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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보렴 Dec 13. 2021

이제는 더 이상 외롭지 않습니다

정신분석 심리학, 『프로이트의 의자』

나만을 위한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 요즘 같아선 기쁜 소식이겠지만 20대의 나에겐 그렇지 않았다.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어려웠다. 덩그러니 나만 남은 것 같이 느껴져 누구와 함께 할지 생각하며 연락처를 들여다보았다. 그러다가 홀로 밥을 먹을 상황이라도 되면 스마트폰에 의지를 했다. 영상이 아니면 음악이라도 들어야했다. 외로움의 바다에 표류하지 않도록 나를 지켜야했기 때문이다. 공부도, 운동도 심지어 여행도 꼭 누군가와 함께해야만 했다.


이러한 성향은 결혼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연고가 전혀 없는 지역으로 이사 와서도 빠르게 사람들과 친해졌고 자주 만났다. '친화력이 좋아서'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혼자서 시간을 보낼 능력이 없던 것이었다. 어릴 때부터 관심의 방향이 외부로 향해 있었다.





작년 초 갑작스럽게 코로나가 터졌다. 처음에는 신랑이 출근한 뒤 혼자 보내는 하루가 옥살이처럼 느껴졌다. 지인들과 전화 통화도 오래하고, 걷기도 하고, 그동안 미뤄두었던 일들도 하나씩 해보았지만 시간은 더디 흘러갔다. 남편이 야근이라도 하는 날에는 더더욱 그랬다. 피곤한 신랑에게 내 이야기를 성의껏 들어주지 않는다고 투덜거리기 일쑤였다. 외롭게 한 당신이 내게 보상해야 한다고 여겼다.


외부와 단절된 기간이 길어질수록, 혼자서 시간을 잘 보내기 위한 돌파구가 필요했다. 우연히 알게 된 온라인 모임을 통해 좋은 습관을 만드는 데 에너지를 쓸 수 있었다.

‘혼자 시간 보내기와 습관 만들기가 어떤 상관관계가 있나’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습관처럼 하는 활동들을 통해 자율성을 높이고 일정한 생활패턴을 유지하다 보니 ‘혼자 놀기’가 두렵지 않았다. 말씀묵상과 기도, 감사일기 쓰기, 미라클 모닝, 무의식 글쓰기, 독서, 운동과 같은 것들을 하면서 나만의 루틴을 만들었다.      


꾸준한 독서를 위해 심리학 독서모임 <마음담론>에 참여했다. 한 달에 책 한 권을 읽고 매주 한 편씩 글을 썼다. 글을 쓰면서 시간을 주도적으로 쓸 수 있어 꽤 유익했다. 책의 내용을 기록하고 글쓰기에 적용도 했다.       

평소에 책 한 권을 진득하니 읽어내지 못할 정도로 독서 습관이 잡혀 있지를 않았다.

생산성 강의를 들은 후 노션, 에버노트와 같은 디지털 노트에 좋은 문장을 메모하며 호흡이 긴 책도 읽어 낼 수 있었다. 기록을 하면 밑줄긋기 보다 오래 기억에 남았다. 필사보다 더 좋은 방법으로 글쓰기에 도전했다. 책을 읽자마자 떠오르는 생각을 글로 써내니 내용을 선명하게 그려낼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느꼈던 감정까지 오롯이 남길 수 있었다. 읽고 쓰면서 몰입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상대적으로 외로움을 느끼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독서다운 독서를 한 다음에 글쓰기에 도전한 책이 『프로이트의 의자』이다. 정신분석 입문서라고 소문날 정도로 편안하게 읽히는 책이다.

‘책이란 우리 안에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라는 표현처럼 이 책에서 ‘도끼’같은 글을 만났다. 「고독과 외로움을 구분하세요」에 실린 문장들이 나의 마음과 생각을 점검하게 했다.


현명한 사람들은 '고독'과 '외로움'을 구분해 말합니다. 고독이란 '혼자 있는 즐거움'이고 외로움은 '혼자 있는 고통'이라고 합니다. 외로움은 덜어내야 할 감정이지만 고독은 추구해야 할 이상일지도 모릅니다.고독은 사람을 강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대가는 치러야 합니다.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 정말 힘듭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안의 부모'가 아주 강해야 합니다. 남에게 매이지 않으면서 편안하기는 쉽지 않습니다.『프로이트의 의자』, p.122  


외로움과 고독의 차이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한다.

외로움혼자 있는 것 자체가 고통이 되어, 이를 벗어나기 위해 사람이나 일과 같은 외부에 의존하는 것이라고 나름대로 이해했다. 반면에 고독한 상태는 내 안에 강인한 존재가 있기 때문에 자율적이고 독립적이다. 고독은 혼자 있을 때에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외로움과는 차이가 있다.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 숨 가쁠 정도로 바쁘게 살아 왔던 지난 날이 스쳐 지나갔다. 외부로 에너지를 쏟아내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일을 만들고, 인정받기 위해 애썼다. 안부를 묻는 질문에는 매번 ‘바쁘다. 정신없이 지낸다.’고 대답했다. ‘바쁜 사람’으로 통하는 것을 내심 즐겼다. 마음담론에 처음 참여하면서 만났던 책 『감정은 습관이다』를 읽으면서도 비슷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었다. 누구도 나에게 바쁘게 살아야한다고 요구하지 않았다. 하지만 스스로를 계속 다그치며 바쁘게 살도록 내몰았다.


근본적으로 ‘내면의 나’와 ‘현실의 나’ 사이에 소통이 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이 어떤 방향인지, 어떻게 쉼을 얻을 수 있는지 몰랐다. 내게 귀 기울이지 않다보니까 자꾸 밖으로 돌고 사람을 만나고 무엇인가 일을 해야만 했던 것이다.


외로움은 '내 속의 나'와 '현실속의 나' 사이의 소통이 끊어진 상태입니다. 사람들을 만나 수다를 떤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바쁜 척 한다고 내 마음을 끝까지 속일 수는 없습니다. 끊어진 끈을 다시 이으려면 고독을 통해 접근해야 합니다. 고독은 격리된 삶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여유, 능력, 재미를 말합니다.
『프로이트의 의자』, p.124     







여전히 사람을 많이 만나고 섬김도 꾸준히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봉사 자체를 목적으로 하지 안호고 있다. 나를 소진시키는 헌신이 아니라, 내 마음에 감사가 넘치는지 점검하면서 감당하고 있다. 내면의 나와 대화하지 않는 무조건적인 헌신은 나를 소진하게 만든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독서와 글쓰기를 비롯한 좋은 습관들이 자리를 잡았다. 읽고 쓰는 행위를 통해 참나를 만날 수 있었다. 습관을 통해 세운 하루의 루틴이 계속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무엇을 위해 일찍 일어나고 싶은지, 인생의 우선 순위로 무엇을 두고 싶은지, 무엇을 그리고 왜 공부하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건지. 몸이 말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이제는 마음 뿐만 아니라 몸이 보내는 신호도 즉각적으로 알아차리고 있다.     

 

점차 나를 챙기게 되고, 돌보게 된다. 나와의 대화가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 알아가는 중이다.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길 수 있어야 배우자한테도 에너지를 나누어 줄 수 있음을 깨닫는다. 예전과 달리 충만한 에너지로 마음껏 섬기고 사랑할 수 있다.     


고독 상태로 들어가 내 안의 나와 정면으로 만나서 대화를 하세요. 나의 삶이 어디에 와 있는지, 내가 사는 이유와 의미는 무엇인지, 삶의 기쁨은 무엇인지를 찾아보세요.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 과연 그것들이 두려워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정성을 들여 알아보세요. 고독은 인생의 속도를 약간 늦추는 일입니다.
『프로이트의 의자』, p.125     




나의 감정과 욕구에 충실하게 반응하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좋은 에너지를 나누게 되니까 점점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고독을 연습하면서 사람들과 연결이 되고, 결국에는 나 자신과 건강하게 대화할 수 있게 되어 외롭지 않게 되었다.


고독을 통해 인생의 속도까지 늦출 수 있다니 더 없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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