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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하는 너

나, 사랑받고 있구나

by 해솔은정

"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행복은 우리가 사랑받고 있음을 확신하는 것이다."

빅토르 위고


엄마가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될 때

윤서가 대답해 줄 때야.

윤서가 어렸을 때

엄마가

"윤서야~~."라고 부르면

"네~~ 엄마아!"

라고 답하던 윤서 목소리에 엄마가 왜 불렀는지 잊어버리고 웃음 지을 때가 많았거든.

네.. 엄마아.. 그 말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지.

누군가에게 대답해 주는 건, 반응해 준다는 건 존중하고 책임을 다한다는 뜻 이래.

영어로 response가 대답인데 거기에 able(힘, 능력)을 더하면 책임이 되잖아.

대답만 잘해도, 누군가에게 반응만 잘해도 소통은 진짜 잘되거든.


윤서가 다섯 살 무렵에 쓴 엄마 일기가 있더라.


잘 잤니? 윤서?

네에.. 엄마 덕분에요..

엄마 아침 인사에 방긋 웃으며

엄마에게 건네는 너의 인사는

엄마를 하루종일 기쁘게 하는구나.


엄마가 하는 말에 언제나 귀 기울여주고 답해주는 윤서

며칠 전에 엄마 옆에 누워서

"엄마. 나중에 엄마랑 꼭 같이 살게요!"

라고 속삭여주던 윤서 말에 엄마는 웃음이 나왔어.

"녹음해도 돼?"라고 엄마는 물었지.

윤서 생각이 언제 바뀔지 모르니까 말이야.


사춘기(라고 엄마는 하지만, 본인은 아니라고 하는 그 시기)인 윤서는 친구들과 지내는 게

더 즐겁고, 엄마에게 멀리 떨어져 지내기를 꿈꾸기도 하지만. 엄마가 혼자 있는 시간들을 생각하면

마음에 걸리는지 가끔 그렇게 말해주기도 하지.


윤서는 어렸을 때

진지하게 생각하고 답했지.

"윤서야. 엄마랑 같이 살 거지?"

"엄마. 그건 힘들겠어요. 그리고 결국 엄마도 엄마의 남편 어머니와 사시잖아요."

라고 답해서 엄마를 웃게 만들고, 언제나 답은 거절이었거든.

"전 제 남편과 살 거예요!"라고 말해서 말이야.


요즘 윤서는 엄마가 외로움을 느끼는 건 아닐까? 혼자 지내도 괜찮은가? 물어보곤 하지.

나도 궁금해.

아직은 윤서와 재경이가 같이 있으니 엄마가 독립해서 혼자 지내게 될 때 잘 지낼 수 있나?

외할머니도, 할머니도, 다들 혼자 지내시는데 이제야 그 쓸쓸함과 혼자서 먹는 밥의 무게감을

좀 알게 되는 거 같아.

엄만 사실 좀 혼자 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 많이 했거든.

한 번도 혼자 지내본 적이 없어서 그랬어,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이라는 책을 제목만 보고 샀던 대학교 1학년 때,

진짜 내 공간이 갖고 싶었거든.

초, 중, 고시절은 할머니, 아니면 집안 일 도와주던 언니. 사촌동생들,

대학교에선 기숙사 룸메이트,

결혼해서도 한 번도 내 공간이 없었지.

그렇게 기다려놓고서는 진짜 그 시간이 다가오니 두려움이 덜컥 오는 것도 사실이야.


윤서가 독립을 꿈꾸는 것처럼

엄마도 독립을 꿈꾸고 있어.

그러니 걱정 말고, 윤서가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누리고 싶은 것들을 꿈꾸고 경험해 봐.

엄마는 이제야 갖게 된 엄마의 공간에서 엄마 일을 하면서 엄마도 하고 싶은 것, 누리고 싶은 것들을

찾아가 볼게. 나이를 먹는다고 꿈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윤서가 엄마에게 늘 반응해주고 있어서,

엄마는 사랑받는다고 느끼고 있어.

엄마도 홀로 계시는 할머니들이 사랑받는다고 느끼시도록 자주 연락해야겠다.

윤서가 대답해 줄 때 느끼는 행복감을 두 할머니들도 느끼시도록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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