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우주 분야 거버넌스
프랑스는 러시아와 미국에 이어 1965년 세계 3번째로 우주발사체 디아망-A(Diamant-A) 발사에 성공한 바 있다. 유럽우주기구(European Space Agency)의 중심 국가로서 유럽국가 중에서 가장 활발하게 우주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행정부에서는 고등교육연구부(Ministere de l’enseignement superieur de la recherche et de l’innovation)의 혁신기술지역활동국에서 우주 분야 연구 조정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혁신기술지역활동국 내에 우주정책방위과가 우주 정책에 책임을 지고, 우주관련 타 부처의 업무를 지원하며, 우주청인 CNES(Centre National d’Etudes Spatiales)를 감독하고 있다.
CNES는 1961년 설립되었다. 프랑스 우주 정책의 계획 및 실행에 있어 총괄적인 책임을 맡고 있다. 뿐만 아니라, 특별법의 위임을 받아 우주분야 연구개발 및 산업화를 책임지고 수행하고 있으며 동시에 우주분야에서 국가를 대표하고 있다. 또한 CNES에는 통합국방팀이 설치되어 있어 우주 국방 분야의 연구개발을 담당하고 있는데, CNES의 내부 조직이나 국방부가 통제하며 군출신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다.
CNES 예산은 2021년 기준 23.35억 유로로 이 중 10.75억 유로는 유럽우주기구(European Space Agency)에 공여하고 있다. 예산규모는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이며 러시아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규모다. 이는 우주 분야가 프랑스 정부의 가장 높은 우선순위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프랑스가 민간 우주 활동에 할당하는 예산인 인구당 연간 예산은 36유로로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다.
CNES 임직원 수는 2357명이며 파리, 툴루즈, 프랑스령 기아나에 거점을 두고 있다. 파리에는 본사와 발사 시스템 센터가 있고, 툴루즈에는 궤도 시스템 운영 센터, 기아나에는 발사 운영 센터가 있다. 가장 큰 센터인 툴루즈 센터에서는 엔지니어들이 궤도 시스템을 인식, 설계, 개발, 구축하고 위성을 위치시켜 관제하는 것을 담당하고 있다. CNES는 툴루즈 센터를 통해 인류의 이익을 위한 위성 데이터 수신을 장려하고 있으며, 미래의 우주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는 혁신을 장려하고 있다.
CNES가 현재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 중의 하나가 위성으로부터 받는 데이터 활용이다. CNES는 2021년 프랑스종합통신사인 오렌지 그룹(Orange Group)의 B2B 사업부인 OBS(Orange Business Services)로 하여금 우주 데이터를 설계, 사용, 유지를 위한 산업 컨소시엄을 이끌도록 했다. 이 컨소시엄은 CNES가 저장 인프라를 현대화할 뿐만 아니라 위성으로부터 받는 많은 양의 데이터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돕는다.
OBS는 CNES가 획득하게 되는 데이터를 예를 들면 교통과 관광 분야와 같이 사회의 이익과 경제를 부양시키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프랑스의 우주 부문은 2만~3만명의 사람들을 고용하고 있지만 그들이 데이터를 활용한다면 2백만명의 관광분야 종사자들을 도울 수 있다.
CNES는 연구개발과 산업 진흥의 교차점에 있으면서 큰 전통적인 기업들에서부터 작은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위해 지원하고 있다. 또한 투자자로서 많은 민간 기업들에 투자하면서 이들의 전략적 비즈니스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우주산업 클러스터 도시 툴루즈
프랑스 남서부에 위치한 툴루즈는 이 고장에서 나는 점토로 만든 붉은빛 벽돌로 건축한 건물이 많아 ‘장미 도시’라는 애칭으로 알려져 있다. 도시 인구는 50만명 정도 이며 파리, 마르세이유, 리옹 다음으로 프랑스에서 네번째로 큰 도시이기도 하다. 대서양과 지중해의 중간, 미디 피레네 지역에 위치한 툴루즈는 유럽 남부 지역 특유의 기후와 토양이 만드는 풍요로움과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유명한 곳이다. 뿐만 아니라 고대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풍부한 문화유산이 있고 도보와 자전거를 이용해 역사가 살아 숨쉬는 시내 곳곳을 돌아볼 수 있다. 1968년 CNES에 툴루즈 센터가 만들어지고 프랑스 정부가 1천명의 직원들을 파리에서 툴루즈로 이주시킬 때 모든 직원과 가족에게 원하면 1년 거주하다가 돌아올 수 있는 혜택을 제공했지만 단 한 사람도 돌아가지 않았다고 한다.
툴루즈는 대학 도시로서 프랑스에서 세번째로 가장 많은 학생 인구가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1229년에 설립되어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중 하나이자 세계적인 명문인 툴루즈 대학이 있고, 프랑스 국립 항공대학교인 ENAC도 이곳에 위치해 있다.
또한 에어버스 본사가 위치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에어버스는 인공위성, 우주비행사가 탑승한 우주선부터 헬리콥터와 상업용 비행기까지 항공우주 분야의 모든 제품과 솔루션을 개척한 기업이다. 어느 공원이나 음식점을 가더라도 에어버스 직원들, 장래에 에어버스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유럽 최대 인공위성 제작사인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Thales Alenia Space)의 거점이 있으며, CNES 툴루즈 센터와 프랑스 항공우주 연구센터인 ONERA가 위치해 있다. 400개의 우주 관련 회사가 12,000명을 고용하고 있는 툴루즈는 유럽 우주 산업의 중심지로, 프랑스 우주 분야 인력의 50 퍼센트, 유럽 인력의 25 퍼센트를 보유하고 있다.
우주 산업의 업스트림 영역에서 툴루즈의 우주 기업들이 많은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으로는 다음과 같다. 에어버스는 영국 위성 인터넷 서비스 기업인 원웹(ONEWEB)과 합작회사를 만들어 위성들을 툴루즈에서 제작하기 시작했다. 원웹 군집 위성은 모든 지역에 인터넷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통신위성기업 유텔셋(Eutelsat), 인공위성 제작사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Thales Alenia Space), 종합통신사 오렌지(Orange) 세 회사가 연합해서 유럽의 고정 광대역과 기내 연결 비즈니스를 지원하기 위해 KONNECT VHTS라고 불리는 차세대 고성능 위성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프랑스 우주청 CNES의 자회사 CLS의 스핀오프 회사인 키네이스(Kineis)는 20개의 나노위성 군집으로 모든 지역에 사물인터넷(IoT)을 가능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주에서 오는 데이터를 활용하는 다운스트림 영역의 플레이어들도 있다. 에어버스 DS Geo(이전 회사명 Spot Image)는 1982년 이래로 위성 이미지 등을 활용한 지구 관측 분야의 선두에 있다. 프랑스의 기상 관측소도 이곳에 있어 기후 변화와 관련한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머케이터 오션(Mercator Ocean)이라는 비영리 정부간기구가 소재해 있고 바다와 해양 자원의 보존과 지속가능에 초점을 두고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디 피레네 관측소(Midi-Pyrénées Observatory)는 공기질, 수로, 산림 등을 주제로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갈릴레오 위성 등을 활용한 지오로케이션(Geolocation) 분야도 툴루즈의 전문 분야다.
툴루즈와 보르도에 집중되어 있는 항공우주 엔지니어링 회사들과 연구센터들은 ‘에어로스페이스 밸리(Aerospace Valley)’라는 클러스터를 이루고 있다. 이 클러스터의 일부로 툴루즈에는 우주 분야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집적되어 있는 지역 ‘뉴스페이스 팩토리(NewSpace Factory)’가 있다. 이 곳에 위치한 기업들의 역량은 전문 엔지니어링, 인공위성 유닛, 소형 플랫폼, 테스팅 장비, 지상국 소프트웨어, 지상국 안테나 등 우주 산업의 전 가치가슬이 망라되어 있다. 이들은 250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이 중 40개가 현재 궤도 상에 있다. ‘뉴스페이스 팩토리’를 구성하는 주요 기업은 다음과 같다.
애니웨이브즈(Anywaves) : 소형 위성에 쓰이는 고성능 안테나를 만드는 스타트업. 미국 스페이스X에 탑재된 소형 위성을 제조한 로프트 오르비탈(Loft Orbital)이 애니웨이브즈에서 위성 안테나를 구매하고 장기적으로 협력할 것을 발표하면서 주목을 받음
씨에스(CS) : 지상국 운영 소프트웨어 솔루션 제공
에메리아(Hemeria) : 소형 위성 플랫폼 제공
우주 스타트업의 요람 B612
툴루즈는 우주기술 분야 스타트업들이 성장하고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툴루즈의 초기 우주 스타트업들은 B612라는 비즈니스 인큐베이팅 공간에서 성장하고 있다. 2018년에 개소한 이 곳은 생텍쥐페리의 소설 속 어린왕자가 사는 소행성의 이름을 따 지었다. B612는 툴루즈 메트로폴이 시설 운영을 담당하며 에어로스페이스 밸리(Aerospace Valley)가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에어로스페이스 밸리는 국제적으로 명성있는 테크 분야 파트너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B612의 안과 밖에서 1~2년간의 액셀러레이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풍부한 문화유산과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 전 가치사슬 영역에서 집적되어 있는 우주 산업, 그리고 세계적인 대학과 연구기관을 통해 배출되는 우수한 인력들이 툴루즈의 생태계를 순환시키고 지속가능하게 한다.
에어로스페이스 밸리 : 에어로스페이스 밸리 : 툴루즈와 보르도에 집중되어 있는 항공우주 엔지니어링 회사와 연구센터들로 이루어진 클러스터. 2005년 설립된 비영리 기관으로 두 지역의 기업, 연구센터, 훈련기관 대학들을 연결시킴. 이 클러스터 내의 500개 이상의 회사(에어버스, 에어 프랑스 등)에서는 12만개의 일자리 창출하고 8500명의 연구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2005년 이래로 총 12억 유로 규모의 475개의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본사는 툴루즈에 있고 에어버스 부회장인 Jean-Marc Thomas가 클러스터의 의장을 맡고 있다.
메트로폴 : 프랑스에서는 기초자치단체인 코뮨의 지나친 세분화로 광역행정서비스가 약화되자 코뮨간 연합체인 메트로폴을 2011년부터 발족시켰다.
<참고>
미국 주재 프랑스대사관 과학기술실(Office of Science and Technology) (www.france-science.com)
CNES (www.cnes.fr)
Invest In Toulous (www.invest-in-toulous.com)
NewSpace Factory (www.newspace-factory.com)
B612 (www.b612-toulouse.com)
ITPro(16 Feb 2022 ), Bobby Hellard, “Data is key to the next space race – and Toulouse is at the heart of it”
Automotive World(May 25, 2022), “Can Europe’s aerospace capital reinvent itself as a future mobility hub?”
* 위의 글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J-Connect 매거진 2022년 여름호 <Space Ecosystem> 편에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