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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울며 운전하던 밤

by 소소라온

두 달여가 지나자

이백여만 원에 달하는

산후도우미 이용 비용이 부담스러워졌다.


이제는 혼자 키워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산후도우미 이모와 작별하고,

본격적으로 혼자 쌍둥이 육아를 시작했다.

남편이 아침에 출근하고 나면,

하루 종일 두 아기를 혼자 돌보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벅찼다.


그래도 열심히 해내고 싶었다.
아기들이 둘 다 잠들었을 때 잠깐씩 졸고,

한 아기라도 깨면 그 아기를 안고 얼렀다.
둘 다 깨면 동시에 민원을 해결해야 했고,

한 아기씩 따로 깨면

깬 아기가 울며 자고 있는 아기까지 깨워버리곤 했다.
같이 깨도 문제였고, 따로 깨도 문제였다.

그렇게 하루를 온전히 혼자 감당하고 나면,

남편이 퇴근했다.


그럼 나는 다시 저녁을 준비하고,

낮 동안 미뤄둔 집안일과 아기 빨래를 했다.
한 아기씩을 안고 식사를 번갈아 하며,

오늘 하루의 고단함을

남편에게 이야기하곤 하였지만,

그때에도 남편은 별다른 말이 없었고,

그 묵묵부답에 서운함이라도 표현할라치면,
“나는 회사에서 놀다 온 줄 아냐, 나도 엄청 피곤하다”로 화답하곤 했다.

그런 날들이 반복되었다.


다른 산모들이 산후우울증을 겪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런 걸 느낄 여유조차 없었다.


그러다 아이들 백일 무렵, 탈진이 왔다.
몸이 어디가 어떻게 아팠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어느 밤 혼자 응급실에 가기 위해

운전대를 붙잡고 울며 병원까지 갔던 기억만은 지금도 또렷하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당시 나는

‘엄마란 이래야 한다’,
‘엄마가 된 아내는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다.


내가 갖고 있던 그 고정관념대로

나를 몰아붙였고,
그 버겁고 지친 과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나가며

남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었던 것 같다.


지금이라면 그렇게 하지는 않았으리라.
너무나 버거운 일이라고,

나를 더 지키고 돌보아야만 하니,
누군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겠다고 나섰을 것 같다.


그때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조금 덜 완벽해도 괜찮다고,
너도 누군가에게 기대도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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