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했던 내가 프리랜서가 되기까지
얼떨결에 졸업하자마자 프리랜서가 되었다.
이렇게 말하면 졸업 전부터 이미 엄청난 대기업의 수주를 받은 탈 학부생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매우 대단히 아쉽게도 그건 아니고,
진로 고민을 하다가 나에게 조금만 더 유예기간을 주기로 했다.
프리랜서는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모두 담을 수 있는 직업 같아서
엄마 아빠에게 아주 당당하게 으름장을 놓았다.
12살 노홍철처럼 성적표가 나올 날은 지났지만,
취업이라는 숙제 같은 검사표에 미리 선수치기를 했다.
"나 1년 동안은 하고 싶은 거 할 거야. "
나름 선언을 하긴 했지만, 나도 뭔가 안전장치를 두고 싶었다.
'프리랜서 되는데 뭔 안전장치?'라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플랜 B까지는 세워두는 J라서
만에 하나 취업 시 생기는 공백기를 최대한 줄이고자
졸업 유예를 신청했다.
처음엔 자신감이 없는 행동이었나 싶다가도
꼭 사람이 모 아니면 도로 극단적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난 모험을 감수하는 인디아나 존스는 못되지만
'안전벨트를 맨 모험가' 정도는 할 수 있다.
고등학교 때만 해도 난 진로가 너무 명확했고, 확고했다.
(지금 생각하면 미래를 중3 때 정한다는 게 다소 귀여운 발상이긴 하지만)
그때 나는 그림과 게임에 미쳐있었으니까...
미쳤다는 표현이 좀 웃기긴 하지만, 진짜 미쳐있었다.
초ㆍ중학교 때 게임만 했다 하면 10시간 이상씩 했고,
게임을 안 하면 그림만 그렸다. (그야말로 너드의 학교 생활이다)
게임중독자를 둔 딸내미가 커서 뭐가 될까 노심초사해
엄마는 키보드와 마우스를 제거하는 노력을 몇 번씩 시도했다.
그러나 나는 정말 미쳐있었기 때문에
키보드가 없으면 화상키보드로...
마우스가 없으면 타블렛으로...
아무튼. 어쨌든. 게임을 계속했다.
게임은 엄마가 반대했지만, 그림만큼은 또 하고 싶은 걸 하라며, (게임은요..)
밀어주었던 엄마 아빠이기 때문에 중3 때부터 미술학원을 다니며 원 없이 그림을 그렸다. (감사합니다...어머니아부지)
그렇게 대입을 위한 만반의 학생부와 실기를 준비하고,
어디에서 내 배움을 증진시킬 수 있을까 학과를 찾던 중
'디자인 입시'로 진학할 수 있는 게임 학과가 몇 개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그나마 3년 내내 꿈꿨던 홍대 게임그래픽과를 최종 문턱에서 넘지 못하고,
공주대 디자인 학부에 진학하게 됐다.
당연히 원하는 학교에 입학하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실기 시험을 치러 갔을 때 봤던 황량한 도시의 풍경이
어쩐지 내가 생각한 캠퍼스 라이프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