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정원 Aug 19. 2021

해외 농식품 분야 혁신과 투자 동향

글로벌 농식품 분야 혁신과 벤처캐피털 투자 동향을 농식품 분야에서 가장 활발한 벤처캐피털 회사 중 하나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애그펀더(이하 AgFunder)와 컨설팅 회사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ricewaterhouse Coopers, 이하 PwC)의 분석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해 본다. AgFunder는 벤처캐피털 투자에 대해 공식적인 정보를 수집하는 크런치베이스(Crunchbase) 및 여러 나라에 있는 자사의 파트너사들로부터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해서 분석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PwC는 스타트업 투자자 및 딜 관련 글로벌 데이터를 취합하고 분석하는 플랫폼 기관인 딜룸(Dealroom)의 데이터를 활용하였고 약 11억 원(100만 달러) 이하의 펀딩을 받거나 스타트업이라기 보다는 일반 기업의 특징을 가진 곳은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농식품테크 부문 투자 트렌드
농식품테크(Agri-food Tech)란 농업과 식품 산업을 향상시키거나 혁신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분야의 스타트업들은 음식물 낭비, 이산화탄소 배출, 화학 잔여물 및 유출, 가뭄, 노동력 부족, 건강과 당 소비, 불투명한 공급망, 비효율적인 유통, 식품 안전성과 원산지 추적, 농사 효율성, 이윤, 그리고 지속가능하지 않은 육류 소비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 세계에 코로나19 감염병 대유행이 있었지만 2020년은 농식품테크 분야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장이 이루어진 해로 2019년 대비 35% 증가한 약 34조 원(300억 달러) 이상의 투자유치가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성장은 후기 단계의 딜 증가에 기인하지만 초기 단계 딜 수와 규모도 커지고 있어서 벤처캐피털계에서 이 영역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투자 범위도 확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효율적인 공급망 관리와 재배, 가공, 운송, 소비자 대상 대안적인 판매 방법이 중요해졌다. 이에 따라 농부와 리테일러를 중개하는 영역에서의 기술 혁신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였다. 식품 배송, 특히 온라인 식료품 쇼핑(e-Grocery) 분야에서의 투자 증가가 두드러진다.


출처 : AgFunder


또한 집에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배달음식을 위한 공유주방 등 클라우드 리테일(Cloud Retail) 기술에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식품의 근원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을 가지면서 대체 식품, 특히 단백질 영역에서 투자가 줄지 않고 지속되었다.


농식품테크 부문의 가치사슬에서 생산에 더 가깝고 소비자에게는 상대적으로 떨어져 있는 영역인 업스트림(Upstream)과 소비자 쪽에 가까운 유통과 소비 영역인 다운스트림(Downstream)으로 구분해서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농식품테크 부문 Upstream & Downstream

출처 : AgFunder


2020년은 업스트림에 대한 투자가 7년 만에 처음으로 다운스트림 영역을 뛰어넘은 해이기도 하다. 생산 부분인 업스트림에서의 혁신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어서 농업 부문에서의 기후 위기 대응이 벤처캐피털 투자로도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출처 : AgFunder


출처 : AgFunder


농식품테크 부문에서의 2020년 혁신 및 투자 특징은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식품 분야 전자상거래는 더욱 커지고 있다
온라인 식료품 쇼핑(e-Grocery) 분야는 농식품테크 부문에서 2017부터 꾸준히 가장 많은 펀딩을 받은 분야다. 코로나19로 많은 소비자들이 장보기를 온라인 쇼핑으로 전환하면서 선두자리를 확고히 했다. 또한 배달 앱, 온라인 밀키트, 공유주방 등이 펀딩을 많이 받았다.


2. 자동화, 로보틱스, 비대면 기술이 각광받았다
팬데믹의  다른 연쇄효과는 농사, 제조, 로지스틱스 등의 프로세스에서 사람을 분리시키는 기술에 대한 관심의 증가다. 농식품 부문은 위생에 대한 니즈가  이러한 현상이 분명하게 나타났다. 농부들은 팬데믹으로 인해 인력 부족 문제가 가중되어 센서, 드론, 로봇과 같은 기술에 더욱 열려있게 되었다. 가치사슬에서 소비자와 대면하는 쪽에서도 로봇 웨이터, 자가 운전 마켓 카트  자동화와 비대면기술에 대한 투자가 상승했다.

3. 생물학적 제제의 부상
농부, 소비자, 규제 당국 모두 농작물에 대한 화학적 처리의 부작용을 인식하게 되면서 2020년에는 실험실에서 이루어지는 생물학적 연구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였다. 예를 들면, 벨기에의 스타트업인 바이오탈리즈(Biotalys)는 라마나 상어와 같이 중쇄 항체를 갖고 있는 동물들의 면역 반응을 모방한 항균 농작물 보호 기술로 약 627억 원(5500만 달러)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또 다른 벨기에 스타트업 압헤아 바이오(Aphea Bio)는 옥수수, 밀, 콩 등의 농작물에 병충해를 입히는 특정 균류를 타깃으로 하는 미생물의 알고리즘을 발견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연구하고 있고 약 182억 원(1600만 달러)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4. 탄소 시장의 시대가 오는가
농업 분야에 아직 완전하게 기능하는 탄소 크레딧 시장은 없고 미국이나 다른 농업 선진국들이 관련 규제를 아직 적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2020년에 산업계에서는 자체적인 중요한 움직임이 있었다. 농업 대기업 카길(Cargill)은 농부들이 재생 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면 탄소 발자국을 상쇄할 수 있는 탄소 크레딧을 제공하는 기금을 설립하는 등 탄소 격리에 앞장섰다. 농업 스타트업 인디고(Indigo Agriculture)는 자사의 탄소 격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농부들부터 탄소 크레딧을 구매할 최초의 바이어들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바클리즈(Barclays), 제이피 모간 체이스(JPMorgan Chase), 아이비엠(IBM) 그리고 쇼피파이(Shopify) 등 글로벌 기업들이 포함되어 있다.


5. 대체 단백질이 주류가 되어 가고 있다
팬데믹은 식품의 위생에 대한 불안을 고조시켰는데 특히 음식 서비스와 패키지 분야에서 그렇다. 또한 코로나19가 동물원성 감염증으로 인한 것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육류가 어디에서 조달되는지, 어떻게 사육되고 가공되는지에 관해 소비자의 관심이 더욱 커졌다. 2020년 농식품 부문에서의 가장 큰 펀딩은 육류 제품을 대신하는 식물 기반 단백질 스타트업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s)가 기업가치 평가액 약 4.6조 원(40억 달러)으로 한국의 미래에셋금융이 리드하여 약 5700억 원(5억 달러)을 유치했다. 임파서블 푸드는 2011년 창업한 미국 기업으로 분자 단위까지 육류 제품을 연구하여 식물에서 단백질과 영양소를 추출하여 육류 제품의 맛과 질감, 영양을 복제하여 동일한 수준으로 재현한다.


기후테크에서의 농업 분야 투자 트렌드
기후테크(Climate Tech)는 온실가스 배출 감소 또는 지구온난화 영향 대응에 초점을 맞춘 기술을 말한다. 기후테크가 적용되고 있는 중점 섹터는 에너지, 모빌리티 및 운송, 식량과 농업 및 토지 이용, 중공업, 건설 환경, 온실가스의 포집 및 저장, 기후 및 지구 데이터 저장 등 7개 분야다. 기후테크에 대한 벤처캐피털의 투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2013년부터 2019년까지 평균 성장률은 84%에 이르며 연간 18% 성장에 그친 전체 벤처캐피털 시장의 거의 5배에 달한다. 2019년 소폭 하락세가 나타났는데 PwC에서는 펀딩이 이루어진 시점과 발표 시점 간에 시간적 격차로 2019년도의 데이터는 다소 낮게 추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 벤처캐피털 전체적으로 2019년 약 301조 원(2644억 달러)이 투자되었고 기후테크 투자는 6%를 차지한다. 기후테크에서 식량과 농업 및 토지 이용 분야는 2013년부터 2019년까지 기후테크 7대 섹터 중 모빌리티 및 운송 분야(63%)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3.6%를 차지하며 약 9.2조 원(81억 달러)을 유치했다.


출처 : PwC


식량, 농업 및 토지 이용(Food, Agriculture and Land Use) 부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여기에는 다음의 영역이 포함된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동물 공급원을 대신하여 단백질을 합성하거나 곤충 단백질 생산과 같이 바이오테크를 활용한 식량 생산 방식

정밀농업, 수직농업, 스마트팜 또는 에어로포닉스(aeroponics)1 와 같이 농업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거나 탄소 저감을 가능하게 하는 온실가스 저감 농업 방식

50년 이상 산림 이외의 용도로 이용해 온 토지에 새로이 산림을 조성하는 신규조림(afforestation) 이나 산림이었다가 산림 외의 용도로 90년 이상 이용해 온 토지에 다시 산림을 조성하는 재조림(reforestation)과 같은 자연환경의 관리와 재정비

탄소 배출 감축 방식의 토지 자원 관리(예: 토양 CO2 배출량 감소)

식량 생산 공급사슬 전반에 걸친 온실가스 배출 감소와 관련된 모든 활동(예: 부패 제거)

탄소 발자국이 낮은 새로운 비료의 개발과 생산, 그리고 사용에 있어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공정 개발

이 부문에 대한 벤처캐피털 투자를 살펴보면 2013~2019년 기간 동안 투자 규모는 약 9.2조 원 (81억 달러)을 유치했고 연평균 성장률은 75%다. 딜 건수는 2013년 21건에서 2019년 162건으로 약 8배 증가하였다. 이러한 투자 성장은 대안식품(식물성 버거와 대안 육류 식품)과 정밀농업의 성장에 기인하며 2019년 거래액의 64%를 차지한다. 그밖에 속도를 내고 있는 분야는 도시농업과 가치사슬의 온실가스 저감 분야가 있다. 이 부문에서는 유니콘 7개 기업이 배출되었는데 분야별로는 대안식품 4개, 정밀농업 2개, 가치사슬 온실가스 저감 기술 기업 1개가 차지하고 있다. 토지 이용 관리, 농가 자재의 에너지 효율화, 육상 및 해상 보호 기술 분야는 여전히 매우 초기 단계로 2019년에 관련 딜이 한 건 있었다.

출처 : PwC


식량, 농업 및 토지 이용 영역에서 가장 투자가 많은 두 개 분야인 대안 식품 및 온실가스 저감 단백질, 그리고 정밀농업 및 로봇공학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대안 식품 및 온실가스 저감 단백질
2013~2019년 동안 전체 투자 금액의 1/3 이상을 차지하며 가장 많은 투자를 유치하였다. 딜 사이즈는 전체 평균 이상으로 스타트업들이 어느 정도 스케일 업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가축이나 육류 기반 제품을 대신할 수 있는 식물 기반 또는 인공배양 대안식품(lab-based alternatives) 등을 연구한 푸드테크 기업들이 2017년 이후 크게 성장하였다. 유니콘 기업들인 비욘드미트, 임파서블푸드 등이 성공하면서 투자자들이 이 분야에서 확신을 가지고 투자를 확대했다.


정밀농업 및 로봇공학
두 번째로 많은 투자를 받았고 딜 건수로는 가장 많지만 평균 투자 금액 측면에서는 가장 작다. 초기 단계 스타트업들이 많다. 이 분야의 스타트업들은 일반적으로 기존 기술(AI, 센서, 드론, 로봇 등)을 활용하기 때문에 많은 자본 투자가 필요하지는 않고 데이터 수집과 자원의 보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분배 방안에 주력하고 있다. 대표 스타트업에는 앞에서 농업 부문 탄소 거래 시장과 관련해서 언급한 인디고가 있다. 2014년 창업한 미국 기업으로 2020년 시리즈F 자금 약 5700억 원(5억 달러)을 유치하면서 약 4조 원(35억 달러)의 가치를 평가받았다. 미생물 처리된 종자를 활용하여 면, 밀, 쌀과 같은 곡물 수확량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키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후 비즈니스를 온라인 곡물 시장, 온라인 곡물 운송 중개 서비스, 탄소 격리 가능 재생 농업에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탄소시장으로 진화시켰다. 또한 위성영상 기업인 텔러스랩스(TellusLabs)를 인수하여 데이터 플랫폼으로서의 역할도 강화하였다.


농식품 분야의 혁신과 벤처캐피털의 투자는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 그리고 코로나19 영향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온라인 식료품 유통과 대체육에서 크게 성장하였고 전통적인 생산 부분에서는 정밀 농업이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또한 생산과 유통, 소비의 다양한 영역에서의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1. 흙이나 토양을 사용하지 않고 대기상에 또는 안개로 영향분과 물, 산소를 뿌려 식물을 생육하는 공중재배법

참고
· Jack Ellis, “5 trends that shaped agrifoodtech in 2020” Agfunder News, December 24, 2020

· AgFunder, AgFunder AgriFoodTech Investment Report 2021

· PwC, The State of Climate Tech 2020


위의 글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J-Connect 매거진 2021년 여름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jccei.co.kr/pub/site/default/ebook/JConnect18/e-book.html


작가의 이전글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