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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정캔디 Mar 19. 2022

부활절  미국친구 가족파티 초대받다

운명의 친구를 만나다

Episode 3


나는 1년만 미국에서 공부하는 계획을 세우고 갔지만 현이의 경우 1년이라도 어리기 때문에 한국어를 금방 잊고 새로운 언어를 습득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현이에게 집에서는 무조건 한국말을 하도록 했다.

주일에 권사님이 다니는 교회에 가게 되었는데 꽤 규모가 있는 교회여서 그런지 토요일에 한글학교를 운영하고 있었고 나는 얼씨구나 하고 등록했다. 현이는 한글을 이미 읽고 쓸 줄 알지만 다시 한국에 갔을 때 최소한으로 어려움이 없도록 하고 싶어 한글학교에 입학해 공부하도록 했다.  

한글학교에서는 태권도며 소고 춤이며 인근 럿거스대학 Rutgers University에 다니는 한국학생들과 미국학생들 그리고 태권도장을 운영하시는 한국인관장님이  봉사활동으로 한글학교에 와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오히려 우리나라에 있을 때 보다 우리 문화를 더 많이 접할 수 있었던 아이러니한 경험이었다.

결과적으로 한글학교 보낸 것은 너무 잘한 일중 하나가 되었다. 이곳에서 나의 절친이 된 Jeani 가족을 만나게 되었으니…




어느 날 럿거스 대학에서 한국교포학생들이 풍물 공연을 하는데 우리 한글학교아이들을 출연시킨다고 해서 토요일에 한글 수업 후 풍물 수업을 더 남아서 몇 번 연습을 했다.

이때부터 Jeani와 남편 John과 친해지게 되었는데 이 친구들은 자신이 낳은 아이 한 명과 한국아이 두 명을 입양해 3명의 자녀가 있었다. 한국 아이들에게 한국에 대해 알려주고 싶어 한글학교에 등록해 다니게 한 정말 너무 훌륭한 부모다. 마음 한편으로는 한국의 입양아 현실에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한 복잡 미묘한 감정을 느끼면서 이 친구들의 입양에 대한 열린 마음이 존경스러웠다.

럿거스대학에 가서 공연 때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었는데 이 친구들은 처음에 내가 먼저 말 걸고 이야기를 해서 깜짝 놀랐다고 한다. 보통 한국인이나 아시아인은 적극적으로 말하거나 하지 않는다고....

내가 좀 사람을 낯설어하지 않아서 인사를 잘하다 보니 그런 듯하다. 아이들은 소고춤과 태권도공연을 어설프지만^^ 무사히 끝냈다.

  

태권도에 진심인 미국 사범님들                                           럿거스대학에서 소고춤공연 중



Jeani의 아이들인 John (아빠와 이름이 같다. 현이와 동갑), Joe(한 살 어림) 그리고 Luci(현이보다 3살 어림)는 이후 자주 만나게 되었다. Jeani와 John은 우리를 Easter Day(부활절) 가족 파티에 초대했다. 내가 사는 Eatontown에서 40분 정도 떨어진 Jackson이라는 곳에 사는데 당시만 해도 미국에서 운전을 하고 다닌 지 한 달 좀 넘었기 때문에  낯선 곳에 가려면 어찌나 용기가 필요하던지... 게다가 그동안 다녔던 곳들은 모두 미리 다른 사람들의 차를 타고 가본 곳들을 내가 이후 운전해서 갈 수 있었지만 Jeani 집은 진짜 어떻게 갈지 심장이 벌렁거렸다.

사실 난 정말 쫄보다. 고속도로를 타는 것도 무섭고 아무리 GPS를 사서 장착했다 해도 무서운 건 무서운 거다. 그래서 미리 주행모드로 놓고 길을 빨리 가기로 해서 미리 보기를 했다. 낮에 점심시간으로 가는 걸로 주일아침예배 마치고 바로 출발했는데 처음 가는 집이니 뭘 사가야 할지 몰라 경란언니 (교회도 같은 교회였다)에게 물어보니 미국인 친구 집에 초대받아 잘 됐다며 꽃을 사가라고 했다. 꽃을 어디서 파냐 하니 보통 일반 마트에서 다 판다고 한다. 그래서 가는 길에 마트에 들르니 정말 마트에 꽃을 파는 코너가 있었다. 오~신기해라~~ 역시 문화가 다르구나를 여기서도 느꼈다.




꽃을 무사히 잘 사서  운전해 가는데  지평선이 보이는 평평한 미국도로를 달리다 보면 어쩜 이렇게 앞을 가리는 게 없을까 신기했다.

문제는  창문코팅을 짙게 할 수가 없어서 (법에 규정이 있다. 영화에서는 시꺼멓게 코팅 한 차 많던데...) 햇빛 때문에 어찌나 왼쪽 얼굴이 다 타는지... (이때 이후 왼쪽 얼굴이 주름이 더 많다) 선글라스를 껴도 햇빛이 강해 많이 힘들 정도다.

길 양 옆으로 나무들이 우거진 곳을 지날 때면 나니아 연대기나 해리포터에 나오는 숲들이 연상될 정도로 평평한 곳에 숲이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 펼쳐진다. 우리나라는 산들이 많아 나무는 산에 있다는 생각을 하는데 뉴저지는 그냥 평평한 숲이 많이 있다. 그러다 보니 중간에 사슴이 튀어나오는 경우도 있고 작은 동물들이 나와서 차에 치는 경우도 많다. 사슴의 경우는 차도 정말 망가진다고 해서 숲 옆을 지날 땐 더 불안했다. 도로를 달리다가 집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낮은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하면 또 다른 타운에 도착한 것이다.




친구네는 Jackson이라는 town에 살고 있는데 유명한 놀이동산인 Six Flags가 20분 거리에 있는 곳이다. 뉴욕에서도 Six Flags 가고 싶으면 Jackson으로 와야 한다. 마치 용인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집 앞 앞마당에 차들이 몇 대 서 있었고 현관에서 노크를 하니 잘 차려입은 친구 Jeani가 내려와 반갑게 맞아주었다. 집에 들어가니 바로 계단이 위로 올라가게 되어있고 2층에 거실 키친 방들이 있는데 거실과 부엌에 가족들이 가득했다. 모두에게 소개를 일일이 해주고 그날의 요리를 주재한 호스트는 Jeani. 가족들과 인사를 하는데 형부들과 언니들 엄마 아빠 그리고 John의 부모님인 시어머니 시아버지까지 모두 인사했다. 나중엔 이름도 다 잊어버리고 누가 누군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내가 가져간 꽃을 너무 고마워하며 바로 꽃병에 꽂아서 테이블에 놓는 것을 보며 기분이 좋았다. . 이 가족은 모두 카톨릭이라 Jeani 아빠가 대표기도를 하고 함께 기도 후 먹고싶은 것을 접시에 덜어 먹었는데 구절판도 보이고 한쪽에 음식을 출장 뷔페처럼 세팅했는데 잡채와 김밥도 있었다. 지니가 아이들 입양후 한국문화에 워낙 관심이 많고 음식 하는 것을 좋아해서 한국요리도 자주했다고 한다... 뉴저지의 집답게 뒷마당이 넓어 아이들은 먹고 바로 뒷마당에 가서 노는데 이날 울 현이 첨으로 두발자전거 타기 성공한 날이었다.

왼쪽파란셔츠가 Jeani 아빠 (작년에 돌아가셨다.  2019년 뵌것이 마지막이 되었다. 너무 그리운 분)

 



함께 식사하며 나에게 가족들이 이런 저런 질문들을 하는데 모두 어떻게 아이와 둘이 와서 공부를 하냐며 놀라워하고 영어를 어떻게 배웠냐며 전에 미국에 왔었냐고 칭찬했는데 사실  깊이 있는 대화는 60%정도만 들렸기 때문에 자유로운 대화를 위해 더 공부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때 미국에 온지 두 달도 안된 때라 의지가 더욱 활활 타올랐던 것 같다. 서로 자유롭게 먹고 이야기하며 있는데 왠지 지니 남편 John의 분위기가 별로 안 좋아 무슨 일 있냐고 지니에게 물으니 자기 형부가 자꾸 눈치 없이 존이 싫어하는 행동을 계속 해서 기분이 안 좋다고 얘기해주었다. 존하고 형부는 성격이 안 맞아 상극이라고... 아~ 한국이랑 똑 같구나... 그리고 이런 명절에 친정부모님과 시부모님이 다 함께 모이냐 했더니 집이 멀지 않아 그렇다고 하며 집도 서로 돌아가면서 모이는데 이번에 지니네서 모일 차례라 서로 잘하는 음식 나눠서 요리해 왔다고.

시댁과 친정의 거리를 물으니 친정은 차로 10분, 시댁은 차로 한 시간 거리라고 했다. 후에 우리는 지니 부모님 집에 큰 수영장이 있어 초대받아 몇 번이나 가서 현이는 아이들과 수영하며 놀 수 있었다. 미국에서 가족이 이 정도의 거리에서 사는 건 정말 드문 경우다. 내가 친정이 더 가까우니 훨씬 좋겠다고 시댁은 먼 게 좋지 않냐 물으니 지니가 당연하다고 대답했다. 내가 '한국도 그래' 하며 서로 박장대소했었다.

사람 사는 건 어디나 똑 같다는 걸 확실히 깨달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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