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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아이가 너무 울어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아이를 방치하거나 육아를 포기하는 것도 학대

by 리안천인

" 110입니다. 사건입니까? 사고입니까?"

"갓난아이 울음소리가 30분 넘게 계속 들립니다. 긴급전화에 이런 것을 의논드려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혹시 부모가 아이를 돌볼 수 없는 사고라도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어서요. 119로 연락을 드릴까 고민하다가 여기로 전화드립니다. “

"전화는 잘하셨습니다. 바로 옆집입니까?"

"저는 408호에 살고 있습니다만, 410호의 아이가 우는 것 같습니다."

"학대를 하는 것인가요?

"자세히는 알 수 없습니다. 그 집에 5개월 된 갓난아기가 있습니다."

"신고하신 분의 이름과 주소를 알려 주십시오. ~네~ 7동이시군요. 곧바로 경찰관을 보내겠습니다. 아파트 건물에는 바로 들어갈 수 있습니까?"

"아닙니다. 건물 현관에 시건장치가 있습니다. 저희 집 벨을 누르시면 제가 현관문을 열어 드리겠습니다."


5분이 채 되지 않았는데, 인터폰이 울린다. 인터폰 영상을 보니 1층 현관 입구에 경찰관 복장의 남자 두 분이 서 있다. 문을 열어 드렸다. 우선 우리 집 현관 앞에 나가서 기다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현관문을 열고 서서 409호 앞의 엘리베이터 입구를 바라보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410호의 요우스케 군과 아이 엄마가 경찰관과 함께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모습이 보인다.


'뭐야? 아이 엄마는 외출을 했었나? 그럼 집에는 아이 아빠만 있는 것인가? 아이 아빠가 쓰러졌나?' 410호에는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나카지마 씨(가명) 부부, 4살인 장남 요우스케 군, 5개월 전에 태어난 딸아이가 살고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자주 만나는데, 부부는 매우 스마트하고 젠틀한 분들이다.


혼자서 그런 생각을 하는 중에 경찰관이 天仁네 집 앞에 오셨다. 거의 같은 시간에 410호 문도 열렸고, 아이의 울음소리가 다시 크게 들린다. 경찰관이 "알겠다"는 눈짓을 한다. 잠깐 서서 경찰관과 상황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었다. 경찰관은 신고자이니 天仁의 이름 풀네임, 생년월일과 전화번호도 알려 달라고 한다. 그러고 나서 경찰관이 410호로 갔다.


天仁은 다시 집 안으로 들어와 하던 PC 작업을 계속한다. 아이 울음소리도 그치고 조용해졌다. 다시 10분 정도 지나 베란다로 나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경찰차 2대가 비상경고등을 켜둔 채 아파트 현관 입구에 서 있다. 아직 경찰관이 철수하지 않은 모양이다. 혹시나 해서 전화기를 PC 옆에 두고 기다렸지만 경찰관으로부터는 아무런 연락도 없다. 지난 23일 화요일, 추분의 날 공휴일 오후에 있었던 일이다.


다음날이 되었다. 어제 410호 일이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궁금하다. 경찰관은 天仁의 전화번호까지 받아 가서는 왜 결과를 알려주지 않는가? 큰 사고가 아니어서 그런가? 개인 사생활의 문제라서 상세한 조치 결과를 알려주지 않는 것인가? 그래도 그건 아닌 것 같다. 7년 동안 이 아파트에 살면서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늘 반갑게 인사도 주고받는 사이라 걱정이 되어 신고했던 것인데, 뭔가 찜찜한 기분이다. 결과가 궁금하기는 하지만 긴급 전화인 110으로 문의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외출했다가 귀가하는 길에 고반(交番所, 우리나라의 파출소)에 잠깐 들렀다.


근무 중이던 20대로 보이는 경찰관은 친절하게 응대해 준다. 어딘가에 전화를 걸어 5분 정도 통화하며 확인한 후에 상황을 알려준다.

"신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출동했던 경찰관이 외출에서 돌아온 아이 엄마를 만나 상황을 확인했는데, 별 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합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겠습니다."

'별 문제가 없었다고? 뭐야, 5개월 밖에 되지 않은 아이를 혼자 두고 외출을 다녀왔다고? 도대체 얼마나 급한 일이 있었길래 갓난아이를 혼자 두고 그리 긴 시간 집을 비웠을까'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엄마가 외출하자마자 아이가 바로 울기 시작했더라도 아무도 없는 집에 갓난아이를 혼자 1시간은 방치해 둔 것이 된다. 2~3년 전 요우스케 군이 수시로 오랫동안 큰 소리로 울었던 기억이 다시 떠 오른다. 아이 엄마는 수시로 아이를 혼자 두고 외출을 하는가? 만약에 그렇다면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경찰의 대처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2년 전 다카오산(高尾山)에서 뇌경색으로 쓰러졌을 때 구급대 보다 먼저 산 정상으로 달려와 天仁을 안심시켜 주고, 구급차를 에스코트해 주었던 큰 도움을 받았기에 일본 경찰에 대한 이미지가 매우 좋았다. 그런데 이번 조치에는 뭔가 부족해 보인다. 5개월 밖에 되지 않은 아이를 1시간이나 홀로 방치해 두었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天仁은 학부에서 공학을 전공했지만, 개인적인 관심으로 아동 심리학을 한 학기 수강했던 적이 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방임을 경험한 아이들은 사회적 대상과 친밀한 정서적 관계를 형성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며, 성장 후에도 불안정한 인간관계를 가질 가능성이 높다. 또, '신체적 학대, 성적학대나 정신적 학대뿐만 아니라 아이를 방치하거나 육아를 포기(네그렉트, neglect)하는 것도 아이의 몸과 마음을 해치는 심각한 학대' 임을 알아야 한다. 410호의 깊은 속사정은 알 수 없지만, 아이 엄마가 더 이상 아이를 방치해 두지 않기를,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란다.

天仁이 살고 있는 아파트는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복도식 건물이다. 구조와 크기가 다른 집이 한 층에 10호씩 있다. 올해 봄에 찍어 두었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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