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 달 동안 저녁만 되면 클라리넷(으로 추정되는) 악기를 부는 이웃이 있다.
때로는 남들은 자는 늦은 밤에도 부른다. (물론 나는 안 자고 있지만)
오래전엔 리드를 부는 것 자체가 서투르더니, 최근엔 도레미파솔라시도를 엄청 빠르게 왔다 갔다 한다. 여전히 간간이 삑사리가 나지만.
입시생이라기엔 너무 기초에 오래 머물고, 클래식 곡 연습은 전혀 하지 않으니 아닌 것 같고,
직장인 취미라고 하기엔 클라리넷을 단순 취미로 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데, (그래서 처음엔 색소폰인 줄 알았으나 아무리 들어도 클라리넷 소리)
오늘은 특이하게 낮부터 저녁까지 내내 연습을 하면서 지브리 음악을 부는데 (천공의 성 라퓨타 주제곡) 그새 실력이 그래도 많이 늘었더라.
몇 달간 지속되고 있으니 어떤 사람들은 층간 소음 이상의 고통이라 생각할 수 있겠는데, 나는 뭐 괜찮더라. 아마도 이렇게 몇 달간 불고 있다는 것은 주변 이웃들도 다 별 컴플레인이 없었던 듯하고.
그간 몇 달 동안,
한 이웃의 악기 실력이 향상되는 게 그냥 소리로 느껴지고, 도레미파솔라시도에서 하나의 연주곡을 부는 실력까지 갔다는 게, 음악 생활을 하고 있고, 가르치는 사람의 입장에서 뭔가 묘한 응원의 마음 같은 것도 생기더라.
누구에게는 소음일지 모르겠지만, 나도 이런 경험은 처음인데, 나에게는 그다지 문제 되는 소음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어느새, 얼마나 늘었는지 들어볼까? 이런 마음까지 생기는 게 참 웃긴다는 생각도 들었다.
언제까지 이 소리가 들려올지 모르겠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하루 종일 부르고 있어서 생각난 김에 몇 자 적어본다.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은 늘 아름답다. 누군지도 모르지만 열심히 연습하고 능숙한 연주자가 되어 멋진 취미 생활 이어가길 응원해 본다.
2024.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