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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샘 Aug 14. 2023

나의 강원도 답사기 #1 : 친절했던 속초

속초 아이, 아바이마을, 속초중앙시장을 중심으로

속초 아이. 모두 동그래서 동그랗습니다.

가족들하고 작년부터 강원도를 한번 가보자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올해 5월 다녀올 계획까지 다 잡아두었는데 갑작스런 일이 생겨서 두달 미뤄져 7월의 끝자락에서 8월의 시작에 걸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일단 여행 이야기를 한 줄로 요역하자면, '멀어도 너무 멀다'입니다.


세상에 가는 데 9시간, 오는데는 길이 막혀 10시간 넘게 걸렸거든요. 제가 직접 운전을 했으니 여행지에서 운전한 걸 빼고도 오고 가는데만 19시간 1,400Km를 운전한 겁니다. 그렇지만 제가 지내고 있는 곳이 어디를 가던 기본 300Km 이상이라 장거리 운전이 생활이긴 했지만 이번 강원도로 떠난 여름 여행은 랠리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아스팔트 타고 달려서 그나마 다행이었고 곳곳에 있던 휴게소의 고마움을 절감한 여행이었달까요.


오고 간 이야기를 이렇게 서두에 길에 푸는 건 그 만큼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인천에서 싱가포르까지도 7시간 반이면 도착하던데 정말 대단한 여정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시작해봅니다.


여행의 큰 테마는 '강원도 방문'이었습니다.


태어나 살면서 강원도에 가 본 건 이번이 세번째입니다. 대학생 때 춘천교대에서 행사가 있어서 이틀 머물렀었고 지난해 2022 과수원길 동요음악제(과수원길 창작동요제)로 다시 춘천에 다녀왔으니 이번이 세번째 강원도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처음이나 마찬가지라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우선 크게 세 곳으로 테마를 정했습니다. 속초, 강릉, 대관령.


모두 한 동선 안에 있는 곳들이라 지도로만 봤을 때는 무리가 없어 모였는데 애초에 무리였던 계획이었어서 정작 여행을 가서는 계획을 전폭적으로 삭제하고 심플한 여행을 했고 너무나 잘한 선택이었습니다.


첫날은 어디도 가지 않고 숙소에서 푹 쉬었습니다. 너무 먼 거리를 가다보니 정말 어디를 나설 생각 자체가 들지 않았습니다. 하루 저녁 푹 쉬고 다음날 아침부터 심플한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이번엔 오랜만에 어머니까지 모시고 온 가족이 나서서 그럴 수 밖에 없었고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제주 하늘 만큼 동해안의 하늘도 거짓말이었습니다.

첫 일정으로 '속초 아이'를 방문했습니다. '런던 아이'는 사진으로만 봤는데 이 녀석은 아마 그 친구의 사촌의 팔촌 쯤으로 만들어 둔게 아닐까 싶습니다. 어른들은 모두 안타신다고 하셔서 아이들만 태우려고 했는데 보호자 없니는 탑승이 불가하다고 해서 타야하나 했는데 세상에 큰 아이가 올해 대학생, 즉 성인이 되어서 보호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큰 오빠와 함께 두 딸램은 신나게 속초 아이를 탔습니다. 큰 아이가 센스 있게 영상 통화도 해주고 사진도 잘 찍어주어서 타지 않은 어른들도 위에서 본 풍경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오빠랑 함께면 늘 신나는 두 딸램입니다.
그런데 둘째는 뒷모습이 삼각김밥이네요.
이렇게 동그랗고 에어컨도 시원하게 나와서 좋았다고 해요. 고소공포증이 있는 저는 어렵습니다.

참, 빠뜨릴 뻔 했는데 아무 생각없이 잡은 여행 일정이 여름철 극성수기였던지라 주차가 거의 전쟁이었습니다. 그래서 가족들은 모두 먼저 내려서 속초 아이로 가고 저만 주차장으로 가면서 차에 있을 심산이었는데 어딜 가나 주차복이 있어서 거짓말처럼 제가 주차장 입구에 가자 마자 만차였던 입간판이 치워지면서 한 자리가 나서 주차를 하고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늘 주차가 문제인데 왠만하면 대중교통으로 움직일텐데 이번엔 대가족이라 차를 가지고 다니다 보니 주차가 늘 어려웠는데 이번 여행은 주차가 늘 도와줘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들었습니다.



한바탕 동해 바다와 해변을 봤으니 이제 당연히 식도락을 떠나야죠. 속초에 오면 꼭 들러야 한다는 아바이 마을로 향했습니다. 마을 이름에서도 마을의 성격을 금방 알 수 있을 듯 했습니다. 특히 순대를 좋아하는 제가 절대 빠뜨릴 수 없던 곳이었습니다.

둘째가 찍어둔 속초 아바이 마을에서 '갯배'를 타며 찍은 광경. 그런데 바다 냄새가 너무 힘들었어요. 흐르지 않는 물이라 그런지.

불볕 같던 더위를 이기고 길고 긴 기다림의 시간을 거쳐 드디어 순대하면 바로 이 식당이라는 식당에 들어섰습니다.

속초 아바이 마을 '단천식당' 모둠 순대. 오징어 순대랑 아바이 순대. 그리고 별미 황태(?) 무침.

순대를 좀 당겨서 찍어봅니다. 아바이 순대국밥, 회냉면, 모둠 순대를 주문했는데 모두 완벽했습니다. 보기에도 깔끔하고 식당도 깔끔하고 분위기도 깔끔하고 다른 건 신경 안쓰고 정말 음식만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아는 맛이 되어 그립네요.

옆에 보이는 게 황태 무침 같은 건데 이걸 순대랑 같이 먹어야 모든 것들이 완벽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장사 잘 되는 집의 극단적인 특징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되지도 않게 불친절하고 갑질하는 곳과 친절하게 잘 살펴주시는 곳이 있는데 이 식당은 후자였습니다. 장사가 잘 되는 여유에서 오는 친절이 말투에도 행동에도 손님들을 대하시는 분들의 표정에도 서려 있었습니다. 그래서 요 몇년 '맛집'이라고 불리우는 곳에 와서 받은 인상 중 가장 좋았던 느낌으로 남았습니다.


먹는 사람은 해치우고 빨리 나가야하는 분위기, 파는 분 입장에서는 어서 먹고 나갔으면 하는 소모품 같은 그런 분위기의 식당이 아니라 훈훈했습니다. 말씀 한 마디 한 마디도 친절하시고 배려가 담겨 있어서 정말 감동했습니다. 그리고 단언컨데 강원도 분들은 대체적으로 정말 친절하십니다. 억세고 억센 전라도 사람들은 경험하지 못한 친절함과 배려심 가득한 말로 대해주셔서 감동했습니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하신다면 범위를 좁혀서 제가 40여년을 훨씬 넘겨 살면서 겪어본 개인적인 경험으로 한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지역 비하를 하고자 함이 아니며 여행을 하면서 사람을 만나는 일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데 이렇게 친절하고 나를 배려하는 말을 해주시는 분들은 결국 마음에 남고 그 지역에 대한 인상으로 남기 마련이기에 이 분들로 인해 강원도 그리고 속초는 제 마음 속에 감동적인 곳으로 남았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방문한 곳의 대부분의 분들이 친절하셔서 그게 그 식당만의 분위기가 아니라 전체적인 분위기였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자연 만큼 사람들도 예쁜 곳이었습니다.


얼마전 태풍 소식에 '속초중앙시장'이 물에 잠겼다는 뉴스를 접하고는 잠시 다녀온 곳이라 뉴스 영상을 눈 여겨 보니 정말 얼마전 여행에서 아이들과 함께 걸으며 깔깔 대던 바로 그 길이어서 걱정이 되었습니다. 잠시 머무른 곳인데도 좋은 분들의 친절함이 기억에 남아 별 일 없으시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둘째가 말했습니다. 물고기야 미안해. 갑자기 물고기에게 급 미안해졌습니다. 그런데 둘째가 가장 맛있게 드셨어요.

여행가서 꼭 해보고 싶던 일이 시장에서 음식을 사다가 저녁에 모여 앉아 오손도손 먹어 보는 일이었는데 드디어 속초에서 해볼 수 있었습니다. 회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이런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데 이번엔 아이들과 함께 시장에 들러 속초에 가면 꼭 먹어야 한다는 '닭강정을 사들고 또 수산시장에 들러 커다란 생선으로 회를 뜨고 또 오징어 회도 넉넉히 포장해서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길거리를 걷는 분들이 기본적으로 그 닭강정 포장 상자를 하나씩 모두 들고 있어서 너무 재밌기도 하고 우리도 하나 들고 있어 더 재밌었습니다.


숙소에 와서 먹어본 오징어회와 광어회는 정말 달달했습니다. 술을 좋아하지 않아서 종종 맥주 한캔 정도 마시곤 하는데 이 날도 시원한 맥주 한캔과 함께 달달한 행복을 먹었습니다.



이런 맛이구나.
이런 맛에 이렇게 포장해와서 이렇게 먹는 거구나.

마리샘 마음의 소리

닭강정도 처음 먹을 땐 그냥 평범한 닭강정 같았는데 진가를 알게 된 건 다음날 아침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가족들이 닭강정을 펼쳐두고 먹고 있었는데 아침부터 닭강정이라니 하면서 하나 먹었는데 하루 지난, 심지어 식어 빠진 닭강정이 그렇게 맛있을 일일까 싶었습니다. 식어도 맛있다는 포장해주시던 분의 이야기가 거짓이 아니었습니다. 닭강정 사진을 왜 아무도 찍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여기 까지 쓰고 잠시 고민을 했습니다. 사진은 이미 글에 모두 담아 두고 글을 한편으로만 쓰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잊고 있던 여행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라서 아무래도 나누어 써야겠습니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만나보기로 합니다.


<2023년 8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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