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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 없는 캐나다 워킹 홀리데이

토론토에서 맞이하는 토요일 아침

by 오모리



부지런한 한국인이라면 응당 워홀 오자마자 주민번호 개념인 SIN넘버를 발급받고, 은행 계좌를 만들고, 숙소를 구하고, 일을 구한다. 이 과정을 보통 3주 만에 해결하는 것 같다. 모름지기 워킹홀리데이를 왔으면 일을 해야 하고 또 열심히 일하는 한국인은 3개월 뒤에 번아웃이 온다더라..


약속의 3주가 됐다. 일을 구했는가? 아니다. 레쥬메를 썼는가? 아니다. 왜냐면..

매일 다른 현타와 싸우고 있다.


독립출판 해본 덕에 책 편집 스킬을 얻어서 한국 외주 일을 받고 있다. 캐나다 시차 때문에 새벽 2,3시에 오는 알림 확인이 좀 고역이지만 불규칙한 수입과 일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아주 소소한 인세도 들어온다. (5평 집에서 뭐 하고 지내? 절찬 판매 중)


소소한 인세는 월세 90만 원인 토론토에선 터무니없다. 일을 구해야 하는데 선택지가 많이 없다. 1년 비자고, 영어 잘 못하는 외노자를 회사에서 뽑는다? 쉽지 않을 것이다. 커리어를 살리고 싶어서 출판 디자인 쪽이나, IT 회사 쪽을 알아보다가 단념했다.


캐나다 친구(이제는 아님)의 일 구하는 팁


다시 알바를 해야 한다. 캐나다는 온라인 지원은 거의 없고, 가게로 가서 직접 레쥬메를 주는 게 채용 절차라고 한다. 알바 경력을 생각해보니 까무룩 했다. 거의 6년 전이잖아? 부지런한 한국인답게 빠릿빠릿 레주메를 써서 하루에 30개씩 돌려도 모자랄 판에 나는 자꾸 미룬다.


그러니까, 한국에서는 응당 그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 20대 후반이면 직장을 잡고, 승진을 하고, 한참 커리어를 쌓는데 서빙 아르바이트를 위해 30개씩 레쥬메를 돌리는 내 모습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이러려고 온 거 맞다. 규범에서 조금 이탈하자고 마음먹고 온 건데도 캐나다의 내가 아닌 한국에서의 나를 생각하며 배짱을 부린다.


어느 날은 하루 종일 방안에만 있으면서 여기가 서울 상봉동 내 자취방인지 토론토인지 분간이 안 간다. "나 여기 왜 왔지?"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겁을 먹는다. 가장 쉬운 방법은 워킹 홀리데이에서 홀리데이만 남기는 것이다. 거주민이 아닌 관광객의 나를 부른다. 이왕 여기 온 거 놀기라도 하자.


나이아가라 폭포(Niagara falls)

나이아가라 폭포는 캐나다 뷰가 더 예쁘다고 합니다.


토론토 마라톤 자원봉사(Toronto Waterfront Marathon)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물 주는 자원봉사


알곤퀸 국립공원 단풍투어(Algonqiun park)


놀다 보니 3주가 지났다.

지나간 시간을 생각하면 어이가 없어서 다른 워홀 온 사람들은 뭐 하고 지내나 브이로그나 블로그를 찾아본다. 쉬운 일도 어렵게 생각하다 보니 대담하게 마주 보는 게 쉽지 않다. 월요일에는 도서관에서 레쥬메 체크를 받기로 했고, YMCA에서 연결해준 영어 수업을 듣는다. 11월부터는 일을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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