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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온나길 Apr 04. 2024

성장과 성취

 언제부턴가 성장은 성취와 같은 말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자라온 환경이 은연중에 내게 그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더, 더 빨리 달려! 더 많이 손에 넣어야 돼. 빨리!'


 무언가를 이루는 것이 곧 나아가는 거라고, 그게 바로 성장이라는 거라고. 그렇게 믿고 쉼없이 나를 채찍질했고 결국 내가 원하는 만큼 손에 넣을 수 없게 되자 꺾이고 좌절했다.


 그래, 여기까지가 내 한계구나. 나는 이런 인간이었어.


 내 생은 그런 짙은 패배감이 도사리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다지 빨리 달리고 싶지 않아. 그렇게 내달리는 삶은 살고 싶지 않아.


 어쩌면 모순되게도, 나는 더는 달리지 않기 위해 많은 걸 손에 넣으려 애써왔던 거였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다면 조금은 마음을 놓고 평온해질 수 있을 것 같아서.


 인간은 성장을 추구한다고 한다. 살아있는 것이라면 나아감을, 성장을 바란다고.


 나는 그 말을 '살아있는 이들은 무엇이든 성취해야만 한다'는 말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난 이제 지쳤고 더는 무언가를 손에 넣기 위해 살고 싶지 않다. 내 삶을 재정비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뭔가 이상해서. 내내 삶의 초점이 이상한 데 맞춰져 있던 것 같아서. 이건 아마 나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 이다.


  사람들은 빠른 삶보다는 좋은 삶을 바란다는 문구를 최근에 본 적이 있다. 좋은 삶... 내가 바라는 좋은 삶이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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