 잤다.
해야 할 것들은 내일, 모레로 미뤄뒀다.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 보니 일상 또한 무질서하게 흘러갔고 하루의 시작이 깔끔하지 않으니
그날 내 하루도 엉망이 되는 것만 같았다.
설거지를 하려고 하다가도 손끝 하나 움직이는 게 귀찮아서 고개는 스마트폰으로 돌아가고
손가락만 까딱까딱 움직이며 하릴없이 인스타 피드만 내려다봤다.
그렇게 게으르고 귀찮아했던 내가 이제는 집에 오면 설거지와 청소와 모든 해야 할 일을 끝마친다.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었을까. 그냥 억지로 했던 걸까?
아니다. 내가 이렇게 바뀐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이것에서부터였다.
바로 '좋아하는 노래 듣기'
난 좋아하는 취향의 노래가 정해져 있다.
당장이라도 썸을 탈 것 같은 사랑스러운 가사의 노래들. 예를 들어 406호 프로젝트의 '넌 나 어때'
같은 풍의 노래를 좋아한다.
여기서 단순히 노래를 들으면서 한다고 그게 뭐 대단한 이유인가 싶겠지만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르게 나는 순서가 다르다.
그게 무슨 말이냐면,
청소를 하기 위해서 노래를 듣는 것이 아닌
노래를 듣기 위해 청소를 하는 것으로 생각 전환을 한 것이다.
청소를 하기 위해서 노래를 듣는 건 우선순위가 내가 싫어하는 청소이기 때문에
이 역시 집에 오면 부담스러운 일거리로 생각하기 쉽지만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듣는데 가만히 있기 심심해 손이라도 움직여보자며 청소를 한다는 것은
정말 다른 결과를 나타낸다.
내가 하기 싫어하는 것들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노래 때문이 아니라 우선순위를 다른 곳에 두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한 가지 일을 할 때 그것만 하기엔 굉장히 지겨운 것들이 있다.
노래도 무언가를 하면서 들으면 좋지만 몸은 고정되어 있는 상태로 노래만 듣는다면 지루하다.
여기서 내가 해야 할 '일'들은 음악 감상을 하기 위한 도구로 만들어버렸다.
이렇게 생각 전환을 한 뒤 모든 것들이 바뀌었다.
더 이상 청소는 귀찮은 것도 아닌 미뤄야 하는 것들도 아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하게 되는
하루 일과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매일 똑같은 노래를 듣는 것도 싫증 나니 일주일에 한두 번은 새로운 노래를
찾아보면서 작은 재미도 추가하고 있다.
오늘도 난 청소를 하기 위해서 노래를 듣는 것이 아닌 노래를 듣기 위해 청소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