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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나록의 네오소울이 EDM을 구현하는 법

-네오소울의 그루브, EDM의 쾌감-

https://youtu.be/LWHHoslEJ-E?si=c3kKWsKWz3S7aMtp

에그나록의 음악을 처음 들은 건 지난 2월 SKIOMUSIC Remix Contest에서 였다. 그는 참가자가 아니라 호스트였다. 먼저 흥미로웠던 점은 그의 국적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EDM Remix Contest를 여는 SKIOMUSIC에서 한국인 뮤지션이 호스트인 것은 처음이었다. EDM 미개척지와 다름없는 한국에서 에그나록의 활약은 대단한 성과였다.     


그의 성과와 별도로 그의 음악은 나를 더욱 흥미롭게 했다. 100BPM 아래를 웃도는 네오소울 템포에 음악은 명확한 EDM인 것이다. 나는 다시 음악을 들어야 했다. 네오소울의 리듬을 타면서 자극적인 EDM 킥, 스네어 사운드로 몸이 움찔하게 되는 아주 신비한 경험이었다.     


조금 거칠게 표현하자면 네오소울과 EDM은 반대지점에 있다. EDM의 비트는 리듬에 대한 본능적이고 직관적 표현으로 외향적(Extrovert)이다. 반대로 네오소울은 리스너로부터 숨어있는 리듬을 찾아내게 하는 내향적(Introvert)인 음악이다. 분명히 다른 두 장르의 음악을 나는 오랫동안 사랑해왔다. 내가 흥분해서 이런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에그나록의 음악이 두 장르의 매력을 모두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에그나록 음악의 템포는 네오소울의 리듬을 갖고 있다. EDM과 달리 네오소울 음악은 내제적이다. 함부로 외부로 그 매력을 발산하는 법이 없다. 네오소울 음악의 본격적인 유혹은 리스너들이 음악 내부로 들어왔을 때 이루어진다. 리스너는 내부에서 꿈틀거리는 무수하고 은밀한 매력을 느끼며 외부에서 볼 수 없던 무한한 매력에 잠긴다. 이것이 네오소울이 리스너를 유혹하는 방법이다.     


반면에 EDM이 리스너를 유혹하는 방법은 네오소울과 다르다. EDM은 적극적이고 외제적이다. EDM의 드럼은 지나가는 사람을 그냥 보내지 않는다. 리스너 코앞까지 다가가 초저역의 울림으로 기필코 그들의 가슴을 두드리고 만다. EDM은 가만히 앉아서 누군가 와주기를 기다리는 법이 없다.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적극적인 음악이다.


에그나록의 음악은 네오소울의 내제적인 그루브를 띠고 있지만 가만히 앉아서 누군가 오기를 기다리는 법이 없다. 섬세하지만 강력한 EDM 드럼이 적극적으로 다가가 리스너를 자극한다. 그는 자신이 영향을 받은 네오소울, 일렉트로닉 팝, 크로스오버 뮤지션들을 알려 주었다. 어떻게 이런 음악이 만들어질 수 있었는지에 대한 힌트는 되었지만 그들과는 분명히 다른 지점에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100BPM 이하의 그루브를 섭취했지만 결국 웅장한 킥과 스네어로 EDM을 구현한다. 그의 음악의 위치는 결국 EDM에 있다고 보여진다. 그의 음악이 여유로운 그루브를 타는 이유는 EDM 킥,스네어의 더 큰 쾌감을 주기 위함이고 에그나록 음악이 저돌적인 킥과 스네어에 그 매력이 있다고 평가되는 점도 그 이유이다. 결국 에그나록 그루브의 종착지는 EDM의 쾌감이다.     


나는 에그나록이 성수의 어느 파티에 DJ를 한다는 포스터를 보고 냉큼 찾아갔다. 대부분이 지인으로 참여한 파티에서 나는 오직 에그나록의 DJ를 보기 위해 고독하게 참여하였다. 이처럼 나의 필사적인 팬심으로 공연이 끝나고 나의 작업실에 초대할 수 있었고 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초식동물 같은 사근사근함이 첫 인상이었으나 이야기를 할수록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알 길 없는 거대한 야망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음악에 뒤돌아보는 일 없이 무모했다. 우린 정말 긴 시간 쉬지 않고 이야기했다. 나와 대화를 길게 할 정도면 꽤나 지적인 사람임에 틀림없지만 대화가 끝날 때까지 그는 겸손했다. 나는 그의 인품이 그의 음악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갖고 있는 야망과 에너지의 크기는 정신없이 달리는 EDM DJ들과 다를 바 없지만 그 형태는 네오소울의 느릿한 템포에서 강한 EDM의 킥 베이스와 스네어로 발산되는 것이다.


요즘 동료 프로듀서들과 에그나록의 음악을 들으면서 그의 드럼을 부러워했다. 어쩜 그렇게 말끔하고 강력한 킥, 스네어를 만들 수 있을까. 나도 한 명의 프로듀서로서 그의 드럼 세션을 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가 또 내 작업실에 놀러오면 그가 화장실에 갈 때 두고 간 맥북을 열고 Ableton Live 프로젝트 창을 열어서 그의 드럼 세션을 훔쳐보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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