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정민 Mar 22. 2022

촌빨 날리는 인트로



내가 만들었지만 이 촌빨 날리는 인트로만 들으면 대학로에서 뻔질나게 싸돌아다녔던 내 스무살 그때 그 시절 생각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정말 너무나도 아련하고 그립다. 들을 때마다 괜히 뭉클한데 인트로가 촌빨 날려서 더 그런 거 같다. 곡을 만들 때 하나하나 그렸던 기억의 그림들이 매번 떠올라서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이런 게 바로 자뻑인 건가.


나름 타이틀곡 중 하나인데 작년 이 쇼케이스 날이 현재까지의 이 곡을 공연한 유일한 라이브여서 실제 공연 영상 남아있는 게 거의 없다. 이 곡 처음으로 공연하면서 관객석에 앉아있는 우리 팬분들 보니 너무 기분이 좋아 싱글방글 웃다가 초반 가사도 살짝 까먹었었던, 재밌지만 조금은 창피한 기억도 난다.


앨범 발매 후 긴 시간의 작업이 지겹기도 했고, 스스로 한 모든 레코딩, 믹싱, 마스터링 작업이 마음에 들지 않아 거의 듣지 않았는데 대중음악상 노미네이트 이후(정말 이 노래가 노미네이트 되리란 기대를 1%도 하지 않았다.) 오래간만에 다시금 들어보고, 라이브 영상 이렇게 한번 찾아보았다. 다행히도 그날의 유일한 공연 흔적을 고마운 분들이 남겨주셔서 시간이 조금 지나 회상해 볼 수 있다.


스무살 시절 생각도 나고, 고생하며 앨범 작업하던 시간 생각도 나고, 작년 11월 쇼케이스 때 우리 고마운 팬분들과 함께 했던 생각도 난다.


언젠가 시간이 훌쩍 지나 어디선가 이 노래의 인트로가 들려올 때, 이 노래를 작년에 처음 들었던 분들이 각자의 2021년, 2022년 이 시절을 추억처럼 떠올리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이 있다. 쉬운 코드 진행에 촌빨 날리는 인트로, 그리고 긴 아웃트로. 마치 오래된 필름이나 사진이 한 장 한 장 넘어가는 음악처럼 느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렇게 만들었다. 각자의 삶의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그곳에 담기게.


나의 바람이 과연 이루어질까. 10년 후쯤 다시 돌이켜봐야겠다. 우리는 그땐 또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이 시절을 추억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2022.03.22.


* 영상: 마리별님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데뷔 11주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