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편> 1. 미래의 나라, '브라질'
“미래의 나라, 이 세상에 파라다이스가 존재한다면 이곳이 바로 그곳이다 “
- 아메리고 베스푸치 Amerigo Vespucci
갖가지 화려한 의상을 입고 흥겨운 삼바 춤을 추는 나라, 세계에서 축구를 가장 잘하는 나라, 아마존 밀림의 나라, 한국과 지구 정반대에 있는 나라, 정부가 발행한 채권의 금리가 높고 비과세라는 혜택이 있어서 한국인들이 수십 조원의 채권을 꾸준히 사고 있는 나라.
포르투갈 탐험대가 이곳에 도착해 보니 ‘빠우 브라질 Pau-Brazil’ 나무가 많았다는 것에서 이름이 유래된 브라질은 러시아, 캐나다,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나라(한국의 85배)입니다. 브라질은 국토 면적의 약 10%가 경작 가능한 땅이며, 농사에 적합한 날씨도 갖춰서 1년에 3모 작도 가능합니다. 덕분에 소고기, 오렌지 주스, 사탕수수, 닭고기와 콩 등을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는 세계 유수의 식량 수출국가 이기도 합니다. 닭만 보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한 해에 도축되는 닭이 약 400억 마리쯤 되는데, 그중 약 68억 마리가 브라질산産이며 한국의 수입 닭고기 중 약 80%는 브라질에서 왔을 정도입니다. 게다가 브라질은 지하자원도 풍부해서 철광석 세계 2위, 흑연 세계 3위, 주석과 알루미늄 세계 4위, 망간 세계 5위의 생산국이며 세계 10위의 산유국이기까지 한데요. 땅 위에는 농작물이, 땅 밑에는 각종 광물 자원이 풍부하니, 한국과 같이 보유 자원이 부족한 나라들에게 브라질은 참으로 부러운 나라입니다.
“신은 브라질 사람인 것 같다”
- 룰라 Luiz Inácio Lula da Silva 전 브라질 대통령
심지어 행운의 여신도 브라질의 편인 듯한데요. 사탕수수로 큰돈을 벌다가, 그다음에는 담배로 벌었고, 18세기에는 금이 발견되었고, 금을 캐다 보니 다이아몬드가 나왔으며 19세기에는 커피로 돈을 벌었고 20세기에는 고무가 생산되는 등으로 자연은 브라질에게 아낌없이 선물을 주었습니다. 뭔가 다 떨어져 간다 싶으면 새로운 부富를 얻는 행운까지 누리니 정말 신은 브라질 출신인 것 같다고 할만하지요.
한편, 남미 역사에 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은 프랑스의 나폴레옹입니다.
나폴레옹은 포르투갈에게 오랜 동맹국이었던 영국과의 관계를 끊고 자신과 손 잡기를 요구했습니다. 나폴레옹은 육지를 장악하고 있고 영국은 바다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포르투갈은 고민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동맹인 영국을 선택하면 나폴레옹이 포르투갈로 쳐들어 와서 본토를 잃게 될 것이고, 그렇다고 프랑스 편을 들면 영국이 바닷길을 막아서 애써 개발한 식민지 브라질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고심을 거듭한 끝에 결국 포르투갈은 본국 대신 브라질을 택했고, 포르투갈의 왕과 귀족 및 관료들은 프랑스가 쳐들어오기 전에 국보와 주요 문서를 가지고 영국 해군의 호위를 받으며 브라질로 이주하였습니다. (포르투갈과 영국의 동맹은 1373년부터 지금까지 유효한 상태로 지속되고 있는데요. 이것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동맹입니다)
왕이 브라질로 오게 되자 포르투갈과 브라질은 더 이상 본국과 식민지, 주인과 하인의 관계가 아닌 형제의 관계로 바뀌었고, 유럽이 나폴레옹과 전쟁에 몰두하는 동안 브라질은 지금의 국토를 거의 확정 짓게 됩니다. 이후 나폴레옹이 몰락하자, 포르투갈 왕은 본국인 포르투갈로 다시 돌아가야 했는데요. 이때 브라질에 남아 있던 포르투갈의 왕자가 독립을 선언하여 지금의 브라질이 되었습니다. 같은 왕조에서 나누어진 나라다 보니 브라질에 영구 거주 중인 포르투갈 시민은 브라질 시민과 동등한 권리를 지니고, 포르투갈 정부는 자국민에게 일자리를 브라질에서 찾아보라고 할 정도로 양국의 관계는 현재까지도 매우 좋습니다.
브라질에는 있는 것 세 가지와 없는 것 세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있는 것은 축구, 삼바 그리고 복권입니다. 그만큼 이 세 가지를 브라질인들이 좋아한다는 것이지요. 반면에 없는 것 세 가지는 신의 축복을 받아 자연재해가 없고 1870년 이후로 전쟁을 하지 않아 전쟁이 없으며 인종차별이 없습니다. 현재 브라질인은 백인 48%, 혼혈인 43%, 흑인 8%, 아시아인 1% 정도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이렇게 다양한 인종이 사는 이유는 넓은 땅에 비해 노동력이 부족해서 유럽 및 아시아로부터 많은 이민자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한 브라질 지인에게 가계家系가 어떻게 되는지 묻자 그녀는 증조할아버지부터 시작해서 나열했는데요. 네덜란드, 포르투갈, 이탈리아, 독일, 파라과이 등 다양한 국적이 족보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브라질에서는 서로 다른 인종의 커플들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브라질 이주민들이 브라질에 잘 동화된 예로는 아랍인을 들 수 있습니다. 브라질에는 약 천만 명의 아랍계 브라질 인들이 있지만 아랍인에 대한 차별이 없다 보니 자신을 아랍계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브라질에서 이슬람 테러리즘과 관련된 사건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고요. 미국을 가리켜 멜팅 팟(Melting Pot, 인종과 문화 등 여러 요소가 하나로 융합 및 동화되는 현상이나 장소)이라고는 하지만 인종, 피부색, 문화적 배경, 종교가 다르다고 차별하지 않는 브라질이 좀 더 진정한 멜팅 팟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경이 다른 사람들끼리 모여 살다 보니 ‘서로가 서로의 방식을 존중’ 하는 문화가 형성되었는데요. 존중하다 보니 관대하고 다툼도 적게 일어납니다. 운전 중에 끼어드는 차에게 경적을 울리기는커녕 끼어들라고 자기 차를 후진해주기도 하고 심지어 1차선에서 우회전을 하는 차량에게 옆 차선 차들이 조용히 기다려 주는 모습까지도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몇 년 전 은행이 파업을 한 달 정도 했는데요. 놀랍게도 불평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한 달 만에 은행이 문을 여니 길게 줄 서면서 말없이 기다리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