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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정민 Apr 07. 2023

낭만이 있었네

좀 오그라들지만


낭만이 있었네. 좀 오그라들지만.


이따금씩 생각한다. 내 또래의 사람들은 이 시절에 다들 어떻게 지내고 있었을까. 같은 하늘 아래, 서로 다른 세상 속에 각자의 아름다운 푸릇푸릇 한 청춘을 만들어가고 있었을까.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얼마나 웃고 울었을까.


그때도 언제든 우리 손안에 추억을 담아 보관할 수 있는 스마트폰 시절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나면 꺼내볼 수 있고, 보여줄 수 있는 사진처럼. 하지만 우리 또래들의 유년 시절과 청춘 시절의 움직이는 모습은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다.


정지되어 있는 사진에는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없다. 그저 그랬었지 하는 추억만 각자의 머릿속에, 눈앞에, 귓가에 남아있을 뿐. 물론 그 정지된 사진이라도, 남아있다는 것은 그저 소중한 것이지만.


그래서 더 애틋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흔하고 넘쳐나는 것, 쉽게 얻고 쉽게 소모되는 것에는 아쉬움을 그다지 느끼지 못하지. 우리들이 늘 아쉬워하는 것은 쉽게 얻지 못하고, 또 곁에 둘 수 없고, 내 손에서 내 눈앞에서 영원히 떠나가는 것들에 대한 것이니까.


어리숙하고 촌스러운 모습, 좋지 않은 화질, 하지만 그런 화질로도 또렷하게 느껴지는 너무나도 앳된 모습. 내가 내 모습을 볼 때는 물론이고, 우리 또래의 사람들이 올리는 옛 사진, 영상들을 보게 될 때면 마치 내가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 괜히 마음 한편이 아려올 때가 있다. 우리가 어디선가 서로 다른 각자의 세상 속에서 같은 한 시절을 보냈고 그것을 영원히 떠나보냈다는 동질감 같은 것일까. 나는 왠지 모르게 늘 그렇게 투영된다.


그때는 그 시절의 아름다움이 있고 지금은 지금 시절의 아름다움이 있는 것이지.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고 지금이 아름답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그때 그랬었지 하는 소중한 추억들이 대부분 정지된 사진과 내 머릿속에, 눈앞에, 귓가에만 남아 있어 그게 늘 아쉬울 뿐.


마치 다시는 구해서 볼 수 없는 어느 독립 영화, 단편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것이 내 경험이었는지 영화였는지, 꿈이었는지 현실이었는지, 오래된 기억 속에 그저 어렴풋이 남아 있을 뿐이다.


2023.04.07.


* 1999년 10월의 이 영상은 2021년 10월 밴드 이상의날개의 ’푸른봄‘ 뮤직비디오에 담겼다.


https://youtu.be/QPs763qDgjQ

이상의날개 - 푸른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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