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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빙 Dec 28. 2023

[사색] 살아가는 이유

이기적 유전자와 영화 소울


인간은 왜 사는 것일까. 어쩌면 수없이 반복되어 온 인류의 고민이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밤을 지새우며 우리의 존재 목적에 대해 고민하곤 한다.


리처드 도킨슨의 [이기적 유전자]에 의하면 생명의 존재 목적은 유전자의 복제이다. 나는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충격을 먹었다. 우리의 존재가 부정당하는 느낌, 그런 것이 아니라 ‘그래 그런 거였구나’라는 깨달음에서였다. 그러고 보면 그랬다.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는 어떻게든 자신의 유전자를 많이 남기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많은 것이 들어맞는 깨달음이었다. 또 어디선가 우리의 불안은 수만 년 동안 각인된 우리의 유전자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아 그러면 우리의 본능을 이해하고 그에 걸맞게 살아간다면 더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생각했다. 그리고 그 둘을 조합하여 내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니, 우리는 결국 종족을 보존하기 위한 본능을 충족시키기 위해 살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다면 인생에 대해 너무 많은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 우리는 그저 우리의 종족을 보존하기 위해 살아갈 그뿐이었다.


그러나 그렇다면 인생이 너무나도 보잘것 없어지는 것이었다. 목적에 대해 고민할 것도 없어졌지만 그와 더불어 의미도 없어지는 것이었다. 물론 내가 스스로 내린 결론이었지만, 그 결론에 의한다면 어쩌면 삶은 너무나도 허망한 것이 되는 것이었다.


이런 게 인생의 목적이라고? 그렇다면 사실 나는 지금 이 순간 사라져 버려도 문제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뭔가 아니었다. 분명 우리가 살아있아야 할 이유가 있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이 있을 것이었다.


픽사의 영화 ’ 소울’이 떠올랐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은 성공한 재즈 피아니스트로써의 삶을 꿈꾸지만 현실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뿐이었다. 마침내 그에게 기회가 생기지만 그 기회는 날아가게 돼버린다. 그의 인생 동안 바래왔던 기회인데 그것을 놓친 그는 좌절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무심코 지나쳐 왔던 일상의 소소한 찰나들이 있었음을 깨닫는다.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 이웃과의 즐거운 대화. 그런 것들 말이다.


우리는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알고 있으면서도 매 순간 간과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너무나도 사소해서, 그 찰나에 스쳐 지나가버려서 눈치 채지도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삶은 거기 있고, 행복 또한 거기 있다. 너무나 사소하지만 그런 게 삶이고, 그런 게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일 것이다. 적어도 그렇게 믿고 살아간다면 조금은 더 나은 삶을 살 게 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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