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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진우 Nov 28. 2022

틈틈이 기록해보려 합니다

제가 미쳐가는 과정을 말이죠....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초조하다.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은 없지만 곧 생길 듯싶다. 다리를 발발 떠는 습관이 전에는 없었는데 요즘 어디서든 떨고 있는걸 보아하니 말이다.


‘곧 한파고 곧 겨울입니다.’라는 말을 뉴스나 라디오에서 들을 때면 속이 답답하다. 요새 회사에서도 ‘이제 진짜 겨울인가 봐!’라는 식의 말을 들을 때가 많은데 그때마다 돌아버리겠다. 안 그래도 저번 주에 서너 번 정도 그 말을 들었고, 나는 매번 무섭다는 말로 반응했다. 겨울이 무섭다기보다 시간 가는 게 무섭다.


켜켜이 쌓여 몸집을 불려 가는 두려움의 크기에 정확하게 비례하여 내 이상 행동도 점점 늘고 있다. 흰 페이지만 보면 답답증이 치밀고 달력만 보며 머리를 벽에 찧고 싶어 진다. 드라마를 보며 낄낄거리다가도 돌연 왜 나는 이따구로 사는가에 대한 긴 사색에 빠진다. 책을 읽다가 눈물 한 방울 또르륵 흘리는 경우도 늘고 있다. 책 내용에 감동한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이런 대단한 책을 써낸 작가님한테 부러움을 느껴서. 더불어 나 자신이 그토록 쓰레기 같을 수가 없어서. 그게 가장 큰 이유다.


이렇듯 나는 이상해지고 있다. 대단히 불행한 일이 생긴 건 아니다. 그저 내 소설 마감이 얼마 안 남았을 뿐이다.... 이제 100일도 안 남았다. 다시 말해 나는, 그리고 내 소설은 망했다.




소설 마감이 널널할 때는 괜찮았다.

적어도 D-200일까지 나는 멀쩡했다. 가장 친한 친구와 전화할 때마다 그녀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어떻게 쓰면 되냐고 물어보고, 뭐 이딴 인물을 주인공을 내세웠냐며 화를 내고, 그냥 다 때려치울 거라고 소리 지르기는 했어도, 음 멀쩡했다. 나름.


문제는 D-130일부터였다. 진짜로 망해가고 있는 현실이 보였다. 예전에 한차례 마감을 미뤘기 때문에 더 미룰 수도 없었다.


D-100일즈음에는 감정 조절이 어려워졌다. 누군가가 내게 ‘글은 많이 썼어?’ ‘출간은 언제 돼?’ '완결은 했어?' 등 내 작품과 관련된 문장을 꺼내면 부르르 경기를 일으키곤 했다. 내 앞에서 그런 말 꺼내지 마....’ 이런 식으로 응수하는 편인데 어느 날 친구가 물어보았다. ‘네 소설이 무슨 볼드모트야?’


그는 농을 던질 요량이었겠지듣는 나는 아니었다. 언급하는 것만으로 심장이 빨라진다. 진심으로 벌벌 떨고 있는 내가 있다. 아마 내 삶이 영화라면, 그 세계관 속 최고 빌런은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웹소설이지 않을까.


지금 심정 : 왜 너는 나를 만나서~ 왜 나를 아프게만 해~


감히 이름을 부르면 안 되는 존재처럼 이 웹소설은 서서히 내 세계를 파괴하고 나를 무너뜨리고 그 위에 올라타 멋대로 군림하기 시작한다. 나를 제 수족처럼 부리며 하루하루를 피폐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시련, 반드시 이겨내야 한다. 이 녀석을 어떻게든 내 세상에서 쫓아내야 한다.


내가 녀석을 무찌를 수 있는 방법에는 계약 파기, 마감 연기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안전하고도 확실한 방식은 오직 한 가지 있다. 바로 마감이다. 그냥 정해진 기간 내에 완고를 건네면 평화를 거머쥘 수 있다.


사족을 붙이자면, 마감을 쳐도 평화가 올 지언정 명예와 돈은 딱히 따라오지 않을 것이다. 이 웹소설, 최고 빌런 치고 능력치가 심히 부족하다. 출간하여도 대중의 눈에 띄기 힘든 내용이다. 오로지 내 세계에서만 방구석 여포마냥 (주로 악한) 영향력을 발휘할 따름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어쨌든 D-100도 안 남은 지금 이 시점에서, 완고까지의 과정을 이 브런치에 틈틈이 기록해보려 한다. 작품의 진척도를 낱낱이 적어두면 예전보다 글 쓰는 속도가 늘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믿음과 함께, 내가 미쳐가는 과정... 아니 빌런을 무너뜨려가는 이 위대한 과정을 지나가는 누군가가 슬쩍이라도 봐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누구라도 이 글을 읽고서 나를 어엿비 여겨 도와줬으면 한다. 내 삶의 주인공은 나겠지만, 하여 빌런을 물리쳐야 하는 자도 나여야겠지만, 제발 나 대신 평화를 찾아줄 용사가 등장했으면 한다. 누군가! 저 좀 살려주세요!


썸바디 헬프!


(이 일기는 웹소설 X0화가 안 써져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 휘갈겨 쓴 것입니다. 내용이 산만하고 부정확하고 때문에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를 수 있습니다. 주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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