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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온나길 Feb 07. 2024

사랑으로 움직이기





 "널 움직이는 게 두려움이야, 사랑이야?"


 오랜만에 내가 쓴 리뷰들을 읽어보다가 잊고 있던 질문 하나가 문득 날아들었다.


  그에 대한 대답은 분명했다.


 '두려움이지.'



 내가 심연을 들여다볼 때 심연도 나를 바라본다고 하던가.


 그렇게 심연과 오래도록 마주 보고 있다보니 두려움이 온통 나를 잠식해 그게 내 동력이 되어버렸다.


 물론 심연을 들여다보는 건 때때로 필요한 일이다.


 다만 어떤 것에 집중하다보면 시야가 좁아지고, 그게 내 세상의 전부가 되어버릴 수 있다.



 최근, '내가 언제부터 이런 즐거움을 잊고 있었더라?' 하고 느낄 때가 많다.


 언젠가 나를 구성하던, 나조차 잊고 있던 것들. 내가 세상을 느끼던 방식. 언제부턴가 나는 내가 사랑하던 것들을 모조리 놓치고 있었다.



 인간이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그게 어떨 때는 좋은 연료가 되어주기도 한다지만 너무 두려움에 잠식되어 있다보면 오히려 진짜 나를 잃어버리게 된다. 나는 오래도록 나를 잊고 있었다.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고, 더는 상처받지 않으려고 되도록 모든 걸 차단하려 애쓰며 살아왔다.


 혼자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고 해서 상처를 덜 받는 건 아니었다. 내가 나에게 끊임없이 상처 입혔으며 과거에 받은 상처를 곱씹으며 수없이 다시 상처 받았다.


 그 지난한 시간 속에서 잊혀진 게 참 많은 것 같다.



 "널 움직이는 게 두려움이야, 사랑이야?"


 그 질문에 나는 조심스럽게 말해본다.


 "사랑이었으면 좋겠어. 이젠 사랑으로 움직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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