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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모리 Jul 29. 2022

[독립출판 일지]14. 북토크요? 제가요?

독립출판을 기획하고 있을 당시 주변 사람들은 책 나오면 북토크를 하라고 했다.

말이 쉽지, 북토크는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기에 웃어넘겼다.

실제로도 그렇다. 북토크를 할 수 있는 공간이며 오는 사람이며. 머리가 복잡하다.


북토크 생태계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보통 출판사와 서점이 짝짜꿍을 하는 것 같은데.. 나는 출판사 대표이면서 짝짜꿍이라는 표현밖에 못한다. 몰라서 그렇다.


그래도 좋은 인연이 닿아 지금까지 세 차례의 북토크를 진행할 수 있었다.

각각 다른 과정을 거쳐서, 정리해 보면 이렇다.


1. 청년재단 <그래서 청년서가> 저자 참여 프로그램 


청년재단은 청년 활동 지원과 인프라 조성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는 재단법인이다.

청년재단에서 청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모색하던 중, 서점과 협업하여 책 큐레이션을 기획했다.

2022년 초부터 방산시장에 있는 '그래서책방'과 협업하여 <그래서 청년서가>라는 이름으로 매달 다른 주제로 전시를 꾸렸다.


그래서책방 책방지기님이 인디펍을 통해 5평 집에서 뭐 하고 지내? 책을 우연히 입고하셨고,

좋게 봐주셔서 '5평 집에서 뭐 하고 지내?'를 <그래서 청년서가> 큐레이션에 추천하셨다.


큐레이션 제안을 받고 저자 지원 프로그램까지 하겠다고, 나를 마음껏 착취(?)하라고 어필한 결과 첫 번째 북토크를 진행할 수 있었다. 북토크라기보단 프로그램에 가깝게, 모인 사람들과 집에 대해 속 깊은 얘기를 털어놓는 자리를 마련했다. 바로 '내 집의 이름- 문패 만들기'


에세이로 북토크를 하기에는 할 얘기가 마땅하지 않고, 나는 되려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집이라는 공통 주제로 평소에 하지 않을 생각을 깊게 파고들고 나누면 그 자체로도 의미 있겠다고 생각하여 기획했다. 다행히 청년재단 직원분들도 긍정적으로 검토해 주셔서, 즐겁게 준비할 수 있었다.


그래서 청년서가 저자 기획 프로그램 - 5평 집에서 뭐 하고 지내?

청년재단에는 강의용으로 쓰는 넓은 공간이 있었고, 프로그램 재료, 참여자 모집과 홍보도 모두 재단 측에서 도맡아 주셨다. 덕분에 나는 프로그램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책과 내 소개를 짧게 하고, 질문지를 만들어 각자 포스트잇에 생각을 적고 나눴다. 나눈 생각을 정리해 내 집의 이름을 지어 문패를 만들었다. 만든 문패는 포스트잇과 함께 청년재단에 전시했다.

생각보다 반응도 긍정적이었고, 참여도도 높았다.


재단 측에서 강연비도 따로 책정해 주셔서, 일반적인 북토크보다 후하고 편안하게 진행했다.

이 인연은 오래 이어져서 유튜브 인터뷰 촬영까지 했다.

https://youtu.be/sunQZQn39EI


2. 지역 독립서점 - 다대포예술기지 북토크

다대표예술기지는 내게 특별한 곳이다.

텀블벅에 펀딩을 시작했을 때, 책이 나오기도 전에 먼저 입고 문의를 주신 곳이다.


독립서점은 하루에도 몇 건식 입고 문의가 들어오고, 신간은 쏟아져 나온다.

그 홍수 속에서 봐야 할 책과 거를 책을 정리하고 더 나아가 좋은 책을 찾아다니는 기지대장님은 하루를 72시간처럼 사는 것 같다.


아무튼 첫 입고를 한 곳이라 마음속에는 감사함이 늘 은은하게 있었다.

또 우연히 기지대장님이 책과 커피를 콜라보한 패키지 상품을 기획 중이시고, 첫 번째로 내 책이 선정됐다고 연락 주셨다.

구성품으로 <쓰는;기분> 노트를 구상 중이라고 하시길래 냉큼 내가 하겠다고 말했다.

드디어 내가 도움드릴 수 있게 됐다며,

<5평 집에서 뭐 하고 지내?>로 갈고닦은 인디자인을 다시 꺼내 <쓰는; 기분> 편집을 맡았다.


다대포예술기지는 부산에 놀러 온 작가를 납치해서 북토크시키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나도 납치를 당해보고 싶어 밑밥을 깔았다.


"저 부산 여행 갈 건데.. "

"북토크 하시죠"


그렇게 다대포예술기지에서 북토크를 했다.

세상사가 다 이렇게 얼레벌레였으면 좋겠다.

다대포예술기지 북토크 - 5평 집에서 뭐 하고 지내?

 

이번에도 문패 만들기 프로그램으로 북토크를 구상했다.

아예 프로그램용 책자를 만들어 가서 훨씬 더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었다.

청년재단에서 할 때와 다르게 같은 테이블에 앉아 참여자 중 하나로 진행했다.


북토크 비용은 따로 받지 않았고, 되려 근사한 저녁을 대접해주셨다.

노골적인 비용 얘기 없이 선의와 선의가 오간 자리였다.

무엇을 하던간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관계임을 실감했다.


3. 지역 독립서점 - 달꽃 책방 카페 

달꽃 책방 카페는 청주 시내에 자리 잡은 책방 겸 카페다.

지연, 학연, 혈연은 대한민국을 작동시키는 근간이라고 생각하는데..(아님)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인 청주로 내려왔다.

책방에 인사도 드릴 겸 직접 책 재입고를 하러 갔다. 그저 지나가는 스몰토크였는데, 내가 청주에 계속 있다고 하니 북토크를 제안 주셨다. <그리고 5평 집에서 뭐 하고 지내?> 팬이 있다는 놀라운 소식도 들었다.


책방지기님과 참여비, 정산, 재료 준비 등 세부 내용을 조율했고

포스터 제작과 홍보, 참여자 관리를 모두 도맡아 주셨다.


달꽃책방카페 북토크 - 5평 집에서 뭐 하고 지내?


신청자 모두가 시작 시간보다 빨리 도착해서 1차로 당황했다.

신청자 모두가 내 책을 가져와서 2차로 당황했다.

난생처음 팬이라며 직접 구운 호두파이 선물을 받아서 3차로 당황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구성으로 북토크와 문패 만들기를 진행했다.

다른 점은 모두가 내 책을 읽고 오셔서, 책을 읽으며 궁금했던 점과 질문을 받으며 책 얘기를 좀 더 깊게 했다.


독립출판물은 비교적 공수를 덜 들인 것 같아서 잘 읽지 않았다는 편견을 깨준 책이라는 극찬도 받았고,

고전을 좋아하다 보니 자기가 좋아하는 작가 중 유일하게 살아있다는 덕담도 받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더니.

서점과 안면을 트고 인연을 맺어가면 자연스럽게 북토크는 따라오게 되는 것 같다.


보통 북토크는 신간이 나왔을 때 홍보용으로 하거나, 유명 작가가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독립출판물 작가도 북토크를 할 수 있다! 심지어 출간일이 꽤 지났는데도 따듯한 관심과 애정을 받았다.

책 한 권의 파급력이 이렇게 크고 깊다. 이래서 책을 읽는 사람이 여전히 멸종하지 않았나 보다.


인연이 된다면 또 만나요.

찾아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북토크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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