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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진우 Aug 24. 2023

첫 출간 후기

<과로사 할래? 퇴사 할래?> 출간했습니다

책이 나왔다. 작년에 썼던 브런치북 ‘6번의 퇴사와 7번의 입사’의 원고를 긴 시간 동안 다듬었고, 드디어 출간했다. <과로사 할래? 퇴사 할래?>라는 제목이 새롭게 붙었다.



초짜 작가로서 첫 출간에 여러 감상이 든다. 기쁘고 한편으로 무섭고, 불안하면서 어딘가 초현실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고, 그러면서 내심 기대되고, 하지만 벌써부터 속상하고, 동시에 긴장감이 들면서 초조하고... 아무튼 상당히 복잡하다. 여러 심정을 구태여 풀어서 써보려 한다. 주책이다 싶지만 쓰겠다. 왜냐하면 첫 출간이니까! 하!



1. 후련함

내가 이렇게나 하고픈 말이 많은 사람이란 걸, 이번 에세이를 쓰면서 깨달았다. ‘넌 너무 네 이야기를 하지 않아’라는 식의 핀잔을 지인들로부터 종종 들어봤다. 말솜씨가 좋지 않아 입을 잘 열지 않은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내 이야기가 그저 남들에게는 지루하게만 들릴까 봐 걱정됐다.


그런데 이번 에세이를 쓰면서 그런 걱정은 뒤로 하고, 실컷 떠들었다. 가까운 이들에게조차 숨겨둔 사정을 밝히고 나 자신을 드러냈다. 특히나 브런치북 원고를 출간용 원고로 옮기는 과정에서 좀 더 솔직해졌다. 자잘한 비하인드를 추가했다.


혹시 기억하는 독자님이 계실지 모르겠다. 원고 속에 ‘해리 차장님’과 ‘라 선배님’이 등장한다. 해리 차장님은 두 번째 회사에서 만난 분으로, 많은 도움과 배움을 주셨다. 라 선배님은 내게 다섯 번째 회사를 소개해준, 고마우신 분이다.


그런데 사실 이 두 사람은 동일 인물이다. (알고 보니 같은 학교 출신이어서 해리 차장님은 내 전 상사이면서 동시에 학교 선배이기도 했다) 동일 인물을 구태여 두 개의 호칭으로 나눴던 것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다녔던 회사가 혹여나 특정될까 봐, 그래서 그 회사에 피해가 갈까 봐 브런치북을 썼던 당시에는 조심했다. 그러나 글을 다듬는 과정에서 불현듯 깨달았다.


‘아무도 모르겠는데?’


그렇다. 이 책이 인기가 굉장해 출간되자마자 바이럴을 타고, 뉴스를 타고, 모두가 기립 박수 치며 환호하고, 전광판에 대문짝한 광고가 실리지 않는 이상, 모른다. 아무도 모른다. 과장을 좀 보태 가정해보았지만 어쨌든 어떤 상황이 오든 누구도 모른다는 건 확실하다. 솔직히 내 전 직장 사람들이 읽어도 모를 것 같다.


그래서 보다 솔직해졌다. 나도 감추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나 보다. 원고를 다듬는 과정에서 후련함이 들었다.

(혹시 자잘한 비하인드가 궁금하다면, 책으로 읽어주세요! 조금이나마 읽어주신다면 몹시도, 무척이나, 굉장히, 진심으로 감사하겠습니다)



2. 일러스트가 귀엽다!

내지에 다양한 일러스트가 들어갔다. 처음 봤을 때 놀랐다. 너무 귀여워서....

여러 일러스트가 삽입되어 있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러스트는 오리 그림이다.

두 번째 회사, B사에서 인턴을 했던 시절의 나를 ‘미운 인턴 새끼’라 칭했다. 안데르센 동화처럼 당장은 미워 보여도 언젠가 아름다운 백조로 성장하겠지, 라는 낙관을 가지고 스스로를 미운 인턴이라 비유한 건 아니다. 정말 말 그대로 미움을 받는 인턴이라 그리 칭했을 뿐이다.


사실 B사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쓸 때 눈물을 흘렸다. 당시 나이가 스물다섯이었는데, 어쩐지 쓸 때마다 그 시절로 돌아가는 듯했다. 무력과 우울을 함께 느꼈다. 어떤 날에는 종일 집 안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런데 내지 일러스트가 너무 잘 나와, 보자마자 울음이 아닌 웃음이 빵 터져 나왔다. 슬픈 표정을  오리가 좀 짠한데 귀엽다. 그림을 그려주신 치달 작가님께 감사하다.


이 밖에도 귀엽고 내용과 찰떡인 일러스트가 내지 곳곳에 있다. 페이지를 휘리릭 넘겨서 그림이라도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3. 자기소개에 대하여

출간 막바지에 이를 즈음, 자기소개를 써달라는 요청을 편집자님으로부터 받았다. 브런치에 써둔 자기소개를 그대로 쓸까 했는데 책이 나왔으니 이왕이면 새롭게 쓰자 싶었다. 간략하고 무난하게. 그러면서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잘 드러내고자 했다. 고민 끝에 나온 자기소개는 아래와 같다.


[디자인 전공을 살려 좋은 회사에 취업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목표가 잘 이뤄지지 않았고 여러 회사를 전전하게 되었다. 6번의 퇴사와 7번의 입사를 한 경험을 글로 써서, 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특별상을 수상했다. 지난 실패가 괴롭게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직장인이자 글 쓰는 사람으로 지내고 있다. 그리고 목표를 단순하게 바꿨다. 바로 ‘행복하게 살기’다.]


써놓고 고민했다. ‘목표를 단순하게 바꿨다’가 아닌 ‘목표를 거창하게 바꿨다’라고 써야 하는 건 아닐지 싶어서. 결국 고치지 않고 자기소개서를 제출했다. (지나고 보니 별 쓸데없는 고민 같지만, 초짜 작가로서는 출간과 연관된 모든 결정 하나하나가 심장 떨린다)


행복하 살기, 어려운 목표인 건 안다. 하지만 예전의 목표보다는 단순해진 건 맞다고 생각한다. 서울 4년제 대학에 합격하기, 대기업에 입사하기, 높은 연봉 받기 등 내 기호가 우선시되지 않은, 남들 보여주기 좋게끔 세운 목표는 의미 없이 복잡하 구체적이다. 이제 그만 가지고 싶 목표다. 나는 행복해지고 싶다. 그런 마음을 담아 자기소개를 썼다.



4. 걱정과 불안, 그럼에도 불구하고

F사 최종 면접을 마치고 건물 밖으로 나온 순간이 기억난다. 해는 저물었고 길은 어두웠다. 뒤꿈치가 까져서 발은 아팠다. 피가 난 곳에 반창고를 붙이고 다시 움직이는데, 이상하리만큼 고양감이 차올랐다.


F사에 붙을 거란 확신이 딱히 없었던 상태였다. 다음 날이면 다시 밤샘작업을 해야 할지도, 혹은 최종 탈락을 통보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걱정과 불안이 들었. 그러나 시에 뿌듯을 느꼈다. 엉망이어도 최선을 다했다 싶어서. 그날, 힘차게 걸음을 옮기며 나아갔다.


그리고 지금, 그때와 상황은 다르지만 비슷한 기분이 든다. 걱정되고 불안하다. 그렇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출간 이후의 상황을 너무 덜덜 떨며 지켜보지 않으려 한다. 이 책을 언젠가 누군가가 읽는다고 상상하면, 부정적인 감정은 희미해지고 고양된다. 상상만으로 나는 그날 밤처럼 어둠 속을 씩씩하게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여기까지 첫 출간 후기다. 사실 더 쓰고 싶은데, 일곱 번째 회사인 G사 사무실로 복귀해야 햐는 시간이 어느새 다가왔다. 설레고 무서운, 그 모든 마음을 은 채, 이만 글을 마친다.


(책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 링크에서 구경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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