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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웨이스트와 궁상의 차이

한 끗 차이,  그 차이는 마인드!

넉넉지 않았던 시절을 지내본 나는 궁상이 싫다. 왜 궁상 앞에는 지지리가 붙는지. 

지지리도 궁상은 정말이지 싫다


부자가 되어보지 못했지만 아끼며 살지 않았다. 물세 아끼려 대야에 물 받아쓰고 전기세 아끼려 불 끄러 다니고 몇 푼 아낀다고. 뭣하러!

그 몇 푼이 중요했던 삶이었다. 티클 모아 태산이라는데 그 티클 모으는 게 싫었다


주부 10년 차, 주부 9단은 못되어도 5단쯤은 되려나? 우리 가족은 샤워할 때 꼭 욕조 안에서만 해야 한다.  물이 여기저기 튀지 않아 청소하기 쉽기에, 내가 정한 우리 집 규칙이다.(화장실이 두 개라 하나씩 맡아서 하자고 했지만 안방 화장실을 쓰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화장실 청소는 모두 나의 차지?이다. 그러니 이 정도의 규칙은 불만 없이 들어준다)

 

몇 달 전부터 샤워를 하면서 욕조에 마개를 꼭 닫아두고 한다. 왜? 

흘려보내지는 물 담아두고 청소할 때 쓰려고. (궁상이 싫다면서) 왜? 


미니멀 라이프를 알게 되면서 자연스레 따라온 관심사. 환경보호.

제로 웨이스트의 삶을 조금씩 생각해나가며 나는 요즘 에너지 절약에 힘을 쓴다.


아이 둘을 머리까지 감기고 샤워를 한 물을 받으면 생각보다 많은 물이 욕조에 받아진다. 바가지로 그 물을 퍼서 욕실에 촥촥 뿌려가며 청소할 때의 쾌감이란!! 해보지 않고서는 모른다. 청소를 해보면 생각보다 물이 많이 사용된다. 욕조에 받아진 물을 거의 다 사용한다. 아이들을 씻기는 데 사용하고, 청소하느라 새물을 또 그만큼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참 아깝다. 물을 정화하는데 얼마나 많은 과정과 비용이 들어가는 줄 알기에 재사용하는 물이 귀하다!


제로 웨이스트 (zero waste)
직역하면, 폐기물이 전혀 발생되지 않는 것
포장을 줄이거나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를 사용해서 쓰레기를 줄이려는 세계적인 움직임


환경보호에 쓰레기 줄이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서이다


그렇게 나는 불필요한 전등을 끄러 다니고 흘려보내지는 물을 받아 재사용한다

이거, 궁상이야?


궁상과 제로 웨이스트.. 일어나는 현상은 같으나 전혀 다른 두 가지.

나는 지금 분명 궁상이 아니다. 난 불을 끄러 다니고 물을 받아 쓴다. 신기한 건 이런 나의 행위가 싫지 않다. 내 마인드가 바뀌었다.


그래. 한 끗 차이. 그 차이는 바로 마인드의 변화였다.

전기세를 아끼고 물세를 아끼려 하는 행동이 아니다. 불필요하게 낭비되고 있는 에너지를 아껴 조금이나마 지구에 도움이 되고 싶다. 우리 집의 전기세는 평수에 비해 적게 나오는 편이 아니다. 얼마까지 절약하자고 정한 것이 아니라 쓰지 않아도 될 곳에 낭비를 하지 말자는 말을 하고 싶다. 


화장실에 불이 두 개다. 하나를 켜도 충분히 밝지만 둘 중 어떤 버튼이 어느 불였는지 알고 켜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손이 닿는 두 개의 스위치를 다 누르고 본다. (불이 하나가 어두운 사람은 두 개를 켜야 한다. 그러나 나는 하나도 전혀 불편함이 없다) 그래서 나는 하나의 스위치에 스카치테이프를 발라두었다. 손가락이 두 개의 버튼을 습관적으로 눌러도 하나의 스위치는 켜지지 않는다. 

대피공간의 스위치도 켜지지 않도록 테이프로 고정시켜두었다. 밤 시간에 대피공간을 사용할 일이 거의 없는데 켜 두고 밤새 끄지 않는 집도 많이 보게 된다. (테이프의 힘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위급상황에서 불을 켜지 못하리라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조금만 세게 눌러도 테이프는 떨어지게 붙여두었다)


나의 작은 실천이, 어쩌면 번거로운 이 행위들이 모이고 모여 이 파란 지구에 이산화탄소가 줄어들 수 있다면/

물을 정화하는데 비용을 덜 들일 수 있다면/ 전기를 생산하려 원자력을 더 세우지 않고 화력발전소를 줄일 수 있다면/  그래서 다음 세대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파란 하늘을 더 볼 수 있다면/ 이 궁상쯤, 아니 이 번거로움을 감수하는 것은 오히려 즐거움이 될 수도 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내가 완벽하게 분리배출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불필요 한 곳의 에너지를 줄여서 꼭 필요한 곳에 사용하고 싶고 그렇게 노력하며 살고 있다. 


궁상과 환경보호의 한 끗처럼

내 삶의 한 끗들이 얼마나 있을까

그 한 끗 차이는 내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던가


그렇게 오늘도 난 내 한 끗을 선하게 돌리려 애를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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