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여행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준영 Feb 03. 2024

[일본]시라카와고(白川郷) 나고야 근교 여행

1편

딱히 할 게 없다는 일본 나고야. 오죽하면 '노잼도시' '일본의 대전'이라는 별칭이 붙는다. 그래서 나고야 여행엔 시라카와고와 다카야마 등 근교 일정을 많이들 끼워 넣는다.


근교로는 직접 갈 수도 있고, 당일투어 상품을 이용해 여행할 수도 있다. 장단점은 분명하다. 전자는 각자의 취향에 맞게 여행할 수 있는 반면 교통편을 일일이 알아봐야 하는 점이 귀찮다. 후자는 짧은 시간에 최대한 많은 여행지를 둘러볼 수 있지만 주마간산에 그친다는 큰 단점이 있다.


나는 시라카와고를 여유롭게 즐기고 싶어 직접 교통편을 예매하고 료칸도 하룻밤 예약해 두었다. 결과적으로는 매우 잘한 선택이었다. 당일치기로는 시라카와고를 충분히 느낄 수 없다.

나고야 메이테츠 버스 센터

시외버스로 나고야→시라카와고 이동


시외버스가 다니는 메이테츠(Meitetsu) 버스 센터는 메이테츠 백화점 3층에 있다. 기차역과 헷갈려 헤멜 수 있으니 구글맵으로 위치를 찍고 찾아가길 권한다.


표를 구입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www.highwaybus.com에서 나고야-시라카와고 노선을 선택한 뒤 비행기 표 예약하듯 결제하면 이메일로 표를 보내준다. 좌석 위치도 정할 수 있다. 당연히 현장 구입도 가능하지만 매진될 염려가 있으니 온라인 예매를 추천한다. 1인당 편도에 3800엔, 한화로 3만5000원 정도다. 버스에 탈 때 기사에게 보여주면 된다. 시라카와고까진 2시간 40분 정도가 걸린다. 중간에 휴게소에 한 번 들른다.


세계유산 시라카와고

"아..."


시라카와고에 내리는 순간 나지막이 나온 탄성. 하늘은 티 없이 맑고 사위를 뒤덮은 눈은 햇살을 받아 화사롭게 빛난다. 시라카와고는 세계에서 손꼽히게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다. 일본은 바다로 둘러싸여 대기에 수증기가 많은데, 시라카와고는 해발고도가 높은 데다 험준한 산으로 둘러싸였다 보니 큰 눈이 자주 내린다.


'갓쇼즈쿠리(合掌造り)'라는 독특한 지붕이 발달한 이유다. 짚을 매우 두껍고 가파르게 쌓아 눈을 지면으로 떨어지게 함으로써 집이 무너지는 걸 막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눈이 많이 오다 보니 지붕마다 눈이 수십 센티미터씩은 쌓여 있다. 멀리서 마을을 바라보면 흰 털모자를 눌러쓴 요정들이 옹기종기 모인 것 같다. 시라카와고는 199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시라카와고 전통가옥에서 맛보는 일본 가정식 이로리(いろり)


금강산도 식후경, 본격적인 구경은 차츰 하기로 하고 일단 점심부터 먹는다. 시라카와고는 동네가 작고 식당이 많지 않은 만큼 여행객들이 본격적으로 밀려들면 제때 밥을 못 먹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본 가정식당 '이로리'에 갔다. 워낙 유명한 곳이지만 일찍 간 덕에 기다림 없이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신발을 벗고 다다미에 올라앉으니 마음이 한껏 고즈넉해진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를 홀짝거리며 검붉은 나무로 지어진 전통가옥 내부를 둘러본다.

손님들은 일본 현지인부터 동서양, 히잡을 쓴 외국인까지 다양했다. 특히 중동에서 온 여행객들이 많다. 평소엔 설경을 구경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리라. 혼자 온 손님들도 상을 하나씩 차지하고 있는 걸 보니, 분명 사장님 인심이 넉넉한 곳 같았다.


직원에게 "이치방 닌기(가장 인기 있는) 메뉴"가 무어냐 물으니 히다규 된장 정식(1인분 1950엔)을 추천했다. 작은 도자기판에 소고기와 버섯, 파 등을 굽고 된장 소스를 곁들이는 음식이다. 여기에 흰쌀밥과 따뜻한 국수, 간장에 조린 제육, 두부, 구운 생선이 함께 나온다.


핏기가 가실 정도로만 익힌 고기를 노릇하게 구워진 파와 함께 된장소스에 찍어 입에 넣으면 경칩날 눈처럼 녹아 사라진다. 제육은 우리나라의 제육볶음과 달리 고기도 잘고 소스도 간장 베이스에 살짝 시큼하다. 나마비루나 전통주 한 잔이 간절했지만, 얼굴이 빨개지는 데다 눈이 많은 곳을 구경하려면 체력 소모가 클 것 같아 참기로 했다. 양이 적은 걸 빼면 상당히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현금의 나라 일본이지만 이곳에선 카드 결제도 문제없다. 미리 엔화를 채워 놓은 트래블월렛 체크카드 터치 한 번이면 끝. 선한 얼굴의 직원이 영수증을 건네며 한국어로 "감사합니다" 인사한다. 허기와 감성을 모두 채울 수 있는 식당이었다.


2편에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이탈리아]폼페이 최후의 날, 어느 방향으로 뛸 것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