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심리를 해석할 수 있나요?
“선생님! 전 ENFP가 아니거든요!”
“그래? 그럼 네가 되고 싶은 건 뭔데?”
“전 ESFP란 말이에요!”
MBTI검사와 함께 해석에 대한 강의 의뢰가 들어와 중고등학교에 외부강사로 출강한 지가
10년이 넘었다. 2010년에 MBTI 강사자격증을 따기 위해 광주에서 서울까지 오가는 그 시간들이 전혀 고되지 않고 너무나 재미있었다. 나를 알아가는 시간들이기도 했고, 그룹 작업을 하면서 너무나 다른 반응과 삶에 대한 태도가 다양해서 재미있고 신기했다.
자격증은 덤이고, 배움과 경탄의 시간이라 MBTI전도사가 된 기분이었다.
10여 년 전에는 사고형과 감정형이 무엇인지, 직관형과 감각형이 어떻게 다른지. 인식형과 판단형이 생활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설명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하지만 요즘은 설명도 하기 전에 자신이 무슨 형인지 다 알고 있다며 자신의 유형의 특징까지 말해준다.
누가 강사인지 모르겠어서 가끔 아이들이 설명하는 걸 내가 듣고 있을 때도 있다.
지난번 간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이 자신의 검사결과에 대해 불만을 표하더니
ESFP가 나올 때까지 하겠다고 한다.
“OO야. 혹시 ENFP유형 중에 네가 싫어하는 친구가 있는 거야?”
흠칫 놀란 그 친구가 갑자기 조용해지더니
“네, 사실은 그래요. 그 친구랑 같은 유형이란 게 더 싫어요.”
“그 친구가 싫은 거지? 그 유형이 싫으면 편견이 돼버리지 않을까?”
심리검사지를 나눠주기 전에 오리엔테이션을 30분 정도 시작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시험 보는 느낌으로, 문항에 체크를 하다 보면 자신의 실제 모습이 아니라 되고 싶은 모습이라든지,
어릴 때부터 많이 들어 세뇌가 된 바람에 그렇게 되어야 하는 모습들에 체크하고 있을 때가 많다.
그래서 결과가 나오면 자기가 아닌 거 같다고 말한다. 검사 결과에 대한 해석을 듣는 이유도 결과에 대한 오해가 생기기에 반드시 검사하기 전에 오리엔테이션과 검사결과에 대한 해석이 필요하다.
여러 심리검사지에 대한 결과를 해석하다 보면 이 숫자들과 그래프들이 한 사람의 마음을 객관적으로 보여주기도 하지만, 만나보지도 않은 사람들의 마음이 그려질 때가 있기도 하다. 그러나. 그래프와 숫자만으로는 그 사람의 마음과 감정, 지나온 과거들을 다 알 수가 없기에 이야기를 들어봐야만 한다.
10년 넘게 하다 보니 사실은 그 유형이 뭐가 그리 중요하나 싶다.
혈액형이 뭐가 중요하나? 혈액 자체가 깨끗해서 혈관을 잘 타고 흘러가야지.
유형이 뭐가 중요하나? 사람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기본이 되면 유형 따위는 필요가 없지
그렇지만 세상에서 제일 재미난 이야기는 나 자신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던가.
학교에 가서 자신의 유형이 아니라 실제 자신의 이야기로 바꿔 들려주면
아이들은 정말 눈 반짝. 귀 쫑긋 자세로 잘 듣고 있다. 자기가 주인공이 되기 때문이다.
ISFP유형으로 나오는 친구의 이름을 보고 불러본다.
“얘들아. 혹시 돈이 필요하면 꼭 이 친구에서 빌려달라고 졸라. 그러면 마지못해 빌려줄 거야.
더 좋은 건 갚아달라고 말도 못 할 수 있어. OO야,, 손들어봐.”
애들이 박장대소하면서 웃는다. 맞다고,
ISTJ친구 이름도 확인하고 말한다.
“ OO 이는 2023년 0월 0일, 그 친구가 2300원을 빌려갔다. 적어놓고 결코 잊지 않지.
기록과 기억의 왕이니까. 빌려가면 반드시 갚아야 해.”
자신의 이야기라 자기도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INTP친구를 불러서도 묻는다.
“OO는 다른 친구들 웃을 때 안 웃고, 혼자서 웃을 때가 있지? 웃는 포인트가 다르지?”
맞다고 끄덕인다.
자기의 유형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라 더 잘 듣는다.
심리해석의 가장 중요한 점은 모든 유형은 아름답다는 것, 그리고 틀림이 아니라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알려주는 일이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바라보는 것은 나 자신인데.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는
각자 유형이 쓰고 있는 안경에 의해 다르게 해석될 수 있음을 알아차리게 해주는 일이
바로 심리해석이다.
심리를 해석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삶에 대한 해석이 각자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는 일이고,
모든 유형은 참 아름답지만
내가 좋아하는 유형과 내게 맞지 않는 유형이 존재할 뿐,
세상 기준은 나임을 알려주는 일이
심리해석의 출발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ESFP가 될 수 있지! 네가 되고 싶다면 말이야. 무슨 유형이란 게 뭐가 중요하겠니?
넌 그냥 너 자체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