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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솔은정 Mar 16. 2024

매일, 조금씩, 꾸준히의 힘

원시인에서 시니어모델이 될 수 있을까?





“회원님. 거울을 좀 보시겠어요?

등이 굽고, 어깨는 말리고, 목은 거북목이고, 허벅지는 안쪽으로,

종아리는 바깥으로 말려가는 중입니다.”

 필라테스 선생님의 정확한 진단과 평가를 듣자면

나는 정확히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후손이 확실하게 모습을 재현 중인 몸이다.

 내 몸인데도 내가 못 움직이고, 내 팔과 다리가 정확하게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른다는 사실을

운동하면서 알았다.

필라테스하면서 제일 좋았던 건 현재 내 모습을 바로 보고.

올바른 자세로 조금씩 변화되는 내 몸을 내가 알아가는 것이다.

정말 얼굴 말고는 어디 정상인 곳이 없구나.

유방암 수술 이후 어깨를 잘 움직이지 못해 도수치료를 받으러 갔는데

그곳에서 만난 치료사 선생님이 필라테스를 권유하셨다.

남이 해주는 수동적 치료보다는 직접 몸을 움직이고 느껴서 삶의 습관을 고치라는

말이 더 정확하게 와닿았기 때문이다.

운동은 구경하고 관람하는 것이지

직접 뛰어보는 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했던 나는 걷기 말고는 움직이는 건 잘하지 않았다.

대학교 때 테니스 수업을 받고 온 날, 온몸이 아파서 끙끙거릴 때

“그렇게 힘든 일은 아랫사람들 시키고 넌 구경만 하거라.” 해서

나를 웃게 만드신 친정아버지 말씀 덕분에 운동은 나 말고 우리 아이들만 많이 시켰다.

필라테스 그룹 수업에 처음 참여한 날.

나는 도통 강사님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꼬리뼈를 말라고 하는데

김밥만 말아봤지. 꼬리뼈를 어찌 마냐고 묻고 싶었다.

흉곽을 닫으라고 하는데, 문만 닫아봤지. 흉곽은 어떻게 닫는 건지

알 수가 없으니 이건 그룹 수업에서 느는 건 눈알 돌리기뿐인 거 같았다.

두 번 그룹 수업에 참여하고 나서

내가 간 곳은 한의원이었다.

온몸에 근육통이 생겨서 도저히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안 쓰던 근육을 쓴 것도 있고,

힘을 과도하게 잘 못쓰고 긴장한 내 근육들은 주인을 잘못 만나

너무나 고생 중이다.

두 번 다니고 이걸 그만둬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말귀 못 알아듣는 내 처지를 인정하고 개인레슨을 열 번 정도 받고 필라테스언어를 이해해 보기로 했다.

 몸과 마음은 하나요, 연결되어 있으니 내 몸이 하는 말에 귀를 잘 기울이면

내 마음도 더 잘 이해하게 될 거라는 기대도 되고,

수업에서 이렇게 못 따라 하는 수치심을 좀 극복도 해보고,

내가 열심히 하면 그래도 몸이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호모사피엔스 정도의 몸은 되겠지

아니. 어쩌면 시니어모델을 꿈꾸게 될지도 모르지,

하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내게는 엄청나게 큰 액수의 레슨비를 내고

개인 레슨을 신청하게 되었다.

필라테스로 원시인에서 시니어모델로 발전하는 내 몸을 꿈꾸며 레슨 하는 첫날,

선생님께 물었다.

“ 선생님. 제 꿈이 환갑에 등 화악 파인 빨간 드레스 입는 건데, 이뤄질까요?”

내가 기대한 답은

“ 그럼요, 노력하시면 됩니다.” 였는데

 필라테스 선생님은

“얼마 안 남으셨잖아요?”라는 말로 나의 의지를

반은 꺾어버리는 답을 하신다.

상처받은 마음을 추스르고, 잘 해석해서 들어보니

매일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면 등이 점점 굽어가는데 선생님이 알려주시는 대로 하면 좋아질까요?”

“아. 좋아지죠, 하지만 금방 돌아와요!”

결국은 일상의 태도와 습관이 100프로니 매일 나의 자세를 점검하는 게  회갑연에 빨간 드레스 입는 지름길이구나!


바르게 앉고

(턱은 잡아당기고, 단전에 힘을 꽉 주고, 꼬리뼈는 살짝 말고, 등은 펴고 가슴은 누가 잡아당기듯)

바르게 서고

(발바닥 전체로 힘이 가게 골고루 힘주고, 꼬리뼈 살짝 말고. 단전에 힘을 주고.

턱 아래로 당기고, 등 펴고 가슴은 누가 잡아당기듯)

바르게 호흡하고

(코로 마시고 입으로 내쉬고, 내쉬는 것을 오래오래 다 뱉어낼 것)


이 세 가지만 신경 쓰고 있어도 생각이 딴 데 안 가고

“지금, 여기”에 머무르는 최고의 방법이다.  

호흡 자체가 명상

어쨌든 환갑까지는 시간이 내 기준으로는 좀 남아 있으니

매일 조금씩 꾸준히 힘이 얼마 큰지 해보자.

지금 이 순간 글 쓰면서 허리를 좀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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