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시간과 공간의 멋
SILO Lab AMBIENCE 전시.
1. 잔별 (Stardust)
2. 해무 (Horizon)
3. 채운 (Glowing Clouds)
4. 칠흑 (Pitch Black)
5. 파동 (Ripple)
6. 찬별 (Starglow)
7. 윤슬 (Sparkling Ripple)
양평의 남한강변에 위치한 이함캠퍼스. 마침 요즘 날씨도 적당히 선선해졌고 찾아가는 길도 정겨워서 나들이 기분이 한껏 나던 곳.
요즘 프로젝트로 함께 하는 팀의 멘토 분이 추천해줘서 다녀왔는데, 전시가 거대한 위압감이나 놀라움 같은 것보단 ‘AMBIENCE’ 이름 그대로 ‘여백의 미’가 가득해서 정말 좋았다. 내가 너무 사랑해마지 않는 그 ‘텅 빈 시공간의 멋’. 가슴 한 구석 아래로 턱 하니 떨어지는 공허한 마음 같은 것.
엄청 특별할 것은 없지만 빛과 물을 사용해 감정의 여백을 불러일으키는 아이디어와 각 공간마다 특유의 향이 있어서 인상적이었고, 캠퍼스의 여러 공간을 순차적으로 이동하며 하나하나 이어지는 작품의 흐름과 컨셉의 변화도 인상적이었다.
스태프 분이 한 공간마다 최소 8분 이상 감상해달라고 말씀하시던데 각 작품들이 8분보다 훨씬 더 머무르게 하는 힘이 있었다. 몇몇 공간은 적막하고 텅 빈 느낌을 초연히 감상할 수 있게 아예 앉을 수 있는 곳을 만들어놨는데 그 부분도 너무 좋았다. 끝자리에 조용히 앉아 여유롭게 사진과 영상도 찍고 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온전히 푹 빠져서 감상할 수 있었다.
특히 운이 좋았는지 모든 공간마다 단 한 명의 사람도 없고 나 혼자만 있어서 공간을 독차지한 느낌도 들고 나 혼자 오롯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 더 좋았다. 이런 행운이 있나!
제주도 휴가 동안 3곳을 다녔고 이번이 4번째 장소. 멋진 예술 작품을 보면 작품에 감탄을 하며 동화되는 느낌, 공부가 되는 느낌도 있지만 한 편으로는 내 자신이 얼마나 초라한지도 느끼게 된다. 그런 마음들이 나를 더 일깨우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겠지. 그러므로 더 많은, 더 다양한 예술 작품들을 만나야 하는 것이고.
이번 주는 태풍이 오고 있어 걱정이지만, 선선한 가을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 도란도란 나들이 겸 놀러 가 보면 좋을 그런 곳. 특히 엠비언트, 여백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더 좋을 전시. 마음 내려놓고 앉아서 고요함 속에 하염없이 작품 바라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특히.
추천!
2022.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