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머핀 Feb 20. 2022

아무튼, 밥

0.    아무튼, 밥이다

우리는 바야흐로 음식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배가 고프면 예민해지고, 밥을 먹으면서 무슨 디저트를 먹을까 고민하는 평범한 한국의 음식 애호가인 나. 이 정도 좋아하면 나도 음식에 관해서는 할 말이 좀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음식에 관해 뭔가 한번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매일같이 쏟아지는 수많은 음식에 관한 콘텐츠 속에서 나는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음식에 조예가 깊은 것도, 전문적인 평론가도 아닌 나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밖에 쓸 수 없을 것 같아 망설여졌다. 


하지만 곧 개인적인 것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완전히 똑같은 입맛을, 음식 취향을 가진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내가 쓰는 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에 관한 이야기도 세상에 단 하나 유일한 것일 터. 그러면 충분히 쓸 가치가 있지 않을까? 나와 완전히 똑같지 않아도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그분들이 조금은 공감해줄 수 있으니 충분히 괜찮을 것이라고. 늘 세상을 남 중심으로 사는, 숨 쉬듯이 남을 배려하고 사는 MBTI Infj 인간인 나는 글의 세계에서만큼은 내 취향을 마음껏 강요해보리라는 호승심이 들었다.


 그렇다면 과연 무슨 제목을 달고 써야 할까 고민하다가 여느 한국인처럼 결국 밥으로 정했다. 요새 우스갯소리로 한국 사람들은 밥에 미친 민족이라고 말하곤 한다.  한국인의 안부는 밥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밥 먹었어?"로 시작되는 대화는 "언제 밥 한번 먹자"로 끝이 난다. 사실 진짜 김이 폴폴 나는 쌀밥을 먹자는 것은 아니고 같이 좋은 음식을 먹거나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한국인이 매일 말하는 "밥 먹자"의 함의이다. 그래서 나의 좋은 날, 행복한 날, 화가 난 날, 슬픈 날, 우울한 날, 모든 날에 늘 함께한 음식들을 "밥"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은 없을 것 같아 나는 오늘도 아무튼 밥에 대해 쓴다.  

작가의 이전글 그리움에 관한 짧은 단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