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휘유 Jul 13. 2020

에르메스 가방을 준다 해도, 시아버지의 손 편지


저에게는 에르메스 가방을 준다고 해도,

바꾸지 않을 저만의 보물 상자가 있습니다.


지치고 힘들 때, 낙심한 저를 위해 응원과 사랑의 메시지를 주는 그런 신통방통한 것입니다.


제가 아무리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한다고 해도, 뭔가를 모으는 것을 싫어한다고 해도 이것만은 평생 가지고 가려합니다.


지금까지 받은 손 편지들과 중요한 순간을 찍어 두었던 폴라로이드 사진들, 이것들을 담아 저만의 보물 상자를 만들었습니다.


자그마치 15년이 넘도록 차곡차곡 모아 왔습니다.





살다 보니 내가 계획했던 일들이 잘 풀리지 않고, 때론 아주 더디게 진행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현실이 진행되면 나의 마음은 좌절을 하게 되고 심한 경우에는 우울을 경험하게 될 때도 있습니다.


스스로에게 힘과 용기를 주고 싶은데 그것이 쉽지가 않지요.


아무것도 하기 싫고  침대에 드러누워 허공에 주먹질을 하고 싶거나 또는 이유 없이 마음이 괜스레 허해질 때, 저는 이 보물 상자를 열어봅니다.


아무리 기분이 다운되고 나쁜 감정들이 마구 올라오고 있더라도 이 상자를 열면 마음이 다시 차분해집니다.


저를 향한 사랑과 따뜻한 애정들을 한껏 느끼고 나면 방전되었던 배터리가 다시 충전되는 기분이 들거든요.



생일 축하 편지

졸업 축하 편지

결혼 축하 편지

감사편지


그리고


남편, 가족들, 친구들이 나에게 속삭여준 그 모든 사랑의 말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지금의 나에게로 와서 더 큰 힘을 발휘합니다.



이 모든 것들이 저의 소중한 가치이고 또한 축복입니다.

이 상자를 열면 나는 사랑받고 있는 존재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제는 결혼식 전날,  시아버지께서 써 주신 손 편지가 제 마음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며칠 전, 정원에서 일을 하시다가 손을 크게 다치셨거든요.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더운 여름이 오는데 붕대를 감은 손으로 고생하실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세상에서 가장 감성적이고 멋진 우리 시아버지의 손 편지.


"너에게 금전적으로는 최고의 며느리가 되게 해 줄 순 없겠지만, 세상에서 가장 마음 편한 며느리가 되게 해줄게. 너는 나의 딸이다."

+ 결혼 전, 시아버지가 며느리에게 해 준 약속 +


결혼한 지 5년이 넘었는데, 정말 결혼 전의 약속처럼 저를 딸로 대해주고 계세요.



                                            




다친 시아버지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픕니다.

사랑하는 우리 아버지, 빨리 나으시길...





 



모든 것이 디지털화된 요즘에는

손 편지를 쓰지도 않지만 받기도 힘드네요.


그래도 저는 아직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손 편지도 그중에 하나이고요.


짧은 편지 그리고 쪽지에 쓴 글귀 하나가 세월의 힘을 발휘하여 누군가에게 지속적인 행복을 남겨 주듯 오늘은 사랑하는 이를 생각하며, 손 편지를 한번 써봐야겠습니다.


함께 하실래요?






이른 아침

아버지가 빨리 낫기를 기도하며

@휘유드림


































작가의 이전글 '고맙습니다.'의 숨을 뜻을 아시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