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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꼴라쥬 Feb 10. 2021

적과의 동침은 가족애를 부른다.

(일러스트 출처_ 모든 계절 모든 순간)


오늘은 미니미들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합니다. 제게는 2021년, 올해로 11살이 된 아들 미니미와 9살이 된 사랑스러운 딸 미니미가 있습니다. 미니미들은 둘도 없는 절친이자, 사랑하는 사이이자, 애증의 상대이기도 합니다. 아들 미니미가 두 살이 되던 무렵, 생각지도 못하게 딸 미니미가 생겼고 그때부터 제게는 고민이 생겨났지요. 



아이들에게 동생이라는 존재는 
조강치처의 입장에서 
첩을 가족으로 맞이하는 기분이래 


헛. 첩. 이라니요... 그렇다면은 큰 미니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구요.


원치도 않는 첩을 마음대로 만들어놓은 것만으로도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법한 사건인데 말입니다. 그 첩을 갑작스럽게 집으로 데려와서는 무조건 사랑해 주라고만 합니다.


"엄마 뱃속엔 너랑 똑 닮은 예쁜 아가가 찾아왔어. 아직은 너무나 작은 씨앗과도 같은 아기지만 이제 쑥쑥 자라나서 몇 달이 지나면 우리 미니미처럼 뿅! 하고 세상에 나타나게 될 거야. 그때 아가가 우리 집으로 오게 되면 많이 예뻐해주고 사랑해줄거지?"


끄덕끄덕, 배시시. 아들은 예쁘게 웃으며 알겠다고 했습니다. 점점 불러오는 엄마의 배를 신기해하며 이따금 쓰다듬기도 했지요. 오며 가며 배 위에 귀를 대고 소리도 들어봅니다. 상당히 묘한 표정으로..

'그냥 꾸륵꾸륵 물소리만 나는 것 같은데.. 이 속에 사람이 들어있다는 말인가'



첩을 사랑하라고?!
우린 가족이니까?!


"이제부터 우린 가족이니까 동생 많이 사랑해줄꺼지? 엄마는 아들도 너무 사랑하지만 아가도 많이 사랑해. 우리는 이제 모두 가족이니까 서로서로 사랑하면서 행복하게 잘 살자? 알았지? 우리 아들, 동생 많이 사랑하고 예뻐해줄거지? 고마워. 사랑해!"


딸이 우리 집으로 처음으로 들어오던 날 제가 아들에게 건넨 말입니다. 참으로 잔인했군요.


'나는 아직 새롭게 들어온 첩이라는 존재에 대한 파악도 채 마치지 못했는데 말입니다. 엄마는 나더러 첩을 사랑해주라고 하네요. 다른 사람도 아닌 엄마가. 엄마는 분명 내 편인데. 무조건 내가 최고라고 그랬는데 말이죠. 그런 엄마가 가족이니까 그냥 받아들이라고 제게 말합니다. 어쩔 수 있나요. 그러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사실은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내가 알겠다고 하니 그제서야 굳어있던 엄마의 얼굴이 환해지네요. 저더러 너무 착하고 예쁘다고 합니다. 사랑한대요. 저는 이제 어떡하면 좋을까요?'


어쩌면 아들 미니미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사람인 걸까, 
인형인 걸까.



어느 날엔가 잠시 아이 둘을 거실에 두고 화장실에 다녀온 순간이었습니다. 아들 미니미가 딸 옆에 앉아서 뭔가를 꼼지락대고 있더군요. 헐. 살짝 열려진 저고리 사이로 드러난 딸 미니미의 배꼽이 신기했는지 아니면 실컷 밥을 먹은 후라 그대로 포만감을 들어낸 동그란 배가 신기했던 건지 아가의 배를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고 있더군요. 그러다 저와 눈이 딱 마주쳤습니다. 헤~ 하며 애교 섞인 눈웃음을 치며 환하게 웃어 보입니다. 그런데 저는 보고 말았습니다. 순간 놀란 마음에 마구 흔들리고 있던 아들 미니미의 동공을 말입니다.



세상 제일 무섭다는
무관심 스킬



어느 날에는 딸의 손등에 작은 붉은 자국이 보여진 날도 있었지요. 안되겠다 싶어 아들 미니미를 붙들고 알아듣게끔 이야기를 했습니다. "다시는 그러지 마라잉~ 엄마 속상하다잉~" 충고가 통했는지 이후로는 딸 미니미를 건들지 않더군요. 그런데 너무 안 건들더군요. 네. 아예 건들지도 않고, 대응도 않고, 대놓고 투명인간과 같은 존재가 되고 말았습니다. 딸 미니미는.


딸 미니미가 기어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보는 눈이 있는지 아빠는 거들떠도 보질 않고, 잘 생긴 아들 녀석의 꽁무니를 졸졸졸 쫓아만 다니는데 말입니다. 아들 미니미는 그런 동생을 거들떠도 보지 않더군요. 네. 그냥 없는 사람 취급을 했습니다. 빠빠빠바~ 거리며 뒤를 따라 다다다닥 기어가도 재빠르게 뛰어서 다른 곳으로 이동해버리던 아들 미니미 녀석. 자신의 딸랑이와 인형은 안중에도 없고, 그저 오빠의 블럭만을 탐하면서 늘 오빠 곁을 뱅뱅 맴돌던 안쓰러운 딸 미니미. 아직도 눈에 선한데요. 결국 안되겠다 싶은 저는 드디어 둘의 사이에 본격적으로 끼어들어 중재에 나서게 됩니다.



엄마의 관심과 사랑을
빼앗긴 느낌이니?



그렇다고 하는군요. 엄마의 모든 시선과 관심과 사랑의 끝에는 동생이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나는 엄마가 너무나 좋은데, 엄마는 늘 아기만 보고 있다고 하는군요. 참으로 이상합니다. 새로운 첩을 들인 조강지처가 된 아들의 마음이 상할까 싶어 혼자일 때보다 더 많이 안아주고, 훨씬 더 많이 사랑한다 말해줬는데.. 심지어 딸 미니미는 혼자 침대에 재우고 아들 녀석은 늘 제 배 위에서 잠을 청했는데 말입니다. 그래도 자신의 사랑을 빼앗긴 기분이라고 슬퍼합니다. 네. 제가 감정을 숨기는 게 미흡했던 걸까요? 아직 배우를 꿈꾸기에는 한참은 멀었나 봅니다.


전략을 바꿔야 했습니다.


"이제부터는 너는 딸 미니미와 동등한 입장이 아니란다. 너는 엄마와 같은 보호자의 입장이란다. 엄마 아빠가 함께 있을 때는 물론 엄마 아빠가 너희를 지켜주겠지만, 엄마 아빠가 없다면 누가 어른이지?!"



아들 미니미!!



그때부터 부쩍 어른이 되어버린 아들 미니미. 이제는 똑같은 아기의 입장이 아니라 딸 미니미를 지켜주는 아빠와 같은 존재가 되어가기 시작합니다. 그렇습니다. 모든 인간들은 자신의 자리를 노리는 경쟁자 앞에서는 그 누구보다 엄격해지고 무서워지지만, 감히 자신의 자리를 넘볼 수 없는 여리고 연약한 약자 앞에서는 그 누구보다 따뜻하고 포용력 있는 리더가 될 수 있지요. 네. 그때부터 아들 미니미는 자신의 포지션을 아빠와 같은 자리에 놓고서 이제는 아빠와 대립합니다. 그리고 딸 미니미는?! 그냥 마냥 귀여운 존재지요. 마치 자신의 딸 이라도 되는 양.. 겨우 두 살 차이일 뿐인데..


일로와. 오빠가 입혀주께. 오빠가 델다주께. 오빠가 갖다주께. 오빠가 물 떠다주께. 오빠만 믿어. 오빠랑 같이 하자. 오빠가 먹여주께. 엄마, 동생은? 아빠, 동생꺼도 챙겼어야지!!



오빠가 좋아?
아빠가 좋아?!



모든 것은 ing. 현재진행형입니다. 사실 저희 두 미니미는 딱 오해받기 좋습니다. 얼핏 보면 사귀는 사이인 것 같다고도 합니다.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를 다니는 내내 오빠는 동생을 챙겨댑니다. 아침에는 동생 양치를 챙기고, 손을 꼬옥 잡고 어린이집을 가고 유치원 버스를 탔습니다. 이따금 친구와 버스를 타고 싶은 날에도 혼자인 동생이 안쓰럽다며 꾸역꾸역 끝까지 동생을 챙겨서 벨트를 채우고 옆자리에 앉습니다. 그랬던 둘의 사이는 초등학생이 되고서도 변함이 없네요.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엄마.아빠는 안 챙겨도 서로의 몫은 꼭꼭 챙겨댑니다. 젤리 하나를 먹어도 혼자 먹는 법이 없네요.


엄마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사랑스럽고 예쁘지만 한편으로는 살짝 질투도 납니다.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좋아야하는 거 아닌가요? 그러나 저희 미니미들은 서로가 제일 좋답니다. 물론 속 깊은 아들은 이따금 저의 눈치를 살펴가며 "아..아..아.. 엄마도 젤 좋아" 뒤늦게 수정하려 애를 쓰기도 하지만, 너무 티가 납니다. 엄마도. 도. 도라구?!


이제는 제가 되레 아이들에게 묻습니다.



동생이 
그렇게 좋아?



"당연히 좋지. 내 동생이니까. 그리고 엄마가 그랬잖아. 동생이랑 나랑 똑 닮았다고. 엄마 아빠 없을 때는 내가 어른이고, 또 동생을 지켜줘야 한다고. 그리고 동생도 나를 너무 사랑해주니까 나도 동생이 너무 귀엽고 좋아!!"


코로나로 인해 집콕의 날들이 늘어가는 중에도 두 미니미의 깨소금 놀이는 여전히 한창입니다. 닌텐도를 가지고 놀다가도 이내 블럭을 만들고 클레이를 만지작거리며 여전히 역할 놀이를 합니다. 정말 신기한 것은, 분명 한 녀석은 책상 위에서 클레이를 만들고 있고, 한 녀석은 바닥에서 블럭을 조립하고 있는데 둘이 역할놀이를 하며 몇 시간을 놉니다. 쉴 새 없이 조잘조잘. 대화가 이어집니다. 분명 한 녀석은 로봇을 들고 있고, 한 녀석은 클레이로 고양이를 만드는 중인데 말이지요. 매일 보아도 매일 신기하기만 합니다.



콩깍지를 뒤집어 쓴 
오누이



오늘도 엄마의 초콜릿을 빼앗아 똑같이 절반으로 나누어 오빠에게로 달려가는 딸 미니미. 이내 "고마워"라는 아들 미니미의 밝은 음성이 방에서 들려오고, 딸 미니미는 한껏 뿌듯한 얼굴로 거실로 걸어나옵니다. 그리고는 또다시 제게 손을 내밀지요.


"엄마, 더 주세요. 오빠꺼도 주세요!!"


세상에서 제일 잘 생기고 멋진 남자는 오빠라는 딸 미니미. 새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귀여운 여자는 동생이라는 아들 미니미. 그들의 귀엽고 예쁜 사랑이 오래오래 함께 하기를 바라며, 오래전 소설에서나 보았음직한 문장으로 오늘의 글을 이만 마무리 해 볼까 합니다.



미니미들의 애정전선은
오늘도 이상 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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