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아, 너 진짜 엄마, 아빠 생각하는 거야? 엄마는 네가 너무 쓸쓸해 보여서 싫다..."
엄마는 내가 외로워 보인다는 말을 자주 했어요. 엄마는 그렇게 보일 때마다 나를 안아주면서 토닥토닥해주었어요. 나도 모르겠어요. 내가 왜 그렇게 보이는지를 말이에요...
엄마는 내가 없으면 못 살 것 같다고도 했어요. 그건 우리 가족 모두 그렇게 생각했어요. 엄마는 나랑 오래오래 살 거라고, 그리고 좋은 보호자가 돼 줄 거라고... 난 그런 엄마의 마음을 느끼고 있었어요...
엄마, 미안해요. 엄마 마음을 끝까지 못 지켜줘서...
그날 나는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모든 내 마음대로 될 것 같은 자신감이 샘 솟아났어요. 그냥 힘껏 달리고 싶었어요. 엄마가 있는 우리 집까지 가장 빠르게 달려가고 싶었어요.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없게 됐어요. 집으로 돌아기기 전에 엄마와 나를 쫓아와서 물려고 했던 개들을 보고 말았어요. 다시 그 개들을 보니 몹시 겁이 났어요. 그 개들은 나보다 몇 배는 크고,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 개들이 다시 엄마를 물려고 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스쳐 갔어요. 나는 엄마를 지켜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나는 큰소리로 짖으며 그 개들을 향해 가장 빠르게 달려갔어요. 곧 그 개들이 나를 보았어요. 그리고 갑자기 하늘이 멈춘 듯, 공기가 사라진 듯, 모든 것이 멈추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뭔가가 내 몸이 뜯기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땅바닥에 내 몸이 내동댕이쳐졌어요. 소리도 지를 수 없었어요. 너무도 아픈 순간이 지나갔어요. 엄마 얼굴도 지나갔어요 내 눈은 스르르 감겼어요... 그것뿐이었어요.
엄마는 수술할 수도 없을 것 같다는 의사 선생님에게 나를 놓지 말아 달라고, 제발 살려 달라고, 울부짖으며 매달렸어요... 엄마는 병실에 있는 내게 입맞춤을 해주었어요. 사랑해...
내 몸은 점점 차가워졌어요. 의사 선생님이 엄마를 불렀어요. 처음으로 엄마는 똬리를 틀고 있지 않은 내 모습을 보았어요. 반듯하게 누워 있는 내 몸을 보고 엄마는 알았을 거예요. 내가 이제 이곳에 없다는 것을 말이에요.., 엄마의 몸이 차가운 바닥에 마른 나뭇잎처럼 떨어졌어요...
엄마, 울지 말아요. 그리고 나 때문에 제주를 미워하지 말아 주세요. 난 엄마를 4월의 어느 날, 제주에서 만났어요. 엄마와 함께 했던 모든 것들이 새로운 시간이었어요...
그것만으로 충분해요. 다만 엄마랑 '눈 오는 제주'를 함께 하지 못한 것이, 엄마를 겨울의 차가움 속에 두고 온 것이...
엄마랑 짧았던 그 시간만큼만 날 기억해주세요. 오래 기억하지 말아 주세요. 엄마가 나를 생각하면서 매일매일 슬퍼하는 것보다 나를 잊는 것이 더 나아요. 보고 싶어 하지도 말아 주세요. 엄마가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울고 있는 것보다 그게 더 나아요. 후회하지도 말아주세요. 엄마가 먹지도 않고 '내 잘못이야'라고 가슴 아파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요...
사랑해요, 엄마...
그리고 제주 갱이 동백이로 살았던 것만 생각할게요... 엄마랑 나만의 시간이었던 동백이로만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