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은희 Dec 09. 2021

제주 갱이 동백이

16.  기나긴 이별

"동백아,  진짜 엄마, 아빠 생각하는 거야?  엄마는 네가 너무 쓸쓸해 보여서 싫다..."

 엄마는 내가 외로워 보인다는 말을 자주 했어요. 엄마는 그렇게 보일 때마다 나를 안아주면서 토닥토닥해주었어요. 나도 모르겠어요. 내가 왜 그렇게 보이는지를 말이에요...

 엄마는 내가 없으면 못 살 것 같다고도 했어요. 그건 우리 가족 모두 그렇게 생각했어요. 엄마는 나랑 오래오래 살 거라고, 그리고 좋은 보호자가 돼 줄 거라고... 난 그런 엄마의 마음을 느끼고 있었어요...

 엄마, 미안해요. 엄마 마음을 끝까지 못 지켜줘서...

 그날 나는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모든 내 마음대로 될 것 같은 자신감이 샘 솟아났어요. 그냥 힘껏 달리고 싶었어요. 엄마가 있는 우리 집까지 가장 빠르게 달려가고 싶었어요.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없게 됐어요. 집으로 돌아기기 전에 엄마와 나를 쫓아와서 물려고 했던 개들을 보고 말았어요. 다시 그 개들을 보니 몹시 겁이 났어요. 그 개들은 나보다 몇 배는 크고,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 개들이 다시 엄마를 려고 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스쳐 갔어요. 나는 엄마를 지켜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나는 큰소리로 짖으며 그 개들을 향해 가장 빠르게 달려갔어요. 곧 그 개들이 나를 보았어요. 그리고 갑자기 하늘이 멈춘 듯, 공기가 사라진 듯, 모든 것이 멈추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뭔가가 내 몸이 뜯기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땅바닥에 내 몸이 내동댕이쳐졌어요. 소리도 지를 수 없었어요. 너무도 아픈 순간이 지나갔어요. 엄마 얼굴도 지나갔어요 내 눈은 스르르 감겼어요... 그것뿐이었어요.

   엄마는 수술할 수도 없을 것 같다는 의사 선생님에게  나를 놓지 말아 달라고, 제발 살려 달라고, 울부짖으며 매달렸어요... 엄마는 병실에 있는 내게 입맞춤을 해주었어요. 사랑해...

 내 몸은 점점 차가워졌어요. 의사 선생님이 엄마를 불렀어요. 처음으로 엄마는 똬리를 틀고 있지 않은 내 모습을 보았어요. 반듯하게 누워 있는 내 몸을 보고 엄마는 알았을 거예요. 내가 이제 이곳에 없다는 것을 말이에요.., 엄마의 몸이 차가운 바닥에 마른 나뭇잎처럼 떨어졌어요...

 엄마, 울지 말아요. 그리고 나 때문에 제주를 미워하지 말아 주세요. 난 엄마를 4월의 어느 날, 제주에서 만났어요. 엄마와 함께 했던 모든 것들이 새로운 시간이었어요...

 그것만으로 충분해요. 다만 엄마랑 '눈 오는 제주'를 함께 하지 못한 것이, 엄마를 겨울의 차가움 속에 두고 온 것이...

엄마랑 짧았던 그 시간만큼만 날 기억해주세요. 오래 기억하지 말아 주세요. 엄마가 나를 생각하면서 매일매일 슬퍼하는 것보다 나를 잊는 것이 더 나아요. 보고 싶어 하지도 말아 주세요.  엄마가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울고 있는 것보다 그게 더 나아요. 후회하지도 말아주세요. 엄마가 먹지도 않고 '내 잘못이야'라고 가슴 아파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요...

 사랑해요, 엄마...

 그리고 제주 갱이 동백이로 살았던 것만 생각할게요... 엄마랑 나만의 시간이었던 동백이만 말이에요.

작가의 이전글 제주 갱이 동백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