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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정민 Apr 01. 2022

수상소감 뒷이야기

“저희 목표 별거 없습니다. 만들었던 CD는 다 팔고 싶습니다.”



https://youtube.com/shorts/LitGSMddAJM


“저희 목표 별거 없습니다. 만들었던 CD는 다 팔고 싶습니다.”


지난 한국대중음악상 수상소감에서 부끄러움과 지탄을 무릅쓰고 전례 없는, 전무후무한 CD 판촉행사를 한 효과가 있었는지 K-Indie 차트에 다시 19위로 재진입 했습니다.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기왕 CD 판매량 얘기 나온 김에 뒷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시상식 하루 전, 수상소감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현장 분위기 봐서 짧게 해야 할 듯하면 감사의 인사만 하고 내려오고, 길게 해도 될 듯하면 CD 홍보라도 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1집도 그렇고 2집도 그렇고 긴 시간 동안 진심을 다해 만든 결과물을 한 곡 한 곡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어느 한 곡조차 구색 맞추려 허투루 넣은 곡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반 판매량은 처참합니다. 아마 저희뿐만 아니라 독자적으로 음반 제작을 하고 활동을 하는 많은 음악인들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하루 전날 수상소감을 대강 정리하며 굳이 이런 이야기까지 해야 하나 생각하니 한 편으론 마음도 아프고, 쪽팔리고, 자괴감도 들었지만, 저는 그저 우리가 처한 현실을 똑바로 직시하며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비단 우리만의 상황이 아닌, 우리 주변의 음악인들이 함께 겪는 상황과 현실에 대해.


마음 한 편으로는 그래, 우리가 이 정도지 뭐. 내 주제와 분수를 알아야지. 하며 우리 음악은 인기도 없고, 팔리지도 않는 음악이니까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또 다른 마음 한 편으로는 정말 우리가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 걸까, 우리 음악을 이렇게 진심을 다해 꾹꾹 눌러 담아도 300여 장도 팔지 못하는 이 현실이 정말 맞는 걸까 하는 의구심이 어렴풋이 함께 합니다.


늘 나 자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더 정진해야겠다고 매번 생각하지만, 뭐가 빠졌기에 우리는 이것밖에 되지 않는가 하는 자괴감이 늘 함께 합니다. CD가 안 팔리는 세상이라고 말하기엔 CD가 정말 많이 팔리는 음악인들이 함께 후보로 있었고, 상을 받은 음악인들도 있습니다. 물론 상과 아무 관련 없이 CD는 늘 잘 팔리는 음악인들도 있지요. 수 만장, 수 천장의 이야기도 감히 아닙니다. 그저 500장, 1000장.. 너무나도 소박한 바람인데 우리는 몇 년이 지나도 다 판매하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역시 제 자신의 부족함 때문일까요. 아마도 분명 그럴 테지만 다른 변수는 정말 없는 것일까요.


저는 수상소감 전날 이런 고민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수상소감에 웃는 얼굴로 조금은 돌려 이야기했습니다. 단상에 올라가기 전에는 할까 말까 계속 고민이었는데 막상 올라가니 무조건 이야기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 다시 이런 이야기를 공식적으로 말할 기회가 없을 테니까요.


“저희 목표 별거 없습니다. 만들었던 CD는 다 팔고 싶습니다.”라는 문구에는 지난 5년의 기억과 경험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편집되어 잘린 부분에는 제가 한 말도 살짝 담겨 있죠. 1집 때 상을 받고 뭔가 조금은 더 잘 될 줄 알았지만 지난 5년간 변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란 걸 잘 안다. 그러므로 그저 CD라도 다 팔았으면 좋겠다. 이런 바람으로 한 이야기였습니다.


불평, 불만을 토로하며 투털대려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예전에는 이런 이야기는 주제넘는 이야기에 열등감 폭발일 뿐이라는 생각에 감히 말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창피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마음이 성숙되었고, 긴 시간 동안 느낀 것들도 있으니 문득 그냥 편한 마음으로 한 번쯤 이야기해 보고 싶었습니다. 이제는 창피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제 느긋하게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과 조금은 동병상련의 마음도 나눌 겸 말이죠.


대다수의 사람들은 저희 음악을 알지 못합니다.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입니다. 그러나 소수지만 어딘가에는 늘 우리 음악을 챙겨 들어주시고, 음반이나 굿즈 구입해 주시고, 공연 때 찾아와 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함께 합니다. 어릴 적 언젠가는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욕심과 질투로 불평, 불만과 좌절이 가득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아닙니다. 저의 주변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 현재 가지고 있는 것들 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삶이라는 것을 압니다. 그러므로 저는 그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음악 생활을 하고, 제가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삶을 살아갑니다. CD 판매량이 나오지 않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이만큼이라도 CD가 팔리고 우리 음악을 찾아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에 대한 마음의 여운이 훨씬 더 큰 것이죠.


여전히 저는 괜찮고, 앞으로도 괜찮을 것이며 때로는 쉬고, 때로는 느리게 음악 생활을 해나갈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곁에 있는 모든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은 항상 꾸준하며 영원할 것입니다. 저희 이번 음반이 그런 고마운 분들의 방 한구석 어딘가에 남아 2021년, 2022년 함께 했던 작은 추억으로 제 마음도 같이 은은하게 남기를 바라봅니다.


왜 이렇게 글이 길어졌을까요. 쓸데없이 긴 글 관심 갖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2.04.01.


2022.02.26.~2022.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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